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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벌써 공매도 준비하나… 코스피200 새내기 대차잔고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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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일 코스피200·코스닥150지수에 새로 편입되는 종목들의 대차 잔고가 급증하며 공매도 물량 단기 급증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차잔고란 투자자가 주식을 빌린 후 갚지 않은 물량을 뜻한다. 대차거래는 국내 금융법상 공매도의 선행 요건이기 때문에, 향후 공매도가 얼마나 이뤄질지 추정할 수 있는 선행지표로 해석되곤 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구성 종목에 한해서만 공매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편입 첫날 공매도 물량이 대거 출회될 가능성이 크나, 이 같은 추세가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증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많이 발행한 종목은 공매도가 많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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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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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일자로 현대중공업, PI첨단소재(178920), 메리츠금융지주(138040), 명신산업(009900), 에스엘(005850)이 정기 변경을 통해 코스피200에 새로 편입된다. 지수의 정기 변경은 매년 6월, 12월 두 차례 이뤄진다. 신규 상장 특례 요건을 충족한 카카오페이도 같은 날 코스피200 구성 종목이 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들 종목의 대차잔고는 최근 일주일 새 급증한 상태다. 지난 3일 기준으로 카카오페이의 대차잔고는 일주일 전(476억원)보다 2배가량 큰 923억원에 달했다. 지난달 29일에는 1014억원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대차잔고는 일주일 만에 162억원에서 344억원으로 늘었다. 명신산업 대차잔고는 같은 기간 72% 증가했으며, 에스엘의 경우 22% 늘었다.

코스닥150에 편입되는 종목들도 마찬가지다. 나노스(151910)의 대차잔고는 일주일 전보다 64% 증가한 50억원을 기록했다. HK이노엔(195940)인터파크(035080)의 대차잔고는 각각 61%, 35% 늘었다. 티케이케미칼(104480) 대차잔고도 일주일 전과 비교해 3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지난 9월 10일 조기 편입을 통해 코스피200 지수에 들어온 종목들도 지수 편입 직전 대차잔고가 크게 늘었으며, 편입 직후 공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왔다. 대차잔고의 상당 부분이 공매도로 직결된 것으로 해석된다.

카카오뱅크(323410)는 코스피200 편입 당일 대차잔고가 4782억원을 기록해, 일주일 전(552억원)과 비교해 8.7배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수 편입 첫날 공매도 물량 1624억원어치가 쏟아져 나왔는데, 이는 당일 거래액의 35%를 차지했다.

같은 날 코스피200에 새로 이름을 올린 크래프톤(259960)도 지수 편입 당일 대차잔고가 2576억원으로 일주일 전(535억원)의 4.8배에 달했다. 지수 편입일 공매도액은 1077억원으로 전체 거래액의 29%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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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 신규 상장 기념식에서 관계자들이 매매 개시를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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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에 편입된다는 것은 최근 6개월 동안 해당 종목의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크게 늘었다는 의미”라며 “일각에서는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와 함께 공매도 수요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 업계에서는 이들 종목에 대한 공매도 물량이 급증하더라도 증가세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에 따르면 공매도 수요는 대체로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 편입 첫날 집중되며, 1~2주 후에는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다.

앞서 지난 11월 30일 코스피200에 편입된 SK스퀘어는 편입 당일 공매도액이 339억원을 기록했으나, 이틀 뒤 53억원으로 급감했다. 카카오뱅크의 공매도 금액 역시 첫날 1624억원에서 다음 날 274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다만, CB나 BW 발행량이 많은 종목은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에 편입된 후 공매도 물량이 급증할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델타헤지(주가가 하락하면 현물을 매수하고, 반대로 가격이 상승하면 매도해 이익을 실현하는 방식)를 위해 공매도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려면 일정 기간이 소요돼, 그전에 공매도를 통해 차익 거래를 할 수 있다.

박은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특히 CB가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으며 금융 기관에 발행된 종목의 경우, 델타헤지의 차익 거래 수요가 발생하며 공매도 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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