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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 수사받는 검사들 “총장님, 왜 가만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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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25시] 이성윤 수사 검사들 입장문 올려

“총장, 우리 무혐의 왜 발표않나”

검찰 내부 “한동수 감찰부장이 上王”

“공수처가 제 집 드나들듯 터는데 총장이 감찰부에 한마디도 못해”

조선일보

김오수 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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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8시쯤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는 발칵 뒤집혔다.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김오수 검찰총장을 직접 겨냥한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중단 외압’ 혐의로 기소했던 ‘수원지검 수사팀’이 올린 입장문이었다.

이들은 이 고검장을 기소하면서 공소장을 모 일간지 기자들에게 유출했다는 혐의로 현재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다. 그와 관련해 공수처는 지난달 26일과 29일 수사팀 검사들이 지난 5월 주고받은 내부 메신저 대화 내용을 추출하겠다면서 대검 서버를 압수수색했다.

이에 대해 수사팀은 이프로스에 올린 입장문에서 ‘지난 5월 대검 감찰부가 박범계 법무장관의 지시로 수사팀이 공소장 유출에 연루됐는지 진상 조사한 뒤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는데도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도 호소드린다. 대검 감찰부가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해 무고한 검사들이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실제 대검 감찰부는 지난 5월 검찰 내부망에 접속해 ‘이성윤 공소장’을 검색한 검사들을 색출했는데 수원지검 수사팀 소속 검사는 없었다고 한다. 수사팀으로선 자신들을 겨냥한 공수처 수사가 무리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총장이 왜 묵인·방조하고 있느냐고 공개 항의를 한 셈이다.

입장문 내용은 즉각 김 총장에게 보고됐다고 한다. 김 총장은 7일 대검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수사팀의 요청에 대한 답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곪았던 것이 터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공수처가 대검을 제 집 드나들 듯하면서 논란의 소지가 큰 압수수색을 수시로 벌이는데도 김 총장이 침묵하는 데 대해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7월 13일부터 최근까지 각종 수사 명목으로 대검을 7차례 압수수색했다. 7월의 경우, 검찰총장 부속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뻔했다.

공수처의 대검 압수수색은 지난달 4번이나 집중됐다. 그 과정에서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해 대상자가 절차를 문제 삼자 공수처 검사가 ‘그럼 오늘 압수수색을 안 한 걸로 하자’고 대응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런 와중에 이뤄진 김 총장의 잦은 지방 출장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김 총장의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 교육, 대구지검과 제주지검 격려 방문 등을 두고 다수의 검사는 “집(대검)이 털리고 있는데 집주인이 밖에 돌아다닌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를 대검 참모들에게 전달받은 김 총장은 한때 공수처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는 얘기도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검찰 일각에서는 “김 총장의 소극적 태도는 한동수 감찰부장과 연결되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 부장은 2019년 조국 전 법무장관이 사퇴 직전 임명 요청을 한 인물로, ‘조국 수사’ 이후 ‘윤석열 찍어내기’를 주도했다. ‘고발 사주 의혹’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 등 공수처가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은 직간접적으로 대검 감찰부를 이미 거쳤던 것들이다.

특히, 김 총장은 대검 감찰부가 사용자 동의 없이 대검 대변인 휴대전화를 포렌식(디지털 증거 추출)한다는 것을 감찰부로부터 일방적으로 ‘통보’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출입기자들에게 ‘언론 사찰’이라는 거센 항의를 받았다. 그 포렌식 결과는 공수처가 대검 감찰부를 압수수색하는 형식으로 공수처로 넘어갔고 ‘청부 감찰’ 논란이 벌어졌다. 하지만 김 총장은 그동안 감찰부에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찰 간부는 “한동수 감찰부장이 검찰 내에서 사실상 상왕(上王) 노릇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총장이 정권과 친정권 성향인 한 감찰부장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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