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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친할머니 61차례 찔러 살해한 10대, 어머니 얘기 나오자  '울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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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아무 잘못 없다" 며 선처 호소
검찰, "치밀하게 계획"...무기징역 구형
한국일보

지난 8월 30일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주택에서 할머니의 잔소리가 심하다는 이유로 고등학생 형제가 70대 친할머니를 흉기로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지난 9월 2일 해당 주택 옥상에 교복이 널려 있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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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부모를 대신해 9년간 자신을 돌봐준 친할머니를 흉기로 61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18)군. 6일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부장 김정일)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줄곧 담담한 모습을 보이던 A군은 어릴 적 잠시 함께 지낸 어머니 얘기가 나오자 울먹거렸다. 자신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은 동생 B(16)군을 가리키며 "아무 잘못이 없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A군은 할머니를 살해한 이유 등을 묻는 말에는 “잔소리가 심해서. 스무 살이 되면 집에서 나가야 한다 해서”라고 또박또박 답했다. 하지만 판사가 “어머니에 대한 생각은 어떠냐”고 묻자, "출소 후 어머니가 우리를 거둬 주기로 했다”며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동생에 대한 질문에는 눈물을 훔치며 울먹였다. A군은 “동생은 아무 잘못이 없고, 다 제가 시켜서 그랬다"며 선처를 호소했고, 판사가 '동생에게 미안한 게 있느냐'고 재차 묻자, “네 그렇습니다. 많습니다”라고 답했다.

A군은 ‘뭘 잘못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범행 계획을 잡은 그때부터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형에 이어 신문석에 앉은 B군도 우애를 드러냈다. B군은 “형이랑 떨어질 수 없어 경찰에 ‘저도 잡아가면 안되냐’고 했다"고 말했다. 최후 진술에서는 “앞으로 출소하면 형이랑 만날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형이 범행 당시와 같은 눈빛을 보인다면 제가 죽어서라도 형을 감시하고 말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형제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이 언급됐다. 형제는 부모 이혼 후 어머니와 살았지만, 친할머니가 어머니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면서 친할머니와 살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군에게 친할머니를 살해하고, 친할아버지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존속살해, 존속살해미수)로 무기징역 및 위치 추적 전자장치 30년 부착과 보호관찰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B군에게는 형의 범행을 도운 혐의(존속살해방조)로 징역 장기 12년, 단기 6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A군은 범행 전 흉기를 물색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했고, 범행 후에는 동생과 피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향수를 집안 곳곳에 뿌렸다. 또 A군은 119가 오기 전 태연히 샤워를 하는 등 전혀 죄의식을 가지지 않았다"며 "체포 후 경찰 수사에서 A군은 '할머니가 20세 이후에는 집을 나가라고 했다. 집을 나가면 굶어 죽을 수 있기 때문에 누구라도 죽이고 감옥에 가려고 했다. 다른 사람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가장 약한 할머니를 죽였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A군은 지난 8월 30일 자정쯤 대구 비산동 한 주택에서 친할머니가 잔소리를 하자 흉기로 살해하고, 이를 목격한 할아버지도 살해하려 했지만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군은 범행에 앞서 인터넷에서 범행 수법을 검색했고, B군은 범행 과정에서 할머니의 비명이 밖으로 새 나가지 않도록 창문을 닫거나 현관문을 막으려 근처에 서 있는 등 형의 범행을 도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에 대한 선고는 내년 1월 20일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 진행된다.


대구=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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