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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경총 또 건의문, 이번엔 마이동풍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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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업 외국인 고용 제한 등
대선 앞둔 정계도 경청하길


파이낸셜뉴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발언하고 있다.?경총은 6일 주유소 전기차 충전기 설치 기준 완화 등 63건의 규제 개선 과제를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사진=경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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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가 기업환경 개선을 위한 규제개혁 과제를 6일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탄소중립 지원, 코로나19 대응 등 부문별로 과제 63건을 리스트로 뽑았다. 현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마지막까지 외면하지 말아달라는 현장의 절박함이 느껴진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도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경총이 풀어달라는 규제를 보면 정부 규정이 현실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새삼 확인하게 된다. 가령,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물량이 급증한 택배업에 적용된 규제만 봐도 그렇다. 인력난이 심각한 이 업종에서 외국인 고용이 지나치게 엄격하다. 규정상 외국인 고용은 상하차 업무에만 허용되고 내국인이 기피하는 분류 작업에선 외국인을 고용할 수 없다. 택배차에 허용된 적재량은 1.5t 미만이어서 이로 인한 기사들의 피로감도 만만치 않다. 경영계는 적재량도 현실에 맞게 신규 증차 시 2.5t 이하로 높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유소 내 전기차 충전기 설치 기준도 까다롭기 그지없다. 현행 기준을 맞추려면 아예 기존 주유소를 부수고 전기차 충전소를 다시 지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전기차 충전기는 기존 주유시설로부터 일정 거리를 둬야 한다. 여기에다 규정을 충족한다 해도 인허가 관할청은 캐노피 아래에 충전기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지금 정부가 기업에 들이대는 규정이 대부분 이런 식이다. 달라진 현실과 새로운 산업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하는 규제들로 사업장마다 힘에 부친다.

건의문에는 이번 정부 내내 줄기차게 요구했던 과제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대체근로 허용,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부당노동행위제도 개선, 택시 차량 사용연한 제한 등에 대한 요구다. 경총은 이런 과제 25건은 아예 아날로그식 규제개선 항목으로 분류했다. 4차산업 혁명기에 살고 있는 지금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라는 의미일 것이다.

과거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회장으로 일하며 4년 반 동안 38차례 규제개선 건의를 했지만 상당수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웬만해선 꿈쩍 않는 우리 공직사회의 경직성을 지적한 말이었다. 활력 잃은 경제에 희망을 줄 수 있는 곳이 우리 기업이다. 규제 족쇄가 풀려야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고 소득이 올라간다. 경영계 호소를 더 이상 모른 척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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