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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동료 데려오면 500만원, 주3일만 회사 오세요"…은행들 개발자 파격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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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권 개발자 유치 전쟁 ◆

매일경제

금융권에 디지털전환(DX) 바람이 거세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 경쟁에 불이 붙고 내년 1월 마이데이터 서비스까지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지난 2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신분당선 역사에서 한 승객이 개발자 채용을 알리는 광고판 앞을 지나고 있다.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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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옵션 2만주, 연봉 20~30% 성과급, 인턴만 해도 월 300만원 드립니다." 금융권에 정보기술(IT) 개발자 모시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 경쟁이 불붙고 내년 1월 마이데이터 서비스까지 본격 시행되면서 금융권에 IT 인재 수요가 폭증한 것이다. 하지만 개발자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개발 인력 유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내년 연봉 협상에 앞서 전 직원 임금을 평균 1000만원 이상 인상하고, 연봉의 20~30%를 각각 스톡옵션과 성과급으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토스뱅크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입사 1주년을 맞이한 임직원을 대상으로 각각 2만주의 스톡옵션을 주기로 했다. 행사가는 주당 5000원(액면가)이고, 2년 후인 2023년 11월 30일부터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케이뱅크는 인턴에게도 월급 300만원을 제시하며 IT 인력 입도선매에 나섰다. 금전적인 보상에 더해 근무 환경을 바꾸고 사내 복지를 강화하는 것도 최근 트렌드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개발자들은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처럼 수평적이고 자율적 기업 문화를 가진 기업에 들어가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산업에 '디지털 전환(DX)'이라는 거대한 변화가 휘몰아치면서 우수한 개발자와 정보기술(IT) 인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의 바람이 거센 것은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금융은 시스템 자체가 다른 분야보다 디지털 전환을 하기가 훨씬 까다로운 데다 빅테크·핀테크와 정면 승부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더욱 개발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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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개발자 전쟁의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은행들의 금융상품 유통 채널이 오프라인 영업점에서 '비대면 디지털'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금융그룹 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펀드 가입자 중 92.9%가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가입했다. 올해 3분기 신용대출 중 92.2%도 비대면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적립식 예금 가입자 중 비대면을 통해 가입한 이들이 89.6%를 차지했다.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사업'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할 인력도 부족하다. 마이데이터는 금융소비자가 은행, 카드, 보험, 증권 등 금융정보를 한 번에 확인·관리하고 맞춤형 상품도 추천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금융권 입장에서는 일종의 '땅따먹기'와 같다. 고객을 선점하면 타사 데이터까지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네이버와 카카오가 그랬던 것처럼 '승자 독식' 구조가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공룡에 비유될 정도로 덩치가 큰 금융사들이 스타트업과 유사한 조직 운영 방식인 '애자일 조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예전에는 전문 지식을 가진 개발팀에서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현장에서는 매뉴얼대로 판매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일종의 태스크포스(TF)처럼 특정 금융상품을 개발할 때마다 팀을 꾸리는 것이 대세다.

기존 금융사들도 조직 개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BCG컨설팅을 받은 하나은행은 조직 체계 자체를 '애자일 조직'으로 바꿔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이미 발 빠르게 빅데이터 시장을 선점해온 신한카드는 현재 약 25%(595명)가 디지털 인력이다.

개발자 유치 전쟁은 채용 방식과 조직 시스템 등 금융권 문화까지 바꾸고 있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에서 희망퇴직 등으로 기존 인력을 내보내고 공채를 폐지하는 것 역시 최근의 금융권 환경 변화 때문"이라며 "공채를 하면 일반직군도 채용해야 하는데, 지금은 인력 내보내기도 바쁜 상황이다. 바로 현장에 투입할 개발자들을 구할 수 있는 수시채용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력자 채용' 시 우수 인재를 추천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회사도 늘어나고 있다. 개발자들은 팀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헤드헌팅 업체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바로 투입할 인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채용 방식은 자동으로 평판을 검증할 수 있고, 인맥으로 입사한 만큼 조직 융화 속도도 빠르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 토스뱅크, 토스증권 등 계열사 경력 채용 시 사내에서 추천한 사람이 입사할 경우 추천자에게 1명당 500만원을 포상금으로 준다.

변화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 금융 분야와 핀테크의 개발자 비중은 적어도 30%에서 많게는 50%를 넘는다. 약 1400명이 근무하는 토스는 개발자 비중이 30%(상반기 기준)를 넘고, 카카오페이는 5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금융권은 10%도 되지 않는다. 앞으로 한동안 개발자를 계속 채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NH농협은 올해 5급 정규직원 대졸 공채에서 최초로 '경력직 선발과정'을 도입했다. IT, 디지털, 카드, 금융 분야에서 선발하고 있는데 금융 외에는 모두 개발 관련 직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김혜순 기자 / 서정원 기자 /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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