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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KIA 감독’ 김종국, 2인자 꼬리표 뗀 이강철이 보인다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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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공석 사령탑에 이종범과 하마평
李와 학교·팀·포지션 겹쳐 늘 2인자
송진우·선동열에 가려졌던 이강철
감독으로 1인자에 우뚝 선 것 처럼
‘제2’ 아닌 김종국만의 KIA 기대


파이낸셜뉴스

KIA 타이거즈 김종국 신임 감독 KIA 타이거즈 신임 감독으로 선임된 김종국 코치(오른쪽)와 장정석 KIA 단장이 두 손을 맞잡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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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명가의 선택은 김종국(48·사진)이었다. KIA 사령탑 자리는 누구나 탐낸다. 11번의 우승, 두터운 팬심, 모 기업의 든든한 지원. 2021년 9위에 그쳤으니 가을 야구만 가면 된다는 산술적 계산도 깔려 있다.

맷 윌리엄스 감독 사임 이후 한 달여 온갖 소문이 나돌았다. 후보들의 면면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가장 자주 접한 이름은 이종범(51) LG 2군 코치와 김종국 KIA 수석코치였다.

미리 거론된 인물은 결국엔 안 된다는 속설까지 있어 혼란스러웠다. 김종국으로 낙점됐다. 그와 이종범은 광주일고 선후배다. 이종범이 3년 선배니 학교를 함께 다니진 않았다. 초등학교(광주 서림초)도 같다. 포지션 역시 똑같은 유격수였다. 광주일고 시절 김종국은 '기막힌 수비'로 꽤 알려졌다. 그러나 그에겐 이종범이라는 높은 산이 있었다. 아무리 잘해도 '제2의 이종범'이었다. '제2의'는 신기하게도 해마다 재생산됐다.

2022년 KIA 1차 지명 김도영(18·광주 동성고)의 별명도 '제2의 이종범'이다. '제2의' 김종국은 없다. 심지어 그 자신도 늘 김종국 앞에 '제2의'가 따라붙었다. 그나마 1996년 1차 지명으로 해태(KIA)에 입단할 때까지였다.

김종국은 계약금 2억3000만원을 받았다. 선동열(1억5000만원·1985년), 이종범(7000만원·1993년)보다 월등히 많았다. 그러나 두 마리 호랑이가 같은 산에 살 수는 없었다. 해태 유격수는 이종범이었다.

김종국은 2루로 자리를 옮겼다. 김종국이라는 산은 이종범보다 낮았다. 2루수와 유격수는 전혀 다른 자리다. 쉽게 옮기는 선수도 있지만 아예 안 되는 선수도 있다. 김종국 역시 한 동안 낯을 가렸다.

첫해 2루에서 17개의 실책을 범했다. 타율은 0.215에 그쳤다. 이종범은 그해 타격 2위(0.332), 홈런 3위(25개), 안타 2위(149개), 타점 3위(76개)로 펄펄 날았다. '제1'과 '제2'는 너무 차이 났다. 김종국 앞에는 어느새 '제2의'라는 수식어조차 사라졌다.

솔직히 과거 같으면 무조건 이종범이었다. 그러나 이젠 트렌드가 바뀌었다. 유명선수라는 화려한 과거는 감독 조건에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다. 그래도 이종범인데. 한 달 후 결과는 김종국이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이 둘의 고교 선배다. 그는 2인자라고 할 수 없다. KBO리그 통산 최다승 3위(152승) 투수다. 탈삼진은 2위(1749K). 그런데 그는 스스로를 2인자라고 부른다. 고교시절 문희수, 대학(동국대) 땐 송진우. 프로에 와선 선동열이라는 준산험령에 가려 한 번도 1인자라고 나서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 후 "1인자들로부터 많이 배웠다. 덕분에 준비를 잘 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LA 다저스의 전설 토미 라소다 감독은 선수 생활 대부분을 벤치에 앉아서 보냈다.

덕분에 주전 선수들이 플레이에 집중할 때 그는 경기 관찰에 온 힘을 기울일 수 있었다. KIA가 2인자 김종국을 선택한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그는 이제 '제2'가 아닌 자신만의 김종국이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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