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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민주’ 선전 쏟아내는 中…美 주최 110개국 회의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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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충돌 경제→군사→이념 3라운드

中 외교차관 “부끄럽지 않은 민주국가”

민주화 막으려는 이데올로기 ‘백신’ 차원

미국 비난 백서에 한국 연구자 인용도

중앙일보

쉬린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 부부장이 4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식 민주』 백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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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10일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개최하는 ‘민주주의 정상회담’을 겨냥해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중국식 민주’ 선전 공세에 나섰다.

6일 인민일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날 ‘2021 충두(從都) 포럼’에 보낸 화상 메시지를 1면에 배치했다. 시 주석은 이 축사에서 “다자주의의 요점은 국제 사안을 함께 논의해 처리하는 것”이라면서 “평화·발전·공평·정의·민주·자유의 모든 인류의 공동 가치를 홍보하자”고 강조했다. 충두 포럼은 임페리얼 스프링으로 불리는 광둥(廣東)의 휴양지에서 2014년 시작된 국제포럼이다. 다보스·샹그릴라 등 서구 주도의 담론 플랫폼에 맞서 중국에 만든 무대에서 글로벌 지도자의 담론을 제시해 왔다.

이와 함께 인민일보는 외교부가 전날 발표한 1만5000자 분량의 『미국의 민주 상황』 전문도 게재했다. 외교부 명의의 보고서는 미국의 민주가 세 가지 폐단을 드러냈다며 금권정치, 엘리트 정치, 반대를 위한 반대, 신뢰의 위기, 국회 폭력, 인종 차별, 방역 실패, 빈부 격차, 언론 자유의 허실, 색깔 혁명, 아프간 철군 등이 미국 정치의 약점이라고 조목조목 짚었다.

통일전선을 지휘하는 전국정협의 이인자는 수비 성격의 기고문도 실었다. 장칭리(張慶黎) 전국정협 부주석이 “단결할 수 있는 모든 역량과 단결하라”는 기고문을 통해 민주당파, 지식분자, 소수민족, 종교지도자, 민영기업가, 홍콩·마카오 및 해외 화교를 우군으로 만들라고 촉구했다.

세계 110여 개국 정상과 시민단체, 개인이 참석하는 ‘민주주의 정상회담’을 겨냥한 중국의 반격은 지난달 26일 시동을 걸었다. 일종의 이데올로기 ‘백신’을 만드는 차원이다. 먼저 친강(秦康) 주미 대사가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와 함께 미국 『내셔널인터리스트』에 ‘각국 인민의 민주 권리를 존중하라’는 공동 기고문을 실었다. 친 대사는 “중국의 사회주의 민주정치는 전과정, 가장 광범한 인민민주”라고 주장했다. 지난 10월 13~14일 시진핑 주석이 인민대표대회(人大) 공작회의에서 “전과정인민민주를 끊임없이 발전시켜라”는 지침을 충실하게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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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위청(樂玉成)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지난 2일 중국공공외교협회가 주최한 ‘린자(臨甲) 7호 살롱-중외학자 민주 대화’에 참석해 “중국은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當之無愧) 민주국가”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사이트]


이달 2일에는 외교부 2인자가 나섰다. 러위청(樂玉成)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중국 공공외교협회가 주최한 ‘린자(臨甲) 7호 살롱-중외학자 민주 대화’에 참석해 “중국은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當之無愧) 민주국가”라고 자신했다.

4일에는 중앙선전부가 바통을 이었다.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민주 : 전 인류의 공동 가치’라는 국제포럼을 개최하고 황쿤밍(黃坤明) 중선부장이 직접 나서 “전과정인민민주는 가장 광범하고 가장 진실되며 가장 유용한 사회주의 민주”라고 자랑했다.

같은 날 국무원(정부) 명의로 2만자 분량의 『중국의 민주』 백서를 발표했다. 기자회견에서 쉬린(徐麟) 중앙선전부 부부장(차관)은 “소수 국가가 나와 같으면 옳고, 나와 다르면 틀리다는 패도(覇道) 사유로 다른 민주 형식을 비민주로 몰고, 심지어 배척하고 압박하는 것 자체가 비민주”라고 주장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진 중국식 민주 해석을 놓고서 미·중 전략 경쟁이 3라운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베이징 소식통은 “경제·무역에서 시작된 미·중 전선이 올들어 핵무기 현대화, 극초음속 활강체, 대만 등 군사 분야로 번진 데 이어 민주주의와 가치의 영역에서 주요 2개국(G2)가 서로 다른 주장을 시작했다”며 “세 가지 전선 중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전선”이라고 풀이했다.

국수주의 신문 환구시보는 이날 미·중의 민주 다툼이 우열을 가리기 힘든 호각지세라고 주장했다. 1면에 “중국은 민주를 말하며 ‘자신’과 ‘배짱’을 보인다. 미국은 정상회담을 소집해 ‘패권주의’를 폭로했다”며 “세계가 중국과 미국의 ‘민주의 싸움’에 주목한다”는 커다란 제목을 달았다.

중국이 미국과 ‘민주’ 다툼에 나선 이유로 과거 소련공산당 붕괴의 학습 효과라는 풀이도 나온다. 선쉬후이(沈旭暉) 홍콩중문대학 사회과학원 부교수는 “주권국가를 단위로 하는 ‘일국일표제’를 강화한 뒤, 중국이 정의한 ‘민주’ ‘자유’ ‘인권’ ‘법치’ 관념에 개발도상국이 동의하게 만들고, 미국의 정의에 대해서는 ‘가짜 민주’ ‘가짜 자유’ ‘거짓 인권’ ‘거짓 법치’라고 낙인찍는 방식”이라고 했다.

중국은 한국 학자도 이용한다. 중국 외교부의 『미국의 민주 상황』 보고서는 “미국 정치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된다. 선거에 의지해 개혁을 추진하는 민주주의 자정(自淨) 프로그램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서정건 경희대 교수를 인용했다. 또 80% 이상의 미국 보수파 유권자가 뉴욕타임스 등 주류 언론 보도를 거짓 정보로 보고, 언론의 편향성을 믿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의 싱크탱크 세종연구소 연구를 인용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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