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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잔소리 해서" 친할머니 살해한 10대 형제 형에 무기징역 구형(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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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범행 도운 동생은 장기 12년·단기 6년형 구형

뉴스1

70대 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를 받는 10대 형제가 31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고교 3학년 A(18)군과 동생 B(16)군. 2021.8.3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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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이성덕 기자 = 검찰이 자신을 길러준 70대 친할머니를 흉기로 무참히 찔러 숨지게 한 혐의(존속살해 등)로 재판에 넘겨진 대구 10대 형제 A군(18)과 B군(16)에게 중형을 선고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6일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정일)가 진행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사망하게 한 A군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또 전자장치 부착 30년과 야간외출 제한, 보호관찰 5년도 요청했다.

검찰은 범행을 도운 동생 B군에게는 장기 12년, 단기 6년형을 구형했다.

범행 동기를 놓고 검찰 측은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형제의 변호인 측은 "20살이 되면 독립해야 한다는 할머니의 계속된 독촉에 정신적인 불안감이 가중돼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죄"라며 맞섰다.

검찰은 "A군이 살인을 계획하고 준비한 과정을 보면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로, 범행을 저지른 후 냄새가 나지 않게 향수를 뿌리는 등 집안을 정리하고 샤워까지 했다. 패륜적 범죄로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A군이 18세의 소년이지만 범행 방법, 도구 등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점, 할머니를 약 60차례 찔러 잔혹하게 살해한 점, 범행 후에도 경찰 조사에서 '풀파워로 찔렀다'는 진술을 할 정도로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회적으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형제 측 변호사들은 "피고들의 범행이 계획적이고 패륜적 행위라 하지만 조부모와 함께 살던 어린 18세 고등학생이 성인이 되면 독립해야 한다는 불안심리가 상당히 작용된 우발적 범죄"라며 "60차례 정도나 찔렀다는 것은 피고인이 당시 흥분된 상태였다는 것을 보여주며 동생 역시 분노조절장애 치료를 받고 있고 뇌경색 진단까지 받아 정신적으로 매우 좋지 않은 상태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형제들도 가난에 대한 부끄러움과 성인이 되면 집을 나가 독립해야 한다는 불안과 두려움을 호소했다.

A군은 "급식카드를 가지고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음식 등을 구매하는게 창피했고 할머니가 '성인이 되면 독립해라'고 줄곧 강조하는게 큰 스트레스였다"며 "또 할머니가 오랫동안 키워주셨지만 짧지만 어머니와 함께 살았을 때가 더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할머니를 정말 죽이려고 마음 먹은건 아니지만, 흉기를 들자 할머니가 '그래 한번 찔러봐라'고 고함을 질러 놀라서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며 "할머니와 할아버지, 다른 가족에게도 너무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그는 "할머니와 살면서 가장 고마웠던 일은 아프면 병원비 내주시고, 필요한 것 사주신 것"이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동생 B군은 "범행 당시 형의 눈빛이 무서워 적극적으로 칼을 휘두른 형을 만류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며 "비록 어릴 적 할머니의 잔소리가 너무 싫어 죽이는 상상을 한 적은 있지만 실제로 한 적은 없다. 형도 마찬가지로 말만 하고 실제로 행동으로 범행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뉴스1

지난 8월30일 오전 0시 10분쯤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주택에서 할머니의 잔소리가 심하다는 이유로 10대 고등학생 형제가 70대 친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사건이 발생한 주택 옥상에 월요일 등교를 위해 깨끗하게 빨아둔 흰 교복이 빨랫줄에 걸려 있다. 2021.8.30/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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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군 형제는 지난 8월30일 0시10분쯤 대구 서구 비산동의 주택에서 자신의 친할머니(77)를 흉기로 60여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존속살해 및 존속살해 방조)로 현장에서 긴급체포됐다.

손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할머니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머리, 얼굴, 팔, 옆구리 등 온몸에 큰 부상을 입어 결국 숨졌다.

A군은 조사 과정에서 "할머니가 잔소리를 많이 한다"는 이유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동생 B군은 범행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으나 형이 범행할 때 할머니의 비명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창문을 닫는 등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형제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년 1월20일 오전 9시55분 열린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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