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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김종인 마음 돌린 일등공신은? 포도주, 아내, 한 통의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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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선대위 합류한 김종인 총괄 위원장
김재원 최고위원 설득에 김미경 교수도 설득
윤석열 "도와달라" 호소에 마음 돌렸다 회고
"尹 초저녁에 뜬 별, 제대로 된 능력 보여야" 당부
한국일보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당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김 총괄선대위원장과 윤석열 대선후보는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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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 아내, 그리고 한 통의 전화.

국민의힘 선대위 '원톱'을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수락하게 된 결정적 배경에는 이 세 가지가 있었다.

손자까지 나서 "욕심부린다는 말 들어가면서 하지 마시라"고 애타게 말렸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포도주 한 병을 들고 찾아와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해달라"고 읍소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이번만 하시고 편히 쉬시라"는 김 위원장 부인 김미경 교수의 압박, 그리고 "한번만 도와달라"고 애원한 윤석열 후보의 전화 한 통화에 김 위원장의 마음은 결국 움직였다.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 나와 김 위원장 본인이 직접 설명한 합류 과정의 전말이다.

"손자는 욕먹는다고 반대했지만, 尹 지지율 하락 눈에 보이더라"

한국일보

윤석열 대선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한 식당에서 만나 만찬 회동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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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권을 달라 한 적 없다." 김 위원장은 먼저 선대위 합류를 거부하게 된 이유부터 바로 짚었다. "일을 하기 위해서 잡음이 나는 요소를 사전적으로 제거하자는 것이었을 뿐"인데, "전권을 요구했다는 비난이 들려왔다"고 지적하면서다. 그러면서 "나는 대선을 승리로 이끈다 해서 특별히 바라는 게 없는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다.

노회한 정치인의 '밀당', '벼랑 끝 전술'이라는 세간의 평들이 나돌았다. "이러고저러고 얘기들을 하도 많이 하니까 손자가 나보고 '할아버지 그런 얘기 들으면서 뭐 때문에 하려고 하시냐, 그만 둬버리시라'고 하더라. 솔직히 얘기해서 그런 생각도 했었다." 완전히 손을 뗄 생각까지 했었으니, "일상으로 회귀하겠다"는 건 빈말이 아녔던 셈이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을 붙잡은 건, 정권교체에 대한 책임이었다. 김 위원장은 "(윤 후보 확정 뒤) 한 달 가까이 지내니까 초기 분위기가 사라지는 것 같고, 일반 여론도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는 그런 모습을 발견했다"며 "그러니까 주변 사람들이 '정권교체가 안 되면 그 책임을 어떻게 면하려고 하느냐'는 식으로 압박을 가해 내가 다시 조율을 하게 된 것"이라고 회고했다. ①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 김 위원장을 움직인 첫번째 터닝포인트였다는 거다.

매일 포도주 한 병 들고 설득 나선 김재원, 부인까지 가세 "이번만"

한국일보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부인 김미경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1일 서울 종로 교보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정치혁명'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박 의원 내외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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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김 위원장의 마음을 돌려 세운 일등공신은 김재원 최고위원과 부인 김미경 교수였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김 위원장과 인연을 쌓아온 김 최고위원은 하루가 멀다 하고 포도주 한 병을 들고 김 위원장 집을 찾아와 "집요하게 설득에 나섰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꿈쩍도 안 하자, 김 최고위원은 김 위원장 부인 김미경 이화여대 명예교수를 공략했다. 전략 변경은 성공적.

김 위원장은 "우리 집사람이 '하여튼 정권교체를 해야 된다', 그러니까 나보고 '이번만 눈감고 열심히 해 주고 편히 살면 되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압박했다"며 "그래서 내가 '오늘 저녁 결정할 게 아니라 내일 아침에 판단하겠다'"고 받아넘겼다.

같은 시각 울산에서는 잠행 시위를 이어간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가 만나 화해의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촉'이 좋은 김 최고위원은 밀어붙였다. "(내일 아침 말고) 지금 결정하시죠. 그래야 효과가 더 좋을 것 같은데요?" 김 최고위원은 윤 후보 수행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3일 저녁 9시 15분이었다.

"김 박사님 ! 저희 좀 도와주십시오" 1분 만에 수락, '엄지척'

한국일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3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 후 어깨동무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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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 너머 목소리는 윤석열 후보였다. "김 박사님! 저희를 좀 도와주십시오!"

③거두절미하고 도와달라고 애원하는 윤 후보의 호소에, 김 위원장도 1분여 만에 "합류하겠다"고 수락했다. 한 달여간 끌어온 선대위 합류가 결정되는 순간. 울산의 술자리에선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한편 윤 후보에 대해 '별의 순간'을 언급했었던 김 위원장은 '지금은 별이 어디쯤 왔느냐'는 질문에 "초저녁에 뜬 별, 초저녁 하늘에서 보이는 별"이라며 "별의 순간을 제대로 포착했다면 이를 제대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별의 순간은 의미가 없다"고 경고했다.

윤 후보의 1호 공약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황폐해진 경제적 약자와의 동행을 꼽았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된 가운데 경제적 약자를 다시 일으킬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선대위 갈등의 뇌관이었던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관계자)에 대해선 "누군지 대충 짐작 가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도 "윤석열 후보가 알아서 정리할 부분이다"라고 윤 후보에게 숙제를 넘겼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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