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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오미크론의 역설, 반도체 겨울 예상보다 빨리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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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아마존 데이터센터 내 서버. /AW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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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1년 만에 조기 종료되고, 다운사이클(장기불황)에 진입했다는 암울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데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변수로 등장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우려보다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6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0월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은 3.71달러로, 전달인 9월 4.1달러에 비해 9.51% 떨어졌다. 이는 1년 만의 가격 하락으로, 반도체업계 전반에서는 D램 가격 하락에 대해 ‘반도체 겨울’이라는 표현으로 다운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고정거래가격은 반도체 제조사들이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할 때 책정하는 일종의 도매가격이다. 보통 3개월 단위로 계약이 이뤄져 매년 1월과 4월, 7월, 10월 등 분기 첫 달 가격이 중요하다. 이후 분기가 바뀔 때까지 가격이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예상대로 11월 가격은 10월 가격 하락세가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3개월 장기 계약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3.71달러라는 가격은 지난 2분기 수준의 가격이다. 최근 3년간 가장 낮은 D램 가격은 지난 2019년 4분기로, 당시 2.81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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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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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가격 등락은 이 시장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큰 영향을 미친다. D램이 전체 사업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삼성전자는 절반, SK하이닉스는 90%에 이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글로벌 D램 시장 매출 기준 점유율은 삼성전자 44%, SK하이닉스 27.2%다.

또 다른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는 가격이 1년 사이 등락을 반복하고 있으나, D램보다 그 변동폭이 크지는 않았다. 4분기 가격도 전분기와 비교해 보합세를 유지하면서 D램보다 상황적으로 나은 측면이 있다. 낸드는 D램과 연동하는 부분이 있어 가격 하락 추세에도 D램 수요는 유지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낸드와 결합하는 다른 반도체 공급은 여전히 부족해 이 부분에 대한 가격 방어 기제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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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고성능 데이터센터·슈퍼컴퓨터용 D램 'HBM3'. /SK하이닉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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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상황은 반도체 시황에 가장 큰 변동 요인이 될 전망이다. 지난 2년간 반도체 시장도 코로나19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 반도체 가격이 오르고, 소강상태면 반도체 가격이 내리는 식이다.

이 때문에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등장은 역설적으로 반도체 시장에 활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각국이 감염 차단을 위해 봉쇄와 거리두기 등으로 방역을 강화하면 원격진료, 재택근무 등의 비대면 수요가 증가해 전자기기 수요가 늘어나고 결국 반도체 가격도 오른다는 것이다. 전염력이 이전 델타 변이보다 수배에서 수십배 높다고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공포심이 커지면서 이런 전망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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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공개한 업계 최선단 14나노 DDR5 D램.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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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10월 가격 하락을 목격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D램 공급사들은 4분기 공급량을 줄이면서 가격 방어에 나서는 중이다. 앞서 지난 8월 반도체 겨울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던 모건스탠리는 최근 삼성전자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가격이 약세지만 4분기 가격은 예상보다 덜 나쁘게 진행되고 있다”라며 “2022년에는 생산업체의 낮은 재고와 클라우드 서버의 강세로 인해 다운 사이클이 짧아질 것이다”라고 다시 판단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년 1월 고정거래가격으로 이 시기를 기점으로 슈퍼사이클과 다운사이클을 가늠짓게 될 여지가 크다. 미국 시티그룹은 지난달 “D램 가격 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내년 1분기에 D램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라고 했다.

D램 시장의 주도권이 PC에서 서버나 모바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현재 D램 제조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서버용 D램 가격은 전망이 밝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페이스북) 등 북미 데이터센터 업체들은 4분기에도 서버용 D램 구매를 멈추지 않고 있다.

김동연 KB증권 연구원은 “북미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서버용 D램 수요는 기존 전망치를 30%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는 내년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위한 선제적 서버투자, 보유중인 D램 재고 감소 영향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PC 시황도 나쁘지 않다. PC용 D램의 주요 고객사인 델, HP도 최근 주문량을 늘리고 있다. 김 연구원은 “주문 증가의 이유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부품의 공급망 차질이 일부 해소되기 시작하며 내년 세트 수요의 예측 가시성이 확대됐고, 고용량 기업용 PC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박진우 기자(nichola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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