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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메타버스의 꽃 ‘XR 기기’…빅테크들 선점경쟁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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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줄줄이 XR 신제품 출시

스마트폰 중심축 뒤흔들 잠재력


한겨레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산업용 확장현실(XR) 기기인 ‘홀로렌즈2’.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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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는 이미 존재한다. 우리는 그것을 인터넷이라고 부른다.”

지난 10월 영미권의 게임 매체 <피시(PC)게이머>는 “메타버스는 헛​소리야”(The metaverse is bullshit)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최근 떠오르고 있는 메타버스가 기존 게임이나 채팅에 견줘 더 나은 상호작용이나 몰입감을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산업계의 핫이슈인 메타버스를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업계에선 기업들의 메타버스 열풍에 견줘 실제 이용자들의 체감도가 낮은 원인 중 하나로 실감나는 3차원(3D) 구현이 가능한 확장현실(XR) 기기가 대중화되지 못한 점을 꼽는다. 2차원(2D)에 기반한 피시(PC)와 스마트폰으로는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의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메타버스와 기존 플랫폼 간 차별성이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2022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엑스아르 기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다.

확장현실(XR) 선점에 나선 빅테크


확장현실이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융합해 사용자에게 실감나고 몰입도 높은 환경을 제공하는 기술이 바로 확장현실이다. 현재 빅테크 기업들이 메타버스 구현을 목표로 개발 중인 기술은 가상의 콘텐츠를 현실공간에 시각화하는 동시에 이렇게 구현된 가상과 현실 사이에 실시간 상호작용이 이뤄지도록 하는 데 방점이 찍힌다. 다만 아직 초기 단계인 엑스아르 기기 시장은 당분간 브이아르 기술을 중심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엑스아르 기기가 지난 10여년간 스마트폰이 중심이 됐던 아이티(IT) 생태계를 재편할 새 디바이스로서 가진 잠재력이다.

관련 업계는 내년 메타(옛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 등이 잇따라 엑스아르 기기 신제품을 출시해 3차원 메타버스 시대가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디시(IDC)는 글로벌 엑스아르 시장이 2019년 78억9천만달러에서 오는 2024년 1368억달러로 연평균 76.9%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재까지 이 시장의 선두주자는 메타의 자회사 오큘러스다. 오큘러스는 지난해 출시한 브이아르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2’가 히트하며 전체 엑스아르 기기 시장의 약 53%(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2020년 기준)를 차지했다. 2019년에 내놓은 전작보다 100달러 저렴(299달러·국내 가격은 41만4천원)해진 ‘가성비’를 앞세운 이 제품은 역대 브이아르 기기 가운데 최고 판매량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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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는 최근 ‘페이스북 커넥트 2021’ 행사에서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차세대 엑스아르 헤드셋 ‘프로젝트 캠브리아’를 공개했다. 헤드셋에 탑재된 5개의 카메라가 사용자의 시선과 입술모양, 전신 움직임을 감지해 3차원으로 구현하는 기술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선 내년 하반기 애플이 독주 중인 메타에 도전장을 내고, 첫 엑스아르 헤드셋을 출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애플의 진출이 현실화될 경우 2007년 아이폰 출시 때와 같이 엑스아르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2016년부터 엑스아르 기술을 회사의 차세대 먹거리로 강조해왔다. 애플이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헤드셋에는 사용자의 주변 환경과 움직임, 표정을 감지하는 카메라 모듈이 10~15개 장착돼 하드웨어 성능 면에서 메타의 프로젝트 캠브리아를 압도할 것으로 전해진다. 가격 역시 가성비를 내세운 메타와 달리 애플은 1000~2000달러 수준으로 책정해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할 것을 보인다.



디바이스로 플랫폼 지배력 확보할까


이밖에 엑스아르 시장에서 주목받는 브랜드로는 에이아르 시장을 독점한 마이크로소프트와 플레이스테이션용 브아이르 기기를 출시한 소니(Sony)가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6년 ‘홀로렌즈1’ 출시 이후 윈도우즈(Windows)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전문가·산업용 에이아르 디바이스만 생산했지만, 내년 하반기엔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새 홀로렌즈 시리즈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니도 2016년 자사의 콘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전용 브이아르 기기를 출시한 지 6년 만인 내년에 2세대 제품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 ‘기어 브이아르’(VR)를 출시하며 엑스아르 사업에 뛰어들었던 삼성전자의 경우 2018년 브이아르 헤드셋 ‘오디세이 플러스’ 이후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대신 2019년부터 미국의 에이아르 업체인 디지렌즈(DigiLens)에 꾸준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엑스아르 기기 시장 선점 노력의 최종 목표는 엑스아르 플랫폼에 기반한 수익 모델 도입이다. 스마트폰 체제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함께 결합한 생태계를 구축했던 애플의 모델을 따라가는 셈이다. 스마트폰 생산 기반 없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했던 구글과 2차원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성공시켰던 메타가 기존 엑스아르 디바이스 업체보다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며 시장에 진입할 거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XR 기기, 어디에 어떻게 쓰일까?

아직까지 엑스아르 헤드셋은 소비자들에게 ‘게임기’의 하나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제품의 기술력과 사용 가능한 콘텐츠가 고도화됨에 따라 향후 엑스아르 시장은 헬스케어, 교육 분야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혼합현실(MR) 경험을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2’는 2024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나사(NASA)의 달 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젝트’를 수행할 유인 우주선 오리온(Orion)을 조립하는데 사용됐다. 헤드셋을 착용하면, 조립 단계를 설명하는 애니메이션과 홀로그램 설명서 등이 현실세계 위에 겹쳐 띄워져 종이설명서나 별도의 태블릿 화면 없이 작업이 가능하다.

도서 지역 주민들을 위한 원격진료에도 이 기기가 활용된다. 일본 나가사키대학병원은 섬 지역 고령 환자들의 류마티스 관절염 진료에 홀로렌즈2를 도입했다. 지역 의사가 착용한 헤드셋을 통해 관절염 환자의 손을 클로즈업한 3차원 화면을 대학병원 전문의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다. 환자가 육지에 있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선 연세의료원의 홀로렌즈2를 활용한 원격 협진 솔루션 구축을 검토 중이다.

군사 분야에서도 엑스아르 기기에 대한 수요가 생기고 있다. 지난 4월 미 육군은 향후 10년간 12만대의 맞춤형 홀로렌즈를 구입하는 219억달러(우리돈 약 25조원) 규모의 계약을 마이크로소프트와 체결했다. 미 육군의 통합시각증강시스템(IVAS) 사업의 일환으로 도입된 홀로렌즈는 야시경이나 열화상 카메라 없이 헤드셋만으로 야간 작전 수행 중 주변 지형이나 적군과 아군의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 등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같은 기술 도입을 놓고 일각에선 엑스아르 기기가 전쟁을 ‘비디오 게임’으로 변질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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