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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성희롱·괴롭힘 입막음 위해 무고죄 고소하는 건 ‘보복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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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가해자 측 소송 제기 엄히 처벌해야"
한국일보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가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 캠프 앞에서 무고죄 신설, 처벌 강화하는 2차 가해 허용법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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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A씨는 회사 생활을 하며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당해 노동청에 진정을 했고, 직장 내 성희롱이 인정된다는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가해자를 기소하기는 어렵다는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가해자는 변호사 선임료와 위자료를 손해배상 청구하고, A씨를 무고로 고소했다.

직장인 B씨는 회사 상사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는데, 상사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B씨는 "변호인 도움 없이 혼자 대응하고 있는데, 패소하면 무고죄로 역고소를 당하고 변호인 비용까지 다 물어줘야 할 거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직장 내 성희롱이나 괴롭힘에 대해 형사처벌할 수준까지 이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기소됐을 경우 신고자들을 상대로 무고죄로 고소하거나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것은 일종의 '보복 갑질'로 간주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고죄나 손해배상 소송이 신고 자체를 막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서다.

성희롱·괴롭힘 신고자 중 35% "불이익당했다"


5일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성희롱이나 괴롭힘으로 신고된 402건 가운데 신고했다는 이유로 노동자가 불이익을 받은 경우는 모두 139건, 34.6%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10월까지 접수된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1,001건에 대한 분석 결과다. 공공상생연대기금과 함께 지난 9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신고자의 21.4%가 신고했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했을 경우 징역형까지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해둔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을 보다 폭넓게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올해 1∼8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사건 4,301건 중 피해 신고 후 불이익을 당한 경우와 관련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넘어간 사건은 15건에 불과했다.

"'입막음' 위한 무고 고소는 '보복 갑질'... 처벌 강화해야"


직장갑질119는 특히 무고죄나 손해배상 소송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보복 갑질'에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지영 변호사는 "무고 등으로 소송을 하겠다고 협박하지만 실제로 고소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법정에 가더라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무고죄는 가해자가 기소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A씨 경우에도 검찰은 무고 혐의에 대해 불기소 결정했고, 법원은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했다. 윤 변호사는 "무고 고소나 손해배상 청구가 형식적으로 적법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권리 행사를 가장한 불리한 처우라면 적극적으로 불리한 처우라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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