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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만화와 웹툰

‘웹툰’ 단어조차 없던 미국, 이젠 네이버웹툰 월 이용자 1400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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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신옥 네이버웹툰 미국 콘텐트 총괄 리더.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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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지난달 25일부터 공개된 ‘배트맨: 웨인 패밀리 어드벤처’는 배트맨이 젊은 동료들과 한 집에서 살면서 펼치는 일상의 이야기로, DC코믹스가 네이버웹툰과의 협업으로 선보인 웹툰이다. 미국에서는 9월부터 네이버웹툰의 미국 플랫폼 ‘웹툰(WEBTOON)’을 통해 연재 중이고, 구독자는 73만6000명. DC코믹스는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 캐릭터를 보유한 미국의 출판사.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등을 보유한 마블코믹스와 함께 미국 만화 산업계 양대 산맥이다.

전 세계 플랫폼 회사들의 IP(지식 재산권) 확보 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네이버웹툰은 어떻게 DC 측과 손잡게 됐을까.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이신옥 네이버웹툰 미국 콘텐트 총괄 리더를 지난달 29일 만나 물어봤다.

Q : 미국의 네이버웹툰은 어떻게 운영되나.

A : “2014년 ‘웹툰(WEBTOON)’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었고, 기본적으로는 한국과 똑같다. 한국의 정식 연재에 해당하는 ‘오리지널’이 있고, ‘베스트도전(발굴 목적으로 자유롭게 운영되는 아마추어 작가들의 연재 게시판)’에 해당하는 ‘캔버스(Canvas)’가 있다. 현재 월간 이용자 수는 1400만 명이다(한국 네이버웹툰의 월간 이용자 수는 1억6700만명).”

Q : 미국은 인쇄 매체 만화가 주류다. 웹툰이 자리 잡는데 어려움은.

A : “미국엔 ‘웹툰’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그 전엔 인쇄 매체를 스캔해 보여주는 정도만 있었는데, 모바일에 익숙한 젠지(Gen Z·한국의 Z세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만화를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것이 통했다.”

Q : DC코믹스와 어떻게 손을 잡게 됐나.

A : “DC가 우리를 선택했다. 우리가 미국 청소년들한테 인기가 많은 게 매력이었던 것 같다. DC가 80여년 역사에서 보유 중인 많은 캐릭터가 있지만, 기존 코믹스로는 청소년층에 파고드는데 어려움을 느꼈고 이런 공간을 채우려 우리와 손잡고 싶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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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네이버 웹툰 미국 본사. [사진 네이버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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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미국만의 웹툰 분위기가 있나.

A : “다양한 인종이 사는 나라이다 보니 매우 다양한 장르와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최고 인기작 중 하나인 ‘로어 올림푸스(Lore Olympus)’는 그리스 신화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로맨스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것인데, 작가는 뉴질랜드인이다. 또 ‘언오더너리(unOrdinary)’는 그림체는 일본의 소년만화풍인데, 내용은 미국식 히어로물이다. 우리는 미국식 스시인 ‘캘리포니아 롤’이라고도 부르는데, ‘웹툰’이 만든 새로운 문화라고 본다.”

Q : 한국에선 웹툰이 영화·드라마로 만들어지는 등 새로운 콘텐트의 보고다. 미국은 어떤가.

A : “궤도가 비슷하다. 구독자가 500만명인 ‘로어 올림푸스’는 세계 최대 출판사인 펭귄북스에서 11월에 그래픽 노블로 출시됐다. ‘후키(Hooky)’라는 작품도 그래픽노블로 출간돼 10월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Q : 한국처럼 수십억 원을 버는 웹툰 작가도 나왔나.

A : “좋은 집과 차를 사는 20대 작가들이 나오고 있다. 요즘 미국에서 ‘웹툰에 연재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10~20대들이 적지 않다.”

Q : 한국 작품 중 미국에서 인기를 얻는 작품도 있나.

A : “웹소설로 출발해 웹툰이 된 ‘재혼황후’는 미국에서도 구독자가 200만명이 넘는다. 야옹이의 ‘여신강림’도 600만명으로, 그래픽노블 출시를 검토 중이다. ‘입학용병’은 한국 특유의 학원 액션물인데도 반응이 좋다.”

네이버웹툰의 이런 행보는 JYP엔터테인먼트의 일본 시장 공략과도 유사하다. JYP는 트와이스 등 K팝 걸그룹으로 일본에서 인기를 끈 뒤 일본에서 직접 일본 걸그룹 니쥬를 발굴 육성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른바 ‘한류 3.0’이라고 불리는 방식이다.

Q : 미국시장에서 네이버 웹툰의 궁극적인 목표는.

A : “디즈니 같은 회사가 되는 것이다. 이곳 독자들도 코인(한국 네이버웹툰의 쿠키)을 사서 돈을 주고 웹툰을 본다. 수익화에서 산업화로 넘어가는 차례다. 웹툰을 통해 ‘해리 포터’ 같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로스엔젤레스=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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