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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백신 안 맞으면 공부할 권리도 뺏나” 방역패스에 학부모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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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오미크론 복합쇼크]

청소년 내년 2월부터 학원 제한

이달 27일까지 1차 접종해야 출입

“기말고사 겹치는데 언제 다 맞나”

내년 2월부터 만 12~18세 청소년도 학원·독서실·스터디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을 출입하려면 방역패스가 있어야 한다는 정부 조치에 학부모·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 조치대로라면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맞지 않기로 한 학생은 학원이나 독서실에 갈 때마다 매번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학부모·학생들은 “사실상 ‘백신 접종 명령’과 다름없다”며 “백신 미접종자는 학원, 독서실 등에서 공부할 권리도 없느냐”고 말한다.

조선일보

12~17세 소아·청소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10월 18일 서울 양천구 홍익병원에서 학생들이 코로나19 백신접종을 위해 접수하고 있다. 2021.10.18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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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안모(48)씨는 “아이가 중3인데 몸이 약해서 백신을 맞히는 것에 대해 걱정이 크다”며 “백신 안 맞으려면 학원 갈 때마다 선별진료소 가라는 식의 조치는 개인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키우는 김모(45)씨도 “학원이 위험하다면 더 많은 학생이 모이는 학교는 전면 등교를 왜 고수하는 것이냐”면서 “등 떠밀려 백신을 맞히느니 학원을 안 보내거나 온라인 수업만 하는 학원을 찾겠다”고 했다.

학부모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와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 등에도 이런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반발이 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방역패스 반대’ 글은 5일 오후 정부 답변 기준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이 국민청원은 지난달 26일 자신을 대구에 사는 고2라고 소개한 학생이 쓴 글인데 “18세 이하 청소년에게도 방역패스를 적용하려 하는 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 “미접종자가 일상생활을 위해 이틀마다 코를 쑤셔가며 검사를 받아야 하느냐”는 내용이 담겼다.

학원업계도 반발한다. 한국학원총연합회(학총) 이유원 회장은 “학습권을 침해하는 조치인 데다 규모가 작은 학원들은 비대면 수업을 하는 설비를 갖추기가 어려워 경영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특히 12월 중순부터 기말고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해당 시기에 접종을 피할 가능성이 높아 2월 전까지 접종 완료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정부는 청소년 감염이 늘고 있어 방역패스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4주간 소아·청소년 10만명당 코로나 발생률은 99.7명으로 성인 발생률 76.9명을 웃돌았다. 특히 12~17세의 접종 완료율은 29.8%로, 90%가 넘는 성인의 접종 완료율에 크게 못 미친다.

자영업자도 불만이다. 대한자영업자연합회가 지난 4일부터 23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8% 이상이 방역패스 불응 운동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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