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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20년전 닷컴보다 버블 심해” 버핏의 오른팔 말에, 비트코인 대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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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 하루 새 1조원 투매

조선일보

비트코인 이미지/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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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지난 3일 밤 잠에 들었다가 4일 눈을 뜨자마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밤새 1만달러 가깝게 급락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뿐 아니라 거의 모든 가상 화폐 가격이 급락했다.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가상 화폐 시장에 대학살이 벌어졌다”고 했다.

미국이 긴축적인 통화 정책으로 돌아서고 오미크론 변이가 나타나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오른팔인 찰리 멍거 부회장이 “자본시장 거품이 심각하다”고 하자 갑작스러운 투매가 벌어진 것이다.

◇멍거 한마디에 비트코인 20% 이상 폭락

4일(현지 시각) 가상 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3일 최고 5만3000달러대였던 비트코인 값은 이날 한때 4만2000달러대까지 20% 이상 폭락했다. 이더리움도 장중 한때 15% 이상 급락하는 등 가상 화폐 시장 전체가 휘청거렸다.

로이터통신은 “투자자들이 이날 하루 동안에만 가상 화폐 시장에서 10억달러(약 1조1830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고 보도했다. 가상 화폐 데이터 플랫폼인 코인게코는 1만1392개 코인의 시가총액이 이날 15% 가까이 하락하면서 약 2조3400억달러(약 2768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4일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에 상장된 108개 종목이 모두 하락했다.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7029만원으로 출발했지만 오후 들어 한때 5600만원대까지 미끄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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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거 부회장의 한마디가 결정적이었다. 그는 3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최근 자본시장의 버블은 매우 심각하며,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 때보다도 심하다”며 “시장이 미쳤다”고 했다. 그는 이어 “특히 가상 화폐 관련 버블이 심각하다”며 “가상 화폐는 존재하지 말았어야 했고, 가상 화폐를 금지한 중국인들을 존경한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멍거 부회장이 방아쇠 역할을 했지만, 가상 화폐를 둘러싼 악재는 이미 쌓이고 있었다고 진단한다. 가상 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에 대한 공포가 선물시장에서 비트코인 투매가 벌어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11월부터 테이퍼링(돈 풀기 축소)에 들어간 것 역시 가상 화폐처럼 위험성이 높은 투자에는 불리한 여건으로 평가된다.

◇비트코인 값 추가 하락 경고

4일 폭락하기 전에도 가상 화폐 가격은 최근 한 달 사이 계속 조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9월 말 4만2000달러대에서 11월 초 사상 최고 가격인 6만9000달러선까지 거침없이 치고 올라갔다가 이후 한 달 사이 30% 가까이 떨어지며 꾸준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6만80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된 11월 9~11일과 비교하면 최근 가격은 2만달러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하고 있고 더 위험한 (가상 화폐에 대한) 투자에서도 손을 떼고 있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가상 화폐 가격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가상 화폐 대출 업체 넥소 창업자인 안토니 트렌체프는 “4만~4만2000달러 선을 지지하지 못한다면 3만~3만5000달러로 다시 내려갈 수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가상 화폐와 상관관계가 높은 기술주의 약세가 비트코인 가격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반등을 기대하고 추가 매입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6만달러대에 등정했다가 7월에 반 토막 났지만 다시 11월에 사상 최고치로 급상승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150개를 개당 4만8670달러에 추가로 사들였다고 밝혔다. 홍콩의 디지털 금융 서비스 기업 이코넥스의 저스틴 디애너선 대표는 “(4일 급락을) 기회로 여긴 많은 투자자가 추가 매수를 위한 현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4일 급락에 대한 반발 매수세가 힘을 얻으면서 비트코인 값은 한국 시각으로 5일 오후 4만9400달러대까지 회복했다. 국내에서도 업비트 기준으로 비슷한 시각 6200만원대로 반등했다.

[손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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