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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못 배우는 학생은 없어요…못 가르치는 코치만 있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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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고 지도자에 3회 연속 선정된 전현지 코치가 지난 4일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티골프스튜디오에서 자신의 골프 철학과 교습법에 대해 설명하며 환하게 웃어 보이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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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를 지도하면서 가장 힘들 때요? 제가 열심히 가르쳤는데 스윙이 잘 나오지 않을 때죠. 지금까지 만여 명 넘게 가르쳐 왔지만 그런 날에는 여전히 잠이 안 와요. '왜 교습이 잘 안 됐을까, 어떤 방법이 더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요. 이후 답을 찾아 효과를 봤을 때만큼 기분 좋은 순간이 없어요."

지난 4일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티골프스튜디오'에서 만난 프로골퍼이자 골프 지도자 전현지 코치(50)는 여전히 열정이 넘쳤다. 단 한 명이라도 실망하지 않고 꽉 막혔던 스윙에 대한 고민이 풀려야만 그도 마음을 놓을 수 있다. 스포츠교육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최고 지도자 과정인 클래스A도 꾸준하게 유지하고 공부하는 이유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내가 다양한 고민을 갖고 있는 스윙을 할 수 없으면 그 해결책도 찾아낼 수 없다"면서 "골프 교습가로서 최근 새롭게 달라지는 스윙을 연구하고 연습해 몸에 익혀야 한다"며 매일 스윙 연습도 거르지 않는다.

이런 열정은 전 코치를 '세계적인 교습가' 반열에 오르게 했다. LPGA 선정 최고 교습가 50인에 3회 연속 뽑힌 것이 말해주듯 그는 해외에서 더 많이 알아준다.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LPGA 코치 1800여 명 중 '최고의 50인'으로 꼽힌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유일한 한국인이자 미국에 거주하지 않고 이 상을 받은 단 한 명이라는 점도 그의 열정과 성과를 짐작하게 한다.

전 코치 이름이 해외에 알려진 것도 그의 열정 때문이다. 전 코치는 10여 년 전 신지애와 노승열 등을 가르칠 때 미국과 유럽 대회에 직접 선수들과 함께 가서 교습하고, 동시에 다른 지도자들을 보며 공부했다. 그는 "당시 현장에 여성 지도자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 남자였다. 그런데 그곳에서 동양에서 온 체구 작은 여성 지도자가 선수를 가르치고 있으니 얼마나 신기했을까"라며 "그때 만난 유럽 최고 교습가로 꼽히는 피트 코웬이 '너 정말 잘 가르치더라'라고 칭찬도 해줘 정말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지금도 전 코치가 운영하는 티골프스튜디오에는 수많은 외국 골퍼가 찾아온다. 그는 "이전부터 하버드대, 다트머스대, 프린스턴대 등 외국 학생들도 한국에 와서 골프를 배우고 갔다"며 "최근에는 UC샌디에이고 골프 선수 한 명이 코로나19로 격리 2주를 하면서까지 찾아와 두 달 반 동안 레슨을 받았다. 정말 열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전 코치 학생 중에는 선수와 우승을 꿈꾸는 골퍼도 있지만, 아마추어 골퍼들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그는 초등학교에 입학도 하지 않은 어린 골퍼에게도 인기가 많다. 최근에는 96세 아마추어 골퍼까지 방문해 비거리를 늘리고 싶다며 레슨을 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전 코치에게 배운 학생만 1만여 명. "한 번 배운 사람들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스윙은 다 기억한다"고 말한 전 코치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의 스윙을 고치고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서는 아직도 공부할 것이 너무 많다"며 웃어 보였다.

전 코치 이력은 누구보다 화려하다. 1994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팬텀오픈에서 우승하며 신인왕까지 차지했다. 이후 지도자로 변신한 그는 2001년부터 4년간 국가대표 코치를 지냈으며, 2003년에는 KLPGA투어 프로골퍼 최초로 LPGA 클래스A 자격을 취득한 뒤 그해 올해의 지도자상까지 수상했다. 또 그는 좀 더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어 스포츠교육학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전 코치의 '공부'는 끝이 없다. 그는 "LPGA에 교육 방법이 있다. 사람마다 시각, 청각, 움직임 등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법이 다양하다. 교습을 하기 전에 충분히 대화하면서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며 "내 골프 철학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다. '못 배우는 학생은 없다. 못 가르치는 지도자만 있을 뿐'이다. 이 생각이 내가 지금도 골프 교습과 관련된 공부를 계속하는 동력이 된다. 힘은 들어도 스트레스는 받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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