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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말 거는 한겨레] 뒤늦은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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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송호진ㅣ디지털미디어부문장

지난 11월23일 오후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편집국 내부의 집중도가 신문 제작에 쏠린 사이, <한겨레> 디지털 공간에서 예상하지 못한 오류가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휴대전화에서 한겨레 ‘모바일 누리집’에 접속해 기사들을 누르면, 기사의 절반 가까이가 잘려서 보이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마치 지면의 절반이 보이지 않은 채 신문이 인쇄되는 상황과 비슷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날은 ‘전두환 사망’을 다룬 한겨레 콘텐츠를 보려는 분들의 누리집 방문이 적지 않던 날이었습니다.

퇴근이 시작되는 오후 6시대는 휴대전화를 통한 뉴스 이용이 많아지는 때라 오류를 접한 디지털 담당자들의 긴장감이 높아졌습니다. 관련 부서들이 기민하게 움직여 20여분 만에 오류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 불편을 겪은 분들이 많았는데, 늦었지만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리고도 한겨레 누리집·페이스북 등, 어느 공간에서도 공개적인 사과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신문 지면에 실린 기사에서 작은 오류라도 발견되면 ‘바로잡습니다’ 코너를 통해 적극적으로 사과하면서도, 디지털에서 벌어진 오류나 불편에 대해선 한겨레가 무덤덤했다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당시 많은 분들이 실시간으로 ‘모바일 누리집’에 접속하셨는데, 어찌된 일인지 오류에 대한 불만이 한겨레에 접수됐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디지털 담당자로선 내심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그렇게 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한겨레 누리집에 들른 분들은 보통 2~3분간 머물다 가십니다. 만약 어떤 독자분께서 한겨레 ‘모바일 누리집’에서 발견한 오류를 적극적으로 신고하려 하셨다면, 최대 3분의 인내를 갖고 그 방법을 찾으셨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겨레 ‘모바일 누리집’ 왼쪽 상단에 있는 메뉴를 누르면 ‘(기사) 제보’ 코너가 보이긴 해도, 여기에 각종 불편사항까지 신고해도 되는지 머뭇거리셨을 겁니다. ‘피시(PC) 버전 누리집’으로 바꿔준 뒤 맨 밑으로 내려가 ‘고객센터’를 누르면 ‘오류신고’ 코너를 찾을 수 있지만, 거기까지 이르진 못하셨겠죠. 최대 3분의 인내심을 갖고 이런저런 방법을 찾다가 우리 누리집에서 길을 잃고, 결국 언짢게 나가지는 않으셨을까. 디지털에서 독자와 소통하는 방안을 제대로 마련하는 것조차 부족했습니다.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 부분입니다. 한겨레를 포함한 언론사의 디지털 공간에서 불편을 겪어도 별로 놀랍지 않으며, 그래서 굳이 오류를 신고하는 ‘수고와 노력’을 할 필요도 없다는 냉담함은 아니었을까.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사용자 편의성, 때가 되면 하나라도 더 좋아지는 사용자 환경에 익숙한 분들에게 언론사는, 특히 한겨레 디지털 공간은 ‘업그레이드’를 주저하거나 느긋한 곳으로 보이는 건 아닐까.

얼마 전 독자 몇분이 직간접적으로 주신 의견들이 있습니다. ‘디지털 기사에서 오탈자나 오류가 보이면 그 기사에서 바로 신고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달라, 속도가 느려 내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중에 한겨레 앱부터 지운 지 오래됐다, 한겨레 기사·칼럼을 공유하려고 한겨레 홈페이지에서 검색해 찾으려면 잘되지 않는다, 오래된 한겨레 검색 환경을 바꿔달라….’

이런 말씀을 한 분도 있었습니다. ‘국민의 힘으로 만든 한겨레는 창간 자체가 파격이었다, 한겨레가 곧 벤처였다, 가로쓰기·한글전용 등 혁신의 시도가 언론 변화를 이끌었다, 그런데 지금 당신들은 한겨레의 디지털 환경 개선을 위해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가.’

한겨레 디지털 공간에서 벌어지는 불편사항들은 중장기적으로 해결할 과제가 아니라, 독자분들이 지금 겪는 실시간의 문제들입니다. 해결 가능한 것부터 하나하나 풀어가겠습니다. ‘볼만한 콘텐츠’를 강화하는 것 못지않게 한겨레의 디지털 환경을 개선하는 투자도 적극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언론사의 탈포털’도 포털사이트에서 나온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독자(사용자)가 수긍할 만한 디지털 환경을 언론사가 서둘러 준비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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