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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되는 근로기준법, 산업구조·노동형태 변화에 맞게 고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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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플랫폼 종사자 220만명 넘어 어떻게·어디까지 보호할지 입법 시급

기존 노조, 공정성 측면서 반성 필요···차기 정부서 노동유연화 논의를

중대재해법은 예방이 목적···내년 '지방 일자리 인센티브' 시행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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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후년이면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지 70년입니다. 산업구조, 노동 형태의 변화에 맞게 고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적 합의 등의 이유로) 당장은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인데 (정부도) 70주년 비전은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는 2023년 한국 노동법의 근간인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지 70년을 맞는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한다’는 제1조에서 보듯이 노동자가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와 노사 관계의 기본 사항을 담고 있다. 그러나 70여 년 전 기준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신산업 대두, 노동 형태 변화 등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이 ‘공장 시대의 노동법’이라는 평가에도 별다른 이견이 없는 이유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전통적인 노동자의 개념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며 현행 노동법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고용과 노동을 담당하는 안 장관 앞에는 현안이 차고 넘친다. 청년들은 원하는 직장이 없다고 아우성이고 코로나19 이후 경영난이 심각해지면서 기업들의 고용 여력은 더욱 나빠졌다. 내년 1월부터는 중대산업재해를 일으킨 기업 오너와 경영 책임자가 형사 처벌될 수 있는 중대재해법까지 시행되면서 산업계의 우려가 크다. 대선을 앞두고 노동계의 목소리도 어느 때보다 높다. 안 장관은 “노동 문제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게 가장 어려운 점”이라며 “지속적으로 상대방을 만나고 들으면서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책 결정의 단호함만큼 이해 당사자를 잘 설득하고 조율하는 섬세함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대담=김정곤 사회부장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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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안 장관이 고용부 장관으로 낙점됐을 때 경영계뿐 아니라 노동계에서도 이례적으로 환영 논평을 냈다. 안 장관은 취임 직전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내면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3개월 →6개월), 노사정 코로나19 위기극복협약 등을 이끌어냈다.

안 장관은 “공직 생활 30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노동 문제에 얽힌 이해 관계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라며 “과거보다 노동 문제가 복잡다단해지면서 더 많은 이해관계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계·경영계·정부 모두 ‘나와 생각이 다르다’라고 인식하고 성숙해져야 한다”며 “사회적 대화는 거창한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만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사 관계를 관통하는 핵심 화두인 노동 개혁도 결국 노사정 간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통한 대타협을 통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노동 개혁에 대한 안 장관의 생각은 어떨까. 독일·스웨덴 등 노동 선진국은 노동 유연성을 확보해 실업과 경기 침체를 해결했다. 하지만 한국은 ‘노동 유연성=해고’라는 프레임에 갇혀 논의를 시도하기조차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분절인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안 장관은 노동 유연화에 대해 “코로나 위기 등 현상에서 이야기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도 “(문재인) 정부는 고용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 뒤 노동 유연성을 고민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들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중심으로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한 업종이 늘었고 올해부터 취약 계층을 위한 실업 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신설됐다. 안 장관은 “사회안전망이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 유연화를 하면 노사 균형이 깨진다”며 “현 정부에서 사회안전망이 꽤 강화된 만큼 다음 정부에서는 (노동 유연성에 대해) 논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 개혁 논의의 출발점은 노조에 대한 접근이다. ‘귀족 노조’라는 말이 생길 만큼 대기업과 공공 부문으로 성장한 거대 노조의 기득권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안 장관은 올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노조의 등장을 의미 있는 변화로 판단했다. MZ세대 노조는 기존 노조처럼 정년 연장이 아니라 공정한 보상과 경쟁을 추구한다. 안 장관은 “MZ세대 노조의 등장은 기존 노조가 MZ세대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공정성 측면에서 기존 노조가 반성할 지점이 많다”고 했다. 이어 “MZ세대가 추구하는 방향을 기존 노조도 수용해야 한다”며 “‘그들만의 리그’라는 평가까지 있는데 노조도 (우리 사회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장관은 6월 취임 이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노동법 개정에 대한 화두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는 당시 근로기준법 개정과 관련해 “5인 미만 사업장도 적용을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법적 보호는 필요성에는공감하지만 적용 사업장의 어려움이 눈에 보이는 논쟁적인 사안이다. 2019년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 5명 중 1명꼴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 안 장관은 “근로시간, 휴일, 수당, 괴롭힘, 해고 제한 등 모든 환경에서 가장 열악한 근로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며 “영세사업장의 부담이 클 수 있지만 최소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될 시점”이라고 재차 언급했다.

안 장관의 고민은 제반 노동환경의 급속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근로기준법 변화의 필요성을 밝힌 것도 마찬가지다. 산업이 달라지면 일자리부터 바뀐다. 올해 고용부 조사에서 배달·배송·조리 등 플랫폼 종사자는 220만 명으로 파악됐다. 전체 취업자 2,588만 명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급속히 늘었다. 하지만 어떻게, 어디까지 보호해야 할지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당장 정부와 여당이 플랫폼 종사자 보호의 첫 발로 여긴 관련 법도 연내 입법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안 장관은 “플랫폼보호법은 조속히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며 “여야 모두 입법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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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이면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가 구속될 수 있는 중대재해법이 시행된다. 경영계는 ‘공포스럽다’는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 어느 수준까지 인력·비용을 쏟아부어야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할지 너무 막막하기 때문이다. 안 장관은 “모법에서 정한 시행령을 만드는 고용부 입장에서 한계가 있었지만 최대한 구체화하려고 노력했다”며 “법이 시행된 이후도 현장과 소통하면서 보완 등을 고민하겠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중대재해법 설명회를 열고 가이드라인·해설서까지 제작해 국민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 장관은 “중대재해법은 처벌이 아니라 사망 재해를 줄이는 게 목적”이라며 “시행령에 규정된 안전보건관리체계 사항 일곱 가지만 지키면 우려하는 대로 처벌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자가 안전한 일터를 만들려는 의지를 갖고 근로자와 함께 위험 요인을 먼저 파악하고 개선하는 게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골자다. 고용부는 내년 산재 예방예산도 1조 922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까지 늘렸다. 2019년(3,644억 원)과 비교하면 200%가량 급증했다. 예산의 대부분은 제조업의 노후하고 위험한 공정을 개선하는 사업과 중대재해법 컨설팅에 사용된다. 안 장관은 “기업에 의지만 있다면 무료로 중대재해법 컨설팅을 받게 할 것”이라고 했다.

안 장관은 장관으로서 임기 내에 반드시 해결하고 싶은 일 역시 중대재해 감축을 꼽았다. 고용부가 7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한 ‘현장점검의 날’은 벌써 10회를 맞았다. 전국 노동지청 산업감독관이 직접 건설 현장을 찾아 안전모 착용부터 시설물 위험까지 일일이 지도했다. 안 장관은 “지난해 사망 산재의 절반이 추락·끼임같이 기초적인 안전 수칙만 지켜도 예방할 수 있는 사고였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취임 때부터 사망 산재만큼은 반드시 줄여야겠다고 다짐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가 중대재해를 줄이는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청년 일자리 해법을 묻자 의자를 테이블로 바짝 끌어당겼다. 안 장관은 “고용지표가 좋게 나왔지만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좋은 일자리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장관은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정책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장관 취임 이후 고용부는 청년의 일 경험을 늘리기 위해 기업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면접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안 장관은 지방 소멸 현상으로 일자리 위기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구상 중인 복안을 처음 공개했다. 안 장관은 “내년부터 지방자치단체의 청년 일자리 활성화 노력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시행할 계획”이라며 “지자체가 일자리 대책을 만들면 고용부가 평가해 지원 사업 가점을 주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 훈련을 아무리 잘 받아도 수도권에 기업이 몰려 있어 이대로는 지방의 고용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He is...

△1963년 강원 홍천 △1982년 춘천고 졸업 △1989년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89년 행정고시 33회 △2010년 대통령비서실 고용노사비서관실 선임행정관 △2011년 고용노동부 대변인 △2011년 중부지방고용노동청장 △2014년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 △2016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 △2017년 고용부 노동정책실장 △2019년 고용부 기획조정실장 △2019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 △2021년 5월~ 고용부 장관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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