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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고발 사주' 수사 난항…'판사 사찰'에 눈 돌리는 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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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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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사주' 의혹 핵심 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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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들여다보는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윗선' 수사 전망이 어두워지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입건된 다른 사건 수사가 주목받는다. 윤 후보 연루 사건을 다수 입건한 공수처는 '판사 사찰' 의혹을 중심으로 그의 혐의를 입증하고자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수처는 9월 초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검사)과 윤 후보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해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부장판사는 3일 "피의자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보이는 반면 구속 사유와 필요성, 정당성에 대한 소명이 충분치 않다"며 손 검사에 대해 두 번째로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세창 영장전담부장판사도 마찬가지 이유로 10월26일 첫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공수처는 2차 영장에서 1차 때와 달리 손 검사로부터 고발장 작성을 지시 받은 '성명 불상'의 검사 이름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혐의 입증을 위한 사실 관계나 법리 설명을 명쾌히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청한 법조인은 "'소명 부족'이라는 말은 수사가 덜 됐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직권남용죄는 상급자가 자신의 직무 범위에 속하는 일을 하급자에게 부당하게 시켰을 때 성립된다"며 "고발장 작성, 판결문 검색이 직무 범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 검사라면 검색 가능한 개인의 과거 판결문이 공무상 비밀 자료인지도 의문인데, 법리 적용부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검사 혐의 입증 난항으로 '윗선'인 윤 후보 조사도 어려워졌다. 손 검사는 공수처가 자신의 이메일 등에 대한 압수수색 전 피의자 참여 통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법원에 준항고를 제기했다. 절차적 문제를 제기한 준항고가 인용될 경우 "고발 사주 수사가 무리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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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대위 출범을 앞두고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로 들어오고 있다. 2021.12.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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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조만간 고발 사주 수사를 일단락 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가 손 검사 혐의가 있다고 보는 만큼 공무상비밀누설죄를 우선 적용해 기소한 뒤 직권남용 혐의나 윤 후보 연루에 대해서 추가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이 대선 후보 등록일 이후 개표 종료시까지 후보자 신분 보장을 규정해 2월 중순 전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장기화될 수 있다.

공수처는 향후 '판사 사찰'이나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수사 방해' 의혹 등 사건에 수사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판사 사찰 의혹은 서울행정법원이 10월 윤 후보의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주요 재판부 판사들의 개인정보를 담은 문건 작성·지시가 부적절했다고 판결한 만큼 수사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는 사건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고위 검찰 간부를 지낸 변호사는 "행정법원 판결은 해당 사안이 '징계감'이라는 것이고 법무부 수사 의뢰를 받은 서울고검은 '무혐의' 처분했다"며 "공수처가 위법이라고 판단한 증거와 법리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수사 방해' 의혹 사건 수사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공수처는 검찰총장이던 윤 후보로 인해 수사에서 직무 배제됐다는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검사)을 참고인 신분으로, 전 대검 차장검사인 조남관 법무연수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며 진척을 보였다. 최근 윤 후보에 대한 서면 조사를 실시하면서 수사가 마무리 수순에 이르렀다.

이 사건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윤 후보에 대한 징계 청구 사안으로 제시했으나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가 무혐의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공수처가 혐의점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윤 후보 측은 최근 서면 조사 답변에서 "법령에 따른 정당한 권한을 행사했다"며 "법리적으로는 수사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추후 소환을 위해 먼저 서면조사를 한 것"이라는 관측과 "주요 피의자 서면 조사가 소환 조사로도 혐의 입증이 어려울 때 택하는 방법인 점을 감안하면 무혐의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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