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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메타버스와 인테리어가 만나면...우리 집 밝기, 소음까지 예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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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드로우 이주성 대표 인터뷰]
평면도에 가구 놓고 3D로 예측 '아키스케치' 개발
시공간에 따른 빛, 교통량에 따른 소음 등
환경 데이터까지 3D에 입히는 연구 중
"디테일한 정보 제공이 메타버스 향배 갈라
결국 현실과 가상 구분 무의미해질 수도"
한국일보

메타버스를 인테리어에 접목한 서비스 '아키스케치'로 어린이방을 꾸민 모습. 2차원 평면도를 3차원으로, 다시 실사이미지(4K 렌더링)로 변환하며 최적화된 인테리어를 찾을 수 있다. 아키드로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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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Metaverse)'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보통 나를 대변하는 가상의 캐릭터를 3차원(3D·입체) 가상공간에서 실현하는 것으로 이해하실 거예요. 온라인 게임처럼요.

메타버스는 1992년 공상과학소설(SF)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현실과 닮은 3D 세계로 접속할 수 있는 범용 인터넷'이란 개념으로 세상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약 30년이 지난 지금 메타버스가 다시 떠오른 건 3D 기술이 고도화되는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페이스북은 메타버스를 차세대 주요 소셜 플랫폼으로 보고 회사 이름을 '메타'로 바꾸기까지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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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 선생의 귀국 환영회가 76년 만에 메타버스(가상세계)에서 열린다. 서울역사박물관은 23일 오후 4시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에 구현한 경교장에서 김구 선생 귀국 환영회를 개최한다고 17일 밝혔다. 사진은 메타버스에 구현된 김구 선생 귀국 환영회 장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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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를 접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인테리어도 그중 하나고요. 내 공간을 스스로 창조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도, 고가의 가구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비전공자에겐 실패의 부담이 큰 게 인테리어인데요.

메타버스를 이용하면 가상현실에 가구를 미리 배치할 수 있어 위험 부담이 줍니다. 복잡한 2차원(2D·평면) 도면보다 3D로 보는 게 이해도 쉽고요.

갓 세 돌이 지난 딸을 둔 저는 늘 인테리어 고민을 달고 사는데요. 특히 장난감, 교구들에 점령당하고 있는 거실 정리가 어렵습니다. 과한 정보(TMI)지만 고양이 두 마리의 스크래처가 된 소파가 최근 내려앉기까지해 새 인테리어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거실을 새로 단장하기 전인 지난달 8년 차 스타트업 아키드로우 이주성 대표와 간예지 디자이너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만나고 왔습니다. 그곳에서 3D 기반 인테리어 서비스인 '아키스케치'도 경험해 봤습니다.

메타버스를 이용한 어린이방 인테리어



그날은 맛보기로 아키스케치를 이용한 어린이방 꾸미기를 해 보았습니다. ①현재 셀프 인테리어 사이트 '오늘의집'에서 아키스케치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요. 저도 오늘의집을 통해 체험해 봤습니다.

평면도를 미리 준비하진 못했지만, ②다행히 검색만으로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평면도를 불러올 수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아키스케치에 우리나라 아파트의 평면도가 다 저장돼 있고 모두 3D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구 데이터도 늘려 가는 중입니다.

미리 꾸며진 어린이방에 가구 하나만 새로 들여보았습니다. ③검색창에 '키즈'를 입력하면 어린이방에 놓을 수 있는 다양한 가구들이 제시되는데요. 그중 서랍(캐비닛) 하나를 선택해 벽면에 배치해 보았습니다. 2D 도면에 배치해 3D로 변환해 볼 수도 있고, 3D에 먼저 배치한 후 2D 화면에서 세부 조정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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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인테리어 사이트 '오늘의집' 이용자들이 아키스케치로 만든 투룸 인테리어 시안. 오늘의집 사이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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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아키스케치가 다른 유사 서비스들과 차별화되는 건 실사화(4K 렌더링) 기술"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도면을 1, 2분 내에 렌더링하려면 자체 3D 엔진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국내에서 3D 엔진을 보유한 업체는 우리가 유일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회사들은 '유니티(Unity)' 같은 외국 엔진을 이용하기 때문에 기술 개발에 제약이 있다"고 덧붙였고요.

3D 엔진은 다양한 3D 기술들을 구현하는 장치입니다. 3D 엔진으로는 렌더링뿐만 아니라 증강현실(AR)도 만들 수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포스트 작성 프로그램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울 듯합니다.

렌더링은 3D 이미지가 낯선 이용자들이 인테리어를 가늠하기 좋은 기술이었습니다. 날짜, 시간을 조정해 '낮과 밤' 또는 '사계절 변화'에 따른 방의 모습을 비교해 볼 수도 있었습니다.

메타버스의 미래: 시공간에 따른 빛, 소리까지 구현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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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아키스케치 서비스를 이용, 롯데홈쇼핑에 공급했던 프리미엄 캠핑장 콘텐츠. 소비자들은 이곳에서 캠핑 용품을 둘러보며 직접 구매도 할 수 있었다. 아키드로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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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개발(렌더링 기술은 2019년 추가)된 아키스케치는 이미 우리 소비 생활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엔 실존하는 프리미엄 캠핑장을 메타버스로 만들어 소비자들이 그 속에서 캠핑 용품을 둘러보고 구매할 수 있는 콘텐츠를 롯데홈쇼핑에 공급했습니다.

지난달 26일부터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10층 문화홀과 현대백화점 입점 브랜드 제품을 3D로 구현하는 행사도 진행한다고 해요. 소비자들이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쇼핑할 수 있는 이른바 '메타버스 기획전'을 진행하는 겁니다. 기획전에선 아키스케치 이전 아키드로우의 주력 기술이었던 AR을 체험해 볼 수도 있습니다. 백화점에서 실제 판매하는 가구를 집에 배치해 보는 식이라고 하네요.

아키드로우의 3D 구현 기술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자 입장에서도 꽤 쓸모가 있다고 합니다. 생산할 가구의 3D 이미지를 통해 실제 쓰임새를 가늠하며 오류를 줄여나갈 수 있고, 유통 단계에서도 제품의 특장점을 소비자에게 좀 더 쉽게 이해시키기 쉽기 때문이죠.

3D 기술이 이처럼 가구의 제조, 생산, 유통 단계에서 두루 쓰인다는 점에 착안해, 아키드로우는 지난해부터 700여개 가구회사들이 가입돼 있는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에 3D기술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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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성 아키드로우 대표. 더브리즈커뮤니케이션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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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드로우는 더 나아가 시공간에 따른 빛의 세기·방향, 교통량에 따른 소음, 빗소리 등을 구현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A아파트 B동 C호의 12월 오후 2시'의 빛, 소음 데이터까지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도록 만든다는 말입니다.

이 대표는 "환경 데이터를 포함, 집에 누가 몇 명이나 거주하는가에 따른 최적화된 방 배치 서비스도 연구 중"이라며 준비 단계로 인공지능(AI) 기반의 인테리어 상담 사이트 '시숲(seesoop)'도 운영한다고 했습니다. 인테리어 최적화율을 높이기 위한 데이터 수집 작업의 하나인 셈입니다.

이 대표는 "이런 디테일한 정보들을 얼만큼 제공할 수 있나가 메타버스의 향배를 가를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메타버스 적용 분야를 패션, 자동차, 게임,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등으로 확장하며 궁극적으로 "물리적인 공간(현실)과 가상(메타버스)의 구분이 없는 시대를 내다보고 있다"고도 했고요.

3D에 세부적인 환경 데이터를 입히는 작업이 성공한다면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무의미한 시대가 정말 올지도 모릅니다. '메타버스의 확장판'이 펼쳐지는 셈이죠.

실현 가능성을 묻자 이 대표는 "지난 7년 동안 기본이 되는 3D 엔진 구축 작업에 집중해 왔고, 확보된 데이터들도 많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다만 "AI에 어떻게 학습시키느냐, 학습의 결과 AI가 내놓은 예측값이 얼마나 잘 들어 맞나라는 부분에서 허들(장벽)이 있을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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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스케치로 기자가 직접 꾸며 본 거실. 거실과 맞지 않는 불필요한 가구를 뺀 뒤 소파를 작은 사이즈로 바꾸고 가벽을 세워 어린이 공간과 공용공간을 구분해 봤다. 아키스케치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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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아키스케치를 이용한 거실 꾸미기를 해 봤는데요. 무엇보다 제 인테리어 구상들을 언제든 다시 꺼내 볼 수 있다는 점이 편리하더라고요. 아직 배치해 볼 수 있는 가구가 한정적이긴 했지만, 비슷한 이미지의 다른 가구로 대체할 수 있어서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습니다.

메타버스의 현재: 회의, 취업박람회, 성묘까지 가상세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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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에스파(aespa).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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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는 코로나19라는 기폭제를 만나 일상으로 빠르게 스며드는 중입니다. 가상에서 회의를 열고 취업박람회를 개최하거나, 메타버스에서 성묘를 하는 사람들도 생겼죠.

특히 팬들과의 소통이 중요한 연예계의 경우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 중입니다. 확장현실(XR) 콘텐츠 제작사 자이언트스텝은 가수 아이유씨의 팬미팅을 가상공간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진행했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 메타버스 팬미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자이언트스텝은 지난해 데뷔한 SM엔터테인먼트 아이돌그룹 에스파(aespa)의 아바타 '아이(ae)'도 제작했습니다. 에스파는 현실의 멤버들이 가상세계 '광야'에 존재하는 ae들과 소통하며 '블랙맘바'를 쫓는다는 독특한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데요.

에스파 멤버 8명이 현실과 광야를 끊임없이 오고 가는 뮤직비디오를 보면,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이미 무의미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키드로우가 말한 메타버스의 미래처럼요.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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