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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준석은 대선까지 과잉 자아를 억누를수 있을까 [노원명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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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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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김종인씨와 이준석 대표를 끌어안은 것을 놓고 야권 지지층 일각에선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또 다른 일각은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윤석열이 내년 3월 이기든 지든 12월3일 저녁 '울산 불고기 회동'이 승부의 분수령이 되었다고 신문들은 쓰게 될 것이다. 그건 결정적 선택이었다.

윤의 선택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누구라도 비슷한 길을 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투 중에는 군법회의를 자제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맞는다. 특히 전세가 박빙일때는 내부 갈등으로 전력을 소모하는 일을 피해야 한다. 지난 일주일 이준석의 행태는 군으로 치면 군무이탈, 나아가 이적행위에 해당하는 심각한 비행이었지만 선거를 위해 덮었다. 이번 봉합은 윤의 지지율 하락세를 멈추고 재반등시킬 소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잘한 일이다. 그러나...

대선까지 꼭 3개월이 남았다. 선거에서 석달은 긴 시간이다. 여러 일들이 일어날수 있다. 나는 두가지 관전 포인트를 갖고 지켜볼 것이다. 첫째 김종인이 총괄하는 국민의힘 선대위는 과연 3개월 동안 쪽박 깨는 소리를 내지 않을수 있을 것인가. 둘째 이준석은 과연 3개월동안 평정심을 유지할수 있을 것인가.

인간은 잘 변하지 않는다. 자기 의지로 본능을 꽤 오래 억제하는 인간도 있고 그렇지 못한 인간들도 있다. 대선까지 캠프 참가자들은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와 감정의 기복을 경험하게 된다. 본능을 억누르기에 적합한 환경이 못된다.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은 이견을 참아줄수 있는 성격인가. 윤석열 주변의 '머리 큰' 측근들, 그리고 김병준·김한길 등은 김종인의 독선을 잠자코 봐줄 사람들인가. 총괄선대위원장의 '전권'에 대한 해석부터 제각각일 것같다. 싸움붙이기를 좋아하는 언론은 이런 틈을 후비고 또 후빌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들이다. 제각각 속에 품었을 야심과 이익을 위해 당장의 불쾌감을 참을 정도의 노련함은 있을 것이다. 물론 한국 보수진영의 분열주의적, 소아병적 행태는 때로 이런 소박한 기대마저 허물때가 있다. 그러나 1년도 아닌 3개월이고 그들은 성숙한 어른들이 아닌가. 3개월도 못참는다면 인생 헛 산 것이다.

반면 이준석에게 3개월은 몹시 길어보인다. 올해 6월 당 대표가 되고 나서 그는 신뢰 가는 면모를 일절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여당의 실정을 공격하는 대신 주로 윤석열 후보 진영과 다투었다. 그는 끊임없이 방송에 나가고, 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SNS에 글을 올린다. 그 말이 대부분 윤석열과 당 내부를 겨냥한 것이었다.

그는 자아도취적 경향이 강해보인다. 이런 성격은 공적인 일을 맡기에 부적합하다고 할 수 있는데 '더 나은 세상'보다는 '지옥이라도 내가 중심인 세상'을 바라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중에는 이준석이 내년 대선 승리를 바라는지조차 의심하는 사람들이 꽤 된다.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 페북글과 며칠의 잠행은 그 의심에 확신을 더했다. '지옥'이 무서워 대선에서 이겨야한다고 생각하는 국힘 지지자들과 달리 그는 본인이 중심에 설 수 없으면 판을 깨는 일을 서슴치 않았다. 그 결과가 지옥이라도 말이다.

3일 저녁 불고기회동후 윤석열, 이준석, 김기현 3명이 불콰해진 얼굴로 손 잡은 사진은 보기에 좋았다. 그 이튿날 부산유세 분위기도 좋았다고 한다. 그러나 '화해 이벤트' 효과는 길어야 며칠이다. 그 다음엔 일상 전투 모드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준석의 도취적인 자아는 이번 회동으로 한껏 고양되었다. 어떤 이들은 '잘한다, 잘한다' 하면 진짜 잘하기도 한다. 이준석은 고양된 자아를 대선 승리를 위한 전투력으로 환원시킬수 있을까. 아니면 대개의 나르시시스트들이 그러하듯 어느순간 자기애로 돌아가 내부총질하는 사고를 쳐 댈 것인가. 이준석은 앞으로 3개월 자신의 자아와 싸워야 한다. 이기면 기회가 생길 것이고, 지면 너절해질 것이다.

[노원명 오피니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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