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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리뷰-영화 '티탄']감각적 영상미, 파격적 이야기 속에 사랑과 구원의 의미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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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과 함께 골절 부위에 철심을 박는 모습을 연상케 하듯 티타늄으로 뇌를 고정하는 수술 장면이 관객을 맞는다. 그 뒤로 인간과 무생물, 남성과 여성, 삶과 죽음 혹은 생명의 탄생과 살인 같은 언뜻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것들이 불과 물, 기름 등 강렬한 이미지에 실려 함께 등장한다. 중반까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토리의 흐름은 신선한 자극을 주든 길 잃은 혼란에 빠트리든 극단적이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전개다. 올해 열린 칸 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큰 화제를 모은 영화 ‘티탄’ 이야기다.

‘티탄’은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은 파격적이고 유례가 없는 스타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며 충격을 선사하며, 인간의 욕망과 본성, 젠더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영화는 주인공 알렉시아(아가트 루셀)가 어린 시절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에 티타늄을 박는 수술을 받고 퇴원할 때부터 자동차와 독특한 유대감을 갖게 되면서 시작한다. 성인이 된 후엔 성폭행하려는 남자를 우발적으로 죽인 걸 비롯해 연쇄 살인까지도 저지르게 된다. 급기야 자동차와 성관계를 갖기까지 하고, 그 후 몸에선 검은 기름이 흘러나오고 임신한 듯 배는 불러온다. 영화는 남장을 해서 신분을 위장한 알렉시아가 10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던 소방대원 뱅상(뱅상 랭동 분)과 조우하게 되면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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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은 언뜻 단순해 보이는 스토리 위에 화려한 비주얼과 미장센, 감각적인 소리를 끼얹으며 보기 드문 영상미를 만들어낸다. 알렉시아가 차량 위에서 춤을 추는 모터쇼 장면은 화려한 색채감이 돋보이며, 수시로 나오는 화재 장면, 자동차와 성관계를 갖는 장면 등등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디 호러’라는 장르를 표방하는 작품답게 잔인한 표현 수위다. 칸 영화제에선 “급진적인 공포의 비전을 제시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살인사건이 계속해서 벌어지는 만큼 수시로 피가 튀기며, 그 묘사도 디테일하다. 불꽃, 자동차 같은 사물에 다채로운 상징과 은유를 집어넣기도 했다. 자동차 충돌의 순간 성적 흥분을 느낀다는 설정을 통해 자동차와 섹슈얼리티 간 관계를 탐구했던 영화 ‘크래쉬’ 등을 만든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영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잔인한 장면과 감각적 이미지를 걷어내고 나면 ‘티탄’은 가족 간의 사랑과 구원의 의미를 묻는 영화이기도 하다. 알렉시아는 아버지로부터 사랑을 갈구하지만 얻어내지 못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 탓인지 다른 사람들과도 제대로 교감하는 법을 모르며, 쉽게 사람을 죽인다. 하지만 무뚝뚝한 듯 살가운 성격의 뱅상과 함께 지내는 동안 사랑을 비롯한 감정의 교감을 느끼게 되면서 달라지는 모습을 보인다. 죄를 지은 알렉시아는 과연 구원받을 수 있는가, 이에 대해서도 감독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뱅상이 한 마디의 대사를 뱉는 마지막 장면은 그런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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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쿠르노 감독조차 황금종려상 수상 소감을 통해 “다양성을 불러내고 괴물을 받아들여 준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을 정도로 ‘티탄’은 올해의 문제작 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 새로운 자극을 주는 파격적인 스타일만으로도 적지 않은 성취를 보여주지만, 극도로 호불호가 엇갈리는 일은 불가피해 보인다. 9일 개봉.

박준호 기자 사진 제공=영화특별시SMC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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