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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중국, '제2의 장진호' 만든다...애국주의 영화 제작 적극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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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 중국 영화 장진호 박스오피스 수익 1.6조원

장진호 흥행에 고무된 중국…'항미원조' 영화 줄 잇는다

아직 해외에서 기 못 펴는 중국 영화...도전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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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진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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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억9200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조610억원.'

지난 11월 24일 오후 5시(현지시간)까지 애국주의 영화 ‘장진호(長津湖)’가 거둬들인 박스오피스 수익이다. 개봉 두 달 만에 거둔 성과다. 국경절 황금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0월 7일 오전만 해도 '장진호'의 누적 박스오피스 매출은 31억2400만 위안(약 5828억원)이었다.

이는 2017년 영화 '특수부대 전랑2(战狼2)'가 기록한 역대 중국 박스오피스 수입 1위 성적인 8억8200만 달러를 뛰어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영화이기도 하다.

장진호는 중국군이 참전한 6·25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꼽히는 장진호전투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1950년 미국 해병대 제1사단 등 연합군 1만5000여명이 함경남도 장진호 일대에 매복한 중국군 8만5000명의 포위 공격을 뚫고 흥남으로 퇴각했다. 영화에서는 이를 중국군 병사들의 희생으로 인천상륙작전 이후 압록강까지 밀렸던 전세(戰勢)를 반전시킨 것으로 묘사했다.
◆中 당국, 5년 안에 영화 스크린 10만개 목표...영화산업 적극 지원

중국 현지 언론들은 '장진호'가 중국 및 세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고 일제히 선전하며 중국의 '영화 강국' 실현에 한 발짝 다가섰다고 자평했다. 또 제임스 본드 시리즈인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제친 점도 집중 조명했다.

'장진호'의 흥행에 영화 배급사 측은 상영 기간을 한 달 더 연장하고 드라마로도 제작된다고 밝혔다. 또 속편인 '장진호 : 수문교'도 잇달아 개봉하며 흥행 열기를 이어가려 하고 있다. 업계에선 지금 추세로 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지 않는 한 '장진호' 박스오피스 수익이 60억 위안을 돌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진호' 시리즈 외에도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여러 편의 애국주의 영화가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관영 중앙방송(CCTV)이 지난해 한국전쟁 참전 70주년과 올해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제작·방영한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다'가 영화로 만들어져 곧 개봉할 예정이며, 중국 영화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장이머우(張藝謨) 감독이 딸 장모(張末) 감독과 공동 연출한 영화 '저격수' 역시 내년 초 춘제(春節·중국 설)에 맞춰 개봉을 앞두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쟁을 다룬 애국주의 영화의 성공에 한껏 고무된 상황이다. 이에 중국 당국은 '제2의 장진호'를 만들기 위해 적극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 국가영화국은 최근 14차5개년(2021~2025년) 계획 기간 창당 100주년, 창건 80주년 등과 같은 중요한 정치적 이정표를 기념하기 위해 영화사들이 중국 역사, 사회주의, 개혁·개방 시기 등 주제의 영화를 제작하고 중국 내 현(縣)급 이상 도시에 소재한 영화관은 '주선율(主旋律·당과 국가를 선전하는 장르)' 영화를 1개 이상 상영관에 할당하도록 지시했다.

중국 국가영화국은 "이념적, 예술적 수준이 높은 주선율 영화 상영을 지원해, 중국 영화 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2035년까지 영화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영화 스크린을 10만개 이상 확장하고 제작비 1500만 달러 이상의 영화를 매년 50편 이상 선보일 계획이다. 국가영화국 통계에 따르면 9월 말까지 중국의 스크린 수는 8만743개, 영화관 수는 1만4235개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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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녕 리환잉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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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열광하지만...해외에선 아직 기 못 펴는 중국 영화

중국은 일찍이 할리우드를 제치고 세계 영화 시장을 제패했다. 세계 영화 시장의 중심이 미국 할리우드 대신 ‘찰리우드(CHOLLYWOOD)’로 움직이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찰리우드는 영화의 본고장 ‘할리우드’와 중국의 영문 ‘차이나(CHINA)’를 결합한 단어로 중국의 영화산업을 할리우드에 빗대 만들어진 신조어다.

하지만 실상 중국 영화는 아직 해외에서는 경쟁력이 약하다. 중국에서 메가 히트를 기록한 영화 '장진호'마저도 해외에선 맥을 못 추는 상황이다. 해외 박스오피스 규모만 놓고 보면 역대 중국 내 영화 박스오피스 7위를 기록한 '어벤져스:엔드게임'의 28억 달러보다 훨씬 못 미친다.

경제전문지 포춘은 "'장진호'의 기록적인 흥행은 모두 자국 내 티켓 판매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중국 영화 시장의 경제력을 보여준 증거"라며 "다만 중국 영화가 해외에서 할리우드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영화산업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올해 '장진호', '니하오 리환잉(你好,李焕英)' 등 두 편의 영화가 대박을 쳤지만 11월 박스오피스만 보면 19억 위안에도 못 미친다. 이는 역대 최저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올해 여러 번 나타났다며 마지막 달인 12월에도 부진을 이어간다면 박스오피스 한 해 수익 500억 위안 고지를 넘지 못할 뿐더러,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도 20%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정보통신(IT)매체 36커는 전문가를 인용해 앞으로 중국이 '찰리우드'라는 명성을 계속 이어가려면 △해외시장 개척 △국제 경쟁력 향상 등을 항상 고려해 영화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프로 보는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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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기준 중국 내 영화 박스오피스 순위는 다음과 같다.

1위는 장진호(56억9400만 위안), 2위는 전랑2(56억9000만 위안), 3위는 니하오, 리환잉(54억1300만 위안)이다. 4위와 5위는 각각 애니메이션 영화 나타지마동강세(哪咤之魔童降世, 50억3500만 위안), 유랑지구(流浪地球, 46억8600만 위안)가 차지했으며, 6위는 당인가탐정3(唐人街探案3, 45억2300만 위안), 7위는 어벤져스:엔드게임(42억5000만 위안)이다. 홍해행동(紅海行動, 36억5100만 위안), 당인가탐정2(唐人街探案2, 33억9700만 위안), 미인어(美人魚, 33억9100만 위안)가 그 뒤를 이었다.

최예지 기자 ruizh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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