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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는 도대체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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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시간-최저임금 폐지 발언 논란... 그의 노동 무지, 그 끝은 대체 어디인가

산업혁명 초기 영국에서 많은 아이들은 학교 대신 공장에 가야 했다. 여섯 살 이전에 공장에 고용되고, 10세 미만 아동의 하루 노동시간이 16시간에 달했다. 그렇게 일한 아이들의 절반 이상은 20세 이전에 죽었다.

인클로저 운동의 영향으로 개방경지와 공동지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농민들은 일할 토지를 잃었고 도시로 내몰려 임금노동자가 되었다. 밀려드는 노동자들로 임금은 오를 기미가 없었고, 결국 아이들까지 하루 16시간에 달하는 노동을 해야만 가족이 겨우 입에 풀칠할 수 있었다.

그렇게 비참하게 아이부터 어른까지 착취당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그러다 자본주의 체제까지 위협받을 상황에 처하고서야 공장법이 제정됐다. 법이 제정됐어도 아동노동이 전면 금지된 것은 아니었다. 9세에서 13세 어린이의 하루 노동시간이 9시간으로 줄어든 정도였다. 고작 그 정도 상황이 개선되는데도 30년 이상이 걸렸다. 자본가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잊을만 하면 나오는 윤석열의 '반노동'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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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1월 3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원구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방문해 청년 창업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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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반노동 발언이 이슈다. 잊을만 하면 다시 나온다. 이미 윤 후보는 "주 120시간을 바짝 일하고 이후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런 그가 이번엔 주52시간제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청주의 한 기업을 방문해 "정부의 최저시급제와 주52시간제라는 게 중소기업에서 창의적으로 일해야 하는 단순기능직이 아닌 경우에는 대단히 비현실적이고 기업 운영에 지장이 많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관련 기사: 윤석열 "비현실적 제도 철폐" 발언 논란되자 해명... '주 120시간 근무' 이어 아슬아슬한 노동관).

말을 곱씹어 본다. 중소기업에서 창의적으로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도 안 주고 주52시간을 넘겨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소리가 아닌가? 기업 운영에 지장이 없도록. 윤 후보가 19세기 초반 영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최저임금제도에 관한 그의 인식은 어떤가. 최저임금제도란 국가가 노사간 임금결정과정에 개입해 노동자에게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고, 사용자에게는 최저임금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이것이 왜 도입됐겠나? 산업혁명 초기 영국으로 돌아가보자. 넘쳐나는 노동자들로 임금은 바닥을 찍고, 여섯 살도 안 된 아이들까지 돈을 벌어야 겨우 입에 풀칠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 지금은 아동노동이 금지되어 그럴 일이 없을 거라고? 대신 부모 동의하에 노동이 가능한 청소년들이 그 상황에 내몰린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2020 아동인권 보고대회'에서 발표된 청소년 노동인권 상황 실태조사는 이러한 상황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조사 결과 청소년이 처음 일을 시작한 시기는 노동법에 따라 부모의 동의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만 15세 이상~18세 미만이 54.8%로 가장 많았다. 취직인허증이 필요한 만 15세 미만일 때 일을 시작했다는 응답자도 13%나 됐다.

일을 하는 이유로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라고 답한 응답자가 62.5%로 나타났고, 심지어 청소년 취업 금지 업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도 다수였다. 특히 이들 청소년이 일하는 곳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이 39.9%로 가장 많았다.

이들 부모의 노동환경은 어떨까? 부모가 있다면 아마도 윤 후보가 방문한 중소기업과 같은 곳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다. 그의 말대로 최저임금제도와 노동시간한도를 풀면 이들 가정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임금은 더 낮아지고 더더더 일을 해야 지금 정도의 삶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윤 후보는 이런 노동자들의 상황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없으면서 중소기업 사용자들의 말에는 그리도 감정이입을 잘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유권자는 사용자보다 노동자들이 훨씬 많은데.

언제나 어렵다는 기업들, 더 어려운 건 언제나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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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2일 근로자 3명이 사고로 사망한 경기 안양시의 한 도로포장 공사장을 긴급 방문, 둘러보고 있다. ⓒ 윤석열 캠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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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상황이 어렵다는 얘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제도가 도입돼도 중소기업은 한참 후에나 적용되곤 했다. 1989년 법개정으로 주당 노동시간이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2004년에 주40시간으로 단축됐다. 그러나 실노동시간은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결국 2018년에 국회에서 연장근로시간을 제한하는 노동시간단축법이 통과됐다. 실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노동계의 지난한 투쟁의 결과였다. 그마저도 기업들의 시행 준비가 덜 됐다며 계속 유예됐다. 2021년에야 5인 이상 전 사업장에 주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가 시행됐다.

이렇게 어렵게 도입된 제도를 뒤로 돌리는 발언이 나왔다. 다른 누구도 아닌 지지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야당 대통령후보 입에서. 아니 윤 후보는 도대체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 걸까?

장시간노동의 폐해는 노동자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구직난에 시달린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서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같은 시간을 일해도 대기업 노동자들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과 사회적대우, 낮은 복지혜택을 받는다. 이런 이유로 젊은 노동자들은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고, 일단 취업을 하더라도 경력을 쌓고 이직하기 십상이다. 이미 중소기업들도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의 피해 당사자이다.

장시간노동은 젠더불평등 상황도 악화시킨다. 장시간노동은 필연적으로 상대 배우자의 독박 가사와 육아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 그 대상은 여성이다. 그러나 요즘 사회가 어디 혼자 벌어 가정을 유지하기가 쉬운가? 결국 젊은 부부들은 애를 낳지 않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꼽히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심화시키는 것이다.

때문에 노동계는 중소기업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이나 장시간 노동 허용 같은 반시대적 방식의 문제 해결이 아닌 대기업·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및 다단계하도급 근절 같은 근본적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정말 입이 아프도록 해왔다.

며칠 전 안양에서 LG유플러스가 발주한 통신 케이블 교체작업 중 롤러 급발진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3명이 사망했다. 경찰 조사결과 LG유플러스는 S&I건설에 공사를 발주했고, 이 회사는 LS일렉트릭에 하도급을, LS일렉트릭은 또 다른 회사에 재하청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그 과정에서 임금은 얼마나 낮아졌을 것이며, 안전은 또 얼마나 무시됐을 것인가.

반대로 그 과정에서 이윤을 챙긴 자는 누구인가? 그런 문제를 두고, 사고 현장에 달려가 사고의 원인을 노동자의 실수로 치부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마저 무력화 시킬 만한 발언까지. 윤석열 후보의 노동 무지, 도대체 그 끝은 어디인가.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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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한국노총 대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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