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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성공 가능성 두고 해외서도 논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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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종전선언 비핵화로 가는 '입구론' 제시했지만
미국 내에서도 '종전선언=한미동맹 약화' 우려
"정치선언, 한반도 긴장 완화 위해 필요" 반박도
한국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1일 유엔총회에서 정상 연설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뉴욕=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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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임기가 마무리되는 내년을 눈앞에 두고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한국전쟁의 '종전선언'을 전면에 제시했다. 1953년 끝난 한국전쟁이 휴전 상태로 끝났기 때문에 남북한은 기술적으로 전쟁 상태인데, 이를 현실적인 방향으로 교체함과 동시에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고 항구적인 평화협정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입구'를 만들겠다는 제안이다.

이윽고 미국과 한국이 종전선언의 내용을 조율해 대체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다, 한국전쟁 당사국 중 하나인 중국도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을 드러내면서 해외에서도 해당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현재 상황을 놓고 보면, 종전선언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비관론이 우세하다. 그동안 비핵화 합의를 더 먼저 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이나 제재 해제와 안전 보장을 요구해 온 북한 입장에서 종전선언 그 자체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합의로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로서 '정치적 선언'으로서 종전선언이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왜 지금 종전선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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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만나 합의문을 든 채 이동하고 있다. 당시 합의문에는 미국과 북한 간 새로운 관계 설정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 등이 담겼다. 싱가포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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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은 사전적으로 전쟁의 완전한 끝을 뜻한다. 한국에서 종전선언을 논의하는 이유는 한국전쟁은 완전히 매듭지어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1950~1953년 진행된 한국전쟁은 '정전 협정'으로 임시 종결됐다. 이 협정에서 한국은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정전에 반대했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았고 한쪽은 유엔군, 다른 한쪽은 북한군과 중국인민지원군이 주체가 돼 서명했다.

이후 1992년 한국과 중국이 수교하면서 한·중 관계는 평화협정으로 바뀐 반면 남북한 및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군과 북한의 관계는 여전히 정전 관계로 남아 있다. 1954년 정전 이후 상황을 평화협정으로 이행하기 위한 제네바 정치회담은 성과 없이 끝났다. 유엔은 1975년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라고 권고했지만 이후 실질적으로 대체 협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정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한국전쟁은 아직도 '정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한국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한 것을 계기로 북한은 한국, 미국과 잇따라 대화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자는 것과 비핵화을 위한 노력에 합의했다. 이때부터 '비핵화 로드맵'을 진행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종전선언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에 포함되며, 평화협정에 앞서 형식적으로 전쟁을 끝낸다는 정치적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주장①: 종전선언이 한미동맹을 무너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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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열린 한미동맹의 밤 리셉션 행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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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11월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한미 간에는 종전선언의 형식과 내용에 관해 상당히 조율이 끝났다"고 밝히면서, 해외 전문가들도 하나같이 종전선언을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 탁자 위로 올렸다.

하지만 기존 미국 관료들은 경계심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첫번째 지적은 종전 선언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달 20일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최한 토론에서 종전선언 자체만으로는 기대보다 미흡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선언문에 서명한 다음날 무엇이 바뀌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라"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우리(미국)의 의무는 유효하고, 북한의 미사일과 핵, 재래식 전력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더 강경한 입장은 종전선언이 북한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약화가 현실화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같은 행사에서 "종전선언 이후 유엔군사령부 폐지 요구가 뒤따를 것이고 적대 행위의 재개를 막는 유일한 합법 문서인 정전협정의 폐기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는 주장도 있다. 보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연구원인 니컬러스 에버스타트는 "종전 파티를 열면서 어떻게 국제 사회를 동원해 북한의 핵무기를 압박할 수 있느냐"면서 "종전선언으로 북한의 비핵화는 포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도 "미국의 목적이 평화협정인지, 비핵화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비슷한 우려를 에둘러 표현했다.

주장②: 종전선언은 한반도 긴장 해소의 첫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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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 오두산전망대를 찾은 관광객들이 망원경으로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지역을 보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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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을 지지하는 이들조차 종전선언 자체가 실질적으로 무엇을 바꾸는 것이 아닌 형식상의 행동일 뿐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종전선언은 대화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매력적이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조지프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달 24일 공개된 NK뉴스와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을 두고 "한반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느냐, 당연히 아니다"라며 "하지만 관여정책으로서 다뤄지고, 다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면 긍정적인 전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 전문가는 종전선언이 장기적으로 한반도 긴장 해소를 위한 첫발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프랭크 옴 수석 북한전문가와 조지 로페즈 노틀담대 평화학 교수는 긴장 완화를 위해서는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그중 미국의 '일방적 양보'도 들어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 잭슨 웰링턴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2019년에 미국이 비핵화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일방적 조치' 중 하나로 종전선언을 거론했다. 그가 제시한 '비핵화 로드맵'은 한반도에서 점진적으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초기에는 비핵화가 구체적 목표가 아니라고 밝히는 내용마저 포함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철저한 안전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전협정의 변경이 '한미동맹의 위기'를 유발한다는 주장에 선을 긋고 있다. 한국과 미국 국민의 상호 신뢰가 높다는 점, 그리고 한반도 평화협정이 성사되더라도 중국이 영향력을 키우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한미동맹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된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북한과의 평화협정을 서두르자고 주장하는 의견이 소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한국계 미국인 하원의원으로 잘 알려져 있는 앤디 김(뉴저지)을 비롯해 로 칸나(캘리포니아) 일한 오마르(미네소타) 등 민주당 소속 32명, 공화당 소속 1명 등 하원의원 총 33명은 5월 '한반도평화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미국 정부는 북한과의 군사적 대결을 피하고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외교 절차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의용 장관은 지난달 11일 국회에서 종전선언이 "미국과 한국의 합의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기 종전선언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북한의 호응 없이 종전선언이 진행되지는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그는 또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고 그것을 통해 비핵화 달성, 평화 정착을 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서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미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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