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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K-사이비, 피란지 부산에서 시작, 충청 호남에 피해자 양산… 이젠 해외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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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도 처음 이단이었잖아요?”라고 물어봤다

이단 사이비와 싸우는 ‘탁 소장님’ 인터뷰

“인구 대비 이단 종교 숫자 한국이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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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지옥'은 이단 종교가 연출하는 '지옥도'를 그려냈다. 지옥은 정말 있을까.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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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종교, 이단은 언제나 새로운 얼굴로 찾아온다. 왜 기독교에만 그리 이단이 많을까, 기독교의 ‘독선적’ 태도가 이단의 출현을 불가피하게 만든 건 아닐까. 한국에서 이단과 싸우다 살해당한 탁명환(1937~1994) 소장. 그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단을 연구하는 둘째 아들, 탁지원 현대종교연구소 소장에게 이단에 대해 물었다. 기자는 교회와 성당, 사찰 모두 가본 적이 있지만, 어느 한 종교를 믿지 않는다.

무엇이 이단이고, 무엇이 정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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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대를 이어 종교 문제에 매달리고 있는 3형제. 왼쪽부터 탁지원 소장, 탁지일 교수, 탁지웅 신부. /국민일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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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도 당시에는 이단이었잖아요. 이단은 절대적 개념인가요, 상대적 개념인가요.

“이단은 다를 이(異) 끝/곧을 단(端)자를 씁니다. 곧지 않은 것이죠 팀 버튼 감독을 영화계 이단아, 피카소를 화단의 이단아 이렇게 부릅니다. 이단도 시간이 지나면 주류가 될 수 있긴 합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말하는 ‘기독교 이단’은 절대적인 개념입니다. 성경 66권 외의 경전을 만드는 것부터 이단입니다. 현실적으로는 교주를 신격화 우상화하고, 자신들만 구원받는다고 주장하는 것, 종말 시점을 특정하는 집단, 사회적인 물의를 빚는 집단에 대해 이단이라고 합니다.”

-불교계는 이단 논쟁이 적은데요. 기독교가 배타적 기준이 너무 강한 건 아닌가요?

“한국교회는 교파주의가 강합니다. 일반인들이 보기엔 예수님은 한 분인데, 무슨 교파가 이렇게 많으냐 싶을 겁니다. 많은 교파, 그들의 갈등이 ‘이단 논쟁’을 더 많이 낳은 것도 사실입니다. 전통 샤머니즘이 기독교의 치유-과도한 헌금 문화와 합쳐지면서 또 다시 많은 이단, 사이비를 만들었습니다.”

-일제시대, 6.25전쟁 등 한국인이 팍팍하게 산 것도 이유일까요?

“전쟁 때 많은 분들이 부산으로 피난을 가지 않았습니까. 그 때 부산에서 많은 이단이 생겨났습니다. 그 피해는 충청도와 전라도가 봤고요. 어려운 시대를 살던 우리 백성들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종교 갈망하는 걸 이용했던 겁니다.”

-이유가 또 있을까요?

“물질과 금전, 여성신도를 마음대로 하겠다는 교주의 세속적 욕망도 크겠지요.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종교가, 교회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곳에서 종교적 갈망을 파고 들었다고 봅니다.”

-예전에는 이단이라는 말 대신 ‘사이비’라는 말을 많이 썼잖아요?

“네. ‘이단’이란 용어는 종교적 개념이 강하고, 사이비는 사회적인 용어에 가깝습니다. 기독교계에서는 이단-이단성-사이비-사이비성-이단옹호-경계-참여교류금지-예의 주시, 이렇게 8단계의 규정이 있습니다. 장로교 감리교 등 8개 교단이 연합해서 정리를 했고, 이단 규정과 해제에 있어서는 회의와 논의를 하고, 관련자들을 출석시켜 반론을 들어주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 자생적, 파생적 이단이 많다면서요.

“우리나라에만 족히 수백 개는 넘는다고 봅니다. 사실 일제 강점기 때의 몇 명의 교주에게서 나와 파생한 건데요. 놀랍게도 사이비 종교 숫자는 미국과 중국이 가장 많지만, 인구대비로는 한국이 가장 많다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이단과 사이비는 좁은 땅 덩어리에만 만족하지 않고, 예전부터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미국, 중국, 아프리카 등 어느 나라도 예외 없이요”

1985년 탁명환 자동차에서 폭탄이 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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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목숨을 잃은 탁명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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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탁명환 소장님을 ‘이단 연구자 1호’로 기억합니다. 탁 소장님이 만든 연구소겸 언론사 현대종교도 올해 50주년이 되는 해이지요. 어떤 이유로 이단 연구에 들어섰을까요?

“종교의 문제를 오래 생각하던 아버지는 친구의 어머니가 사이비 종교에 빠져 자살하는 걸 보셨답니다. 그걸 계기로 뛰어드신 거 같아요. 원래는 의사를 꿈꾸셨다는데…”

-생전에도 공격을 많이 받으셨다죠.

“36년 전, 우리나라에 자동차 폭탄 테러가 있었다는 거 아세요? 제가 고교 2학년이었던 1985년, 아버지 차에서 부비 트랩이 터졌어요. 살아서 한 70차례 테러 협박, 그 중 7차례 물리적 테러를 당했습니다. 폭탄, 칼 테러를 당했지만 하나님이 지켜주신 건지, 목숨을 잃지 않았습니다.

-돌아가신 1994년 2월 정황은요?

“1994년 2월 폭탄 테러 시도가 있었어요. 특수부대원 출신인 이들이 집 근처에 잠복해서 불발됐습니다. 그날 한 이단의 증인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아버님을 집 앞에 먼저 내려드리고 제가 안전장치 등을 확인한 후, 1-2분쯤 후에 들어갔는데 그 사이에 칼과 쇠파이프로 일을 겪으셨습니다.” (당시 경찰은 2분 만에 살해 사건이 일어난 것을 두고, 치밀한 계획과 조력자, 배후가 있을 것으로 봤다)

-범인은 어찌됐나요?

“1심에서 사형 선고받아 저희가 탄원을 넣어 2심에 무기징역, 또 저희가 탄원을 올려 15년으로 감형됐습니다. 이미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습니다.”

-개인 범죄가 아니라 배후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네. 교도소에 찾아가 ‘언젠간 반드시 양심선언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범인이 양심의 소리를 듣고 언젠가 배후를 밝힐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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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명환 소장은 1994년 2월18일 자택에 숨어있던 괴한에게 2분만에 살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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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그렇게 돌아가셨는데, 왜 이 일을 계속 하시나요?

“아버님은 아들들에게 이 일을 맡기시려 하지 않았어요. 너무 고생스러운 걸 아시니까. 그런데 아버님이 떠나신 후에 아무도 지원자가 없었습니다. 주변 어른들께서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아들들이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하셨어요. 3형제가 이 일을 함께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된다,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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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지옥'에서 이단연구자였던 미래종교 김소장(왼쪽)은 이단과 유착해 새진리회의 2대 교주가 되는 설정이다. /넷플릭스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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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단과 싸우는 분도 어쩐지 이단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어요.

“저희 모두는 인간이기에 한계와 실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희 선친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그 인간적 결함을 선친은 죽음으로 갚으셨다고 믿습니다.”

-아마 이 기사가 나가고 나면, 탁명환 소장님에 대해 매우 안좋은 댓글을 다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그럴 거에요. 집중적으로 다는 분들이 계시죠.”

-소장님에 대한 나쁜 말도 있더군요. 혹시 이단과 거래한 적이 있으세요?

“당연히 없습니다. 감사하게도 지난 27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몇 가지 아쉬움은 있습니다. 제가 강의를 하며 ‘사이비 종교에 빠진 아이들이 북한 아이들처럼 평생 가짜 안에서 산다.’는 말을 하면서 자료화면으로 이단에 속한 아이들을 모자이크처리 없이 사용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제 불찰이라 생각합니다. 저와는 다르게 형님인 탁지일 교수는 그의 통일교 관련 논문이 어느 이단 옹호자로부터 통일교를 두둔하는 것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로 매도되어 여태껏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이단과의 돈 문제는 없을까요?

“제가 직원을 1년 월급을 못 준 적이 있습니다. 논란 중인 단체가 찾아와 저를 면담하고 돌아가면서 봉투 하나를 주더군요. 저는 그런 상황에서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했었는데요. 너무너무 흔들리더라구요. 직원들 몇개월치 월급인데, 저들은 이단도 아닌데…돌려주고 나서 직원들에게 얘기했더니 ‘당신이 내 보스다’ ‘잘했다’ 해줬습니다. 또 하나는 세무사에게 세무신고를 맡겼는데, 강의료 등의 세금이 누락되었던 것을 고발이 들어오고야 알았습니다. 의도한 바는 아닙니다만,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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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종교에서는 어떤 일을 하시나요?

“상담이 많은 편인데 ‘어머니가 다니는 교회가 이상한데 이단인가요’ ‘유튜브 종교강의를 들었는데 좀 이상합니다 이단인가요’ 이런 질문이 하루 50건 가량 옵니다. 조사해서 답을 드리고요. 국내외에서 이단 종교강연을 합니다. 형님은 좀 더 본질적인 이단 연구를 하고 있고, 동생은 일본에서 일본인들을 상대로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이단과 사이비 종교로 피해 입은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많이 도와줍니까.

“1994년 아버님 장례식장에서 고 한경직 목사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탁명환 소장을 죽인 범인은 한국 교회의 무관심이었다’. 그 한마디가 많은 분들의 마음에 경종을 울렸죠. 실제로 저희를 도와주는 분 중에는 비종교인이 많습니다. ‘종교에 관심이 없었지만, 딸이 사이비에 빠져 당신에게 연락하게 됐다’ 뭐! 이런 분들입니다. 또 전국의 중, 고생들처럼 어린아이들이 도와주는 것이 참 감사합니다. 그 어린 녀석들이 힘내라며 소액후원을 해주는 것이 정말 고마운 일이죠. 거룩한 부담감이라는 단어로 함께 나뉘고 있다고 표현하고 싶네요.”

“가장 힘든 건 직원들 월급 문제가 아닙니다”

-직원들 월급은 어떻게 주세요.

“박봉의 직원이 8명입니다. 다들 소명을 갖고 일하고 있는데 늘 감사하죠! 저희 직원은 아니지만 이단연구가들은 대부분이 가족이 이단 피해자인 분들이 많은 편입니다. 현재 코로나로 강의가 많이 취소된 상황 등 저희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잡지 구독도 줄었고요.”

-그보다 힘든 일도 있나요?

“제가 지금까지 소송을 약 280건 당했습니다. 경찰, 검찰, 법원에서 삽니다.”

-이단 종교 법무팀이 꽤 강력하지 않습니까.

“교주 J씨는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했지만 측근들은 다 서울대, 연고대 출신입니다. 저는 이제 전문가 비슷하게 되어서 제가 제 변론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됐고요. 여성 변호사 한분이 저희 사건을 말도 안되는 수임료를 받고 맡아주십니다. 그래도 승률이 90% 됩니다.”

-이단은 온라인을 다방면으로 연구하는데, 교회는 코로나 시국에도 대면예배를 강행해 빈축을 삽니다.

“빛과소금의 역할을 하는 기성교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일부 교회는 ‘대면 예배’만이 진리를 고하는 것이라 하는데요, 동의하기 힘듭니다. 예배의 본질과 중심을 기억하는 게 더 중요하겠지요.”

-사이비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째야 하나요.

“지난 2년 간 우리는 죽지 않으려고 열심히 마스크 쓰고 다녔습니다. ‘나는 종교 안믿으니 괜찮아’ 해서는 안됩니다. 여름날 김밥하나 먹을 때도 유통기한을 확인합니다. 영적인 꼼꼼함이 필요합니다. 사실 사이비와 이단 피해자 중에는 기존 종교인보다 비종교인이 많아요. ‘난 종교 없어’ 한다고 될 일은 아닙니다. 종교하고는 상관없다라고 하지 마시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기 위해서 이단에 대해 알아둬야 합니다. 배우셔야 합니다.”

“영화 ‘곡성’ ‘사바하’, 드라마 ‘지옥’등 여러 영화, 드라마가 사이비, 이단 종교 문제를 다룹니다. 거기서 이단 연구자들은 다 사기꾼 비슷하게 나옵니다. 연구자의 눈으로 보면, 어떤 영화가 가장 그럴듯하게 현실을 담았을까요? 5일(일) 탁지원 소장과 영화 이야기를 나눕니다. 내일도 #에그스토리로 만나요!



[박은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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