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OO어린이집 출석이요”… 경기도 토론회 중계창에 수백명 집단 ‘출석 인증’, 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지난달 29일 오후 2시 경기도와 의회가 주최한 정책토론대축제의 일환인 ‘경기도 보육의 질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 달린 출석 댓글 /경기도의회 유튜브


“김포 XXXX 어린이집 참석했습니다.”

“의왕 OOOO 어린이집 출석합니다.”

경기도청과 의회가 주최한 보육 관련 정책토론회 유튜브 생방송 댓글창에 이런 댓글 수백개가 연이어 올라왔다. 도내 어린이집 원장들이 ‘출석 인증’을 한 것이다. 경기도는 올해 초 개성공단 재개를 염원하는 유튜브 영상을 올리면서 지역 공무원에게 댓글을 통한 출석 인증을 요구했다가 비난을 산 바 있다. 경기도와 의회, 어린이집 연합회 모두 “강요는 없었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2시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는 경기도와 의회가 주최한 정책토론대축제의 일환인 ‘경기도 보육의 질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김익균 협성대 교수와 공병호 오산대 교수 등 보육 전문가가 모여 영아반 운영비 지원과 차액보육료 상향 지원, 보육 교사 고용 안정과 인건비 지원 등과 관련한 토론을 이어 나갔다. 좌장을 맡은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김용성 부위원장은 “오늘 나온 의견들이 도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보육 현장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유튜브로 동시 생중계 됐는데, 이 과정에서 특이한 일이 발생했다. 유튜브 채팅창이 토론 시작 전인 오후 1시53분부터 출석 인증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던 것이다. ‘○○시 ○○어린이집 ○○○ 원장’의 형태로 이뤄진 댓글은 시작 20분만인 2시 20분, 약 400여개를 넘어섰다. 경기도 지역 어린이집 원장이 총출동한 셈이었다. 일부 댓글 가운데엔 어린이집·원장 정보와 함께 “출석합니다”라는 문구까지 함께 붙었다.

이런 사실이 퍼지자 경기도청은 1일 황급히 상황 파악에 나섰다. 경기도청이 올해 초 열었던 한 행사에서 공무원 출석 체크를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2월 경기도는 개성공단 중단 5년을 맞아 재개를 염원하는 ‘개성 잇는 토크콘서트’를 유튜브로 생중계하며 도내 공무원들에게 교육훈련 이수용 출석 체크를 해 이재강 평화부지사가 사과문까지 올릴 정도로 큰 물의를 빚었다. 이에 대해 경기도청 관계자는 “우리 쪽에서 출석을 강요하거나, 출석 체크를 한 바 없다”며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홍보를 해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에서는 출석 체크를 따로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일선에서는 엇갈린 의견이 나왔다. 연합회 관계자는 “어린이집 관련 토론회가 열리니, 도 내 30여개 시군 지부에 각자의 방법으로 참석해 달라는 안내를 한 것일 뿐, 출석 체크를 한 적 없다. 그냥 한두 분이 출석을 인증하니까 다들 올린 것”이라고 했다. 이에 한 어린이집 원장은 “연합회 지부에서 ‘경기도의회가 토론회를 주최하니까 많이 참석하라. (토론회에 참가했다는) 증거를 우리가 봐야 하니 지역과 어린이집 정보를 채팅창에 출석 체크 형식으로 남기라’고 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보육 조례에 따르면 경기도는 보육전문가와 공무원, 어린이집 원장, 보육교사 등으로 구성된 경기도보육정책위원회를 두고, 연도별 시행계획, 어린이집 설치와 운영 위탁, 보육료, 등록금과 관련된 사항을 심의한다. 경기도 양주시와 안성시 등 경기 지역 일부 시군은 조례에 아예 연합회 행사 예산도 지원한다.

토론회 출석 체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15일 열렸던 ‘경기도 보육료 현실화를 위한 대책방안 모색에 대한 비대면 온라인 토론회’ 때도 같은 현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달 29일 토론회 영상 조회수는 1만회에 육박할 정도고, 지난 10월15일 토론회 조회수도 8000회를 넘겼다. 이 두 토론회는 경기도의회에서 유튜브로 중계한 토론회 가운데 가장 높은 조회수 1위·2위다. 같은 날 열린 다른 토론회 조회수는 1000회도 넘기지 못했다.

조선일보

지난달 29일 오후 2시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경기도와 의회가 주최한 정책토론대축제의 일환인 ‘경기도 보육의 질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 토론회' 유튜브 생중계 댓글창. 비슷한 내용의 댓글이 거듭 올라오고 있다. /경기도의회 유튜브


이에 대해 경기도청 관계자는 “적극적인 의사 표현으로 도와 의회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약속 받으려는 단체 행동 같다”고 했다. 인증 댓글이 달린 뒤 채팅창에는 약속이나 한 듯 ‘어린이집 반별 운영비 지원’과 ‘원장의 인건비 지원’을 요구하는 유사 댓글이 줄지어 이어졌다. 이에 대해 복수의 어린이집 원장들은 ‘출석 강요나 댓글 지시는 없었고, 보육인으로서 보육에 대한 의견을 남겼을 뿐’이란 취지의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최훈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