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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김치, 외국인도 좋아하는 ‘힙한 슈퍼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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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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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김치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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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이다. 한국인에게 김장은 특별하다. 먹거리가 변변하지 않던 시절, 김치는 ‘겨우내 반식량’이었다. 짧게는 4~5개월, 길게는 1년 내내 먹어야 했기 때문에 집집마다 배추 수백포기, 무 수백개로 김장을 하는 것은 예사였다. 김장하는 날은 온 동네 잔칫날이었다. 이웃끼리 김장품앗이를 하며 정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그랬다. 김장보너스를 주는 회사도 적지 않았다.

김장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등재된 정식 명칭은 ‘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Kimjang·Making and Sharing Kimchi)’다. 남한에 이어 2014년에는 북한의 ‘김치 담그기 전통’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김장문화와 김치가 한민족 고유의 음식문화임을 세계에 각인시킨 것이다. 이에 앞서 김치는 2001년 제24차 코덱스(Codex Alimentarius Commission·국제식품규격위원회) 총회에서 세계 각국의 절임류와 차별화된 채소 발효식품의 특성을 인정받아 국제 규격 기준으로 승인됐다.

■김치 소비 감소 속 수출은 최고 기록

김장을 하거나 직접 김치를 담가 먹는 가구, 그리고 김치를 소비하는 국내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9년 김치산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김장을 한 가구는 36.4%, 김치를 직접 담가 먹는 가구는 41.7%에 불과하다. 58.3%는 상품김치를 사먹거나 가족·지인 등을 통해 공급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하루 배추김치 섭취량은 2010년 71.4g에서 2013년 65.1g, 2016년 62.4g, 2019년 59.9g으로 감소했다. 추계인구 감소로 절대적인 김치 소비 인구가 감소하고 서구화된 식생활 확대, 1~2인 가구(지난 10월 기준 1인 가구 40.15%, 2인 가구 23.8%)의 증가 때문이다.

반면 김치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은 커졌다. 한국의 지난해 김치 수출 규모는 3만9000t. 금액으로는 1억4451만달러(약 1684억원)를 외국에 판매해 2012년(1억661만달러) 이후 8년 만에 최대 기록을 넘어섰다. 올해는 김치 무역도 흑자로 돌아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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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김치 종주국이면서도 그동안 값싼 중국산 김치의 물량 공세로 적자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김치 수출액은 1억3611만달러(약 1618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3612만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김치 수입액은 1억884만달러로 8.6% 감소했다. 지난 3월 중국에서 알몸으로 배추를 절이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수입 김치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고, 코로나19로 인한 외식업 운영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김치를 소비하는 주요 국가에서의 한국산 김치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김치 무역에서 흑자를 보게 된다. 10월까지 무역수지는 2727만달러(약 324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이창현 세계김치연구소 문화진흥연구단장은 “한류에서 출발한 단순한 호기심으로 김치에 관심을 갖던 외국인들 사이에 김치가 독특한 맛과 풍미는 물론 면역 증강 등 건강 기능적 우수성까지 갖춘 식품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식품으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아시아음식에 대한 신비감을 갖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김치는 이제 이른바 ‘힙한(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최신 유행에 밝고 신선한)’ 슈퍼푸드(영양가 높은 음식)가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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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성이 좋아하는 요리, 김치나베

세계김치연구소 박채린 박사는 “아직은 일반적 풍경은 아니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가정에서 현지인들이 직접 김치를 담가 가족의 식탁에 올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세계김치연구소 조사결과, 외국인들이 김치에 매력을 느끼는 맛의 포인트는 배추김치의 경우 아삭한 질감과 여러가지 맛이 섞인 오묘한 맛으로 나타났다”며 “처음 김치를 먹었을 때 발효가 잘된 아삭한 김치를 먹었다면 호감도가 높지만, 중국산 배추김치나 매장에서 유통이 잘못된 김치를 먹은 경우에는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갖는다”고 했다. 김치의 염도가 과거에 비해 낮아진 것도 외국인들이 김치를 즐기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 김치는 밥반찬이라는 고정관념이 뿌리 깊은 데 반해 오히려 해외에선 이미 김치가 다양한 형태로 소비되고 있다. 바이런, GBK와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3대 버거체인인 어니스트버거는 ‘11월 특별메뉴’로 김치버거를 선보였다. 버거의 정식 명칭도 ‘김치(Kimchi)’다. 아삭한 생김치와 양상추 위에 쇠고기 패티와 불고기 양념 베이컨, 파 맛 버터, 치즈, 특재 김치소스를 올려 만들었는데, 큰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 일본의 TV 프로그램에서 일본 여성이 가장 좋아하는 전골요리 1위로 김치나베를 꼽았고, 마켓에서는 일본 소스업체가 만든 김치나베소스가 잘 팔리고 있다. 미국의 아마존에서는 김치주스가 품절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파스타, 피자는 물론 감자튀김이나 팝콘, 과자 등의 간식에 뿌려먹는 김치맛 가루 ‘김치 시즈닝’도 아마존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제품은 국내 스타트업 푸드컬쳐랩이 만들었다.

박주연 선임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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