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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조동연의 비극적 퇴장... 이재명, 인사 '검증'도 '보호'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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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사전 검증과 메시지 혼선
사의 표명 후 뒤늦게 보호

한국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30일 민주당사에서 열린 캠프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인선 발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 공동상임위원장으로 임명된 조동연 서경대 교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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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동상임위원장으로 영입됐던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가 사생활 논란 끝에 3일 물러났다. 영입 사흘 만이다. 조 교수는 “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퇴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조 교수 과거사를 들추며 비난을 퍼부은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을 고발했지만, 조 교수와 가족은 이미 큰 상처를 입은 뒤였다.

육사 출신 30대 워킹맘인 조 교수를 영입하고 잔뜩 힘을 줬던 이 후보는 인사 실패로 상당한 오점을 남기게 됐다.

부실한 사전 검증과 메시지 혼선


민주당은 조 교수 사퇴의 책임을 일부 유튜버 등의 과도한 관음증에서 찾으려 했다. 그러나 민주당 책임도 작지 않다.

선대위 간부는 선출직이나 공직자가 아니다. 이미 법적으로 마무리된 조 교수의 사생활 논란이 공동상임위원장 결격 사유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의 책임은 '조 교수를 왜 영입했느냐'보다는 '비(非)정치인을 영입해 놓고 왜 보호하지 못했느냐'에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 등 조 교수 영입에 관여한 극소수 인사는 사생활 논란을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가부장적인 시각에서 보면 흔쾌히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선대위에 제대로 공유하지 않았고, 이는 메시지 혼선으로 이어졌다.

조 교수 사생활 의혹이 제기된 지난 1일 이 후보 선대위는 논평을 내고 “전혀 사실이 아니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조 교수는 이튿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너무 송구하고 죄송스럽다”며 의혹 내용을 사실상 인정했다. 민주당이 ‘거짓 해명’을 했다는 논란까지 포개져 사태가 더 커진 측면이 있다.

이는 민주당이 '보여주기 식 인재 영입'에 치우쳤던 탓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논평을 내고 “대선을 앞두고 마음이 급한 민주당이 졸속으로 외부 엘리트들을 영입해 상임선대위원장이라는 허울뿐인 자리에 앉히려다 이런 사달이 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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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조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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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와 가족 지켜주지 못한 민주당


조 교수를 깔끔하게 물러나게 하지도, 확실히 지켜주지도 않은 민주당의 애매한 태도도 여파를 키웠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2일 조 교수의 거취에 대해 “국민의 판단을 좀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원론적인 발언이었지만, 이는 '이 후보가 조 교수를 지킬 생각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백혜련 민주당 최고위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생활 논란 관련 팩트 체크가 필요할 것 같다”면서도 “국민적 정서(반감)가 강하기 때문에 (사퇴를) 고려할 수밖에 없지 않나 한다”고 했다.

조 교수의 사생활과 어린 자녀의 신상이 강용석 변호사 등 유튜버 등을 통해 같은 날 저녁부터 본격적으로 까발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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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법률지원단 양태정 변호사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의 법인과 운영자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전 MBC 기자를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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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가 겪은 정신적 고통은 2일 올린 페이스북 글에 생생히 나타난다. “열심히 살아온 시간들이 한 순간에 더럽혀지고 인생이 송두리째 없어지는 기분입니다. (…) 다만 아이들과 가족은 그만 힘들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다 짊어지고 갈 테니 죄없는 가족들은 그만 힘들게 해주세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힘든 시간들이었습니다.”

조 교수는 3일 송영길 대표에게 사의를 전달했다. 민주당은 뒤늦게 유튜버와 일부 언론에 유감을 표하는 논평을 내고 고발 조치에 나섰다. 이 후보는 “조 위원장과 가족에게는 더 이상 아픔이나 상처가 되는 일이 없도록 배려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조 교수는 누그러지지 않았다. 이 후보는 사의를 결국 수용하면서 "참으로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다. 모든 책임은 후보인 제가 지겠다"고 했다. 가까스로 재정비한 이 후보의 선대위는 다시 한 번 타격을 입었고, 이 후보와 민주당엔 '30대 여성을 이용하려 했다'는 이미지가 드리워졌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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