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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43년 같이 산 전처 금전 다툼 끝 살해한 80대, 징역 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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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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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의 결혼생활 후 황혼 이혼한 아내를 금전적인 다툼 끝에 살해한 80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김래니)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최모(83·남) 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지난 5월 서울의 노상에서 미리 준비한 둔기와 흉기를 여러 차례 휘둘러 자신의 전처 A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업가였던 최씨는 A씨와 결혼해 43년 동안 결혼생활을 하며 9명의 자녀를 뒀으나 회사 경영 사정이 어려워지자 부도가 날 것을 우려해 2009년 A씨와 이혼했다. 2012년 결국 부도가 나면서 최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이에 A씨와 자녀들에게 금전을 요구하고 여러 민사 소송을 냈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자녀들에게 증여했던 땅의 토지 수용금을 일부 달라고 요구했으나 모두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A씨에게 명의신탁 관련 소송을 내 작년 초 ‘A씨가 최씨에게 2억 원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조정 결정을 받았지만, A씨는 ‘과거 내가 최씨에게 빌려줬던 2억 원 넘는 채권이 있어 상계하겠다’며 강제집행을 거부했다.

최씨는 수차례 A씨를 만나려 했으나 번번이 거부당했다. 이에 최씨는 A씨의 주소를 알아내 흉기와 둔기를 들고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흉기를 준비하고 있다가 주변 행인들이 싸움을 만류하려 하는데도 흔들리지 않고 범행했다”며 “피해자는 43년 동안 자녀 9명을 함께 키우던 피고인에게 공격받아 참혹한 고통 속에 고귀한 생명을 빼앗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녀들은 자신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평생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입었고, 자녀 일부는 피고인을 엄벌해달라고 탄원하고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만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했으나 버림받았다는 절망감에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밝혔다.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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