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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생활속과학]압력의 과학, '칼'…면도날이 털에 무뎌지는 과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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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재)한강문화재연구원 등 매장문화재 발굴 전문기관 5곳은 강원 춘천시 중도 레고랜드 조성을 앞두고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한 매장문화재 발굴조사에서 1차 발굴지 12만2천25㎡를 조사한 결과 고인돌 101기 등 총 1천400여기의 청동기 시대 유구(遺構)를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은 발굴된 청동도끼와 청동검. (문화재청) 2014.7.28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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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칼은 석기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장에서 주방까지 널리 쓰여왔다.

칼을 비롯한 날붙이는 다른 물체에 닿는 면적을 최소화해 압력을 높이는 원리로 작동한다. 압력은 단위면적에 가해지는 힘으로 같은 힘이라도 더 좁은 면적에 가해지면, 압력이 커진다. '칼이 날카롭다'는 개념은 과학적으로는 단면적을 최소화해 효율적으로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뜻에 가깝다.

이러한 칼의 절단력은 압력과 표면 재질 등과 관련이 있다. 석기시대부터 청동기, 철기로 넘어오며, 더 날카롭게 만들 수 있고 단단한 소재가 개발되며 인류가 자를 수 있는 물체의 범위도 넓어졌다. 현대에는 단단하게 만든 초경합금이나 다이아몬드 코팅을 한 칼도 제작돼 쓰이고 있다.

재질의 발전뿐 아니라 압력을 높이는 기술도 인류의 절단력을 높였다. '물 칼'이 대표적이다. 물은 단단함과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고압의 물을 분사하는 물 칼은 철을 절단하거나 다이아몬드 등 보석을 세공하는 데 쓰인다. 물 칼은 열 발생이 적어 물질을 거의 변화시키지 않아 정밀 세공 등에 활용된다.

칼은 가공·공예·요리·수술·위생 등 목적에 따라 다양한 소재가 개발돼 쓰이고 있고, 성능을 높이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면도날 역시 활발히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면도날은 스테인리스강부터 티타늄합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합금이 쓰인다.

사람의 털은 스테인리스강의 50분의1 정도의 강도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도가 낮은 털만 자르는 면도날이지만, 사용하다 보면 쉽게 무뎌져 날을 갈아주거나 교체를 해줘야한다. 단단하다고 알려진 각종 합금이 면도날에 쓰이는 것도 절삭력과 수명을 늘리기 위한 노력 중 하나인 셈이다.

2020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의 재료과학 및 공학부의 세말 셈 타산 교수 연구팀은 면도날이 무뎌지는 과정을 전자현미경을 통해 관찰해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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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이 촬영한 면도과정 전자현미경 사진, 면도날(아래쪽)과 체모가 만나는 부분이 균일하게 마모되지 않고 일부분이 먼저 흡집이나 패여있다. (지안루카 로시올리(Gianluca Roscioli) 제공) 2020.08.06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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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의 제1 저자 대학원생 지안루카 로시올리(Gianluca Roscioli)는 예비실험으로 면도 후 매번 일회용 면도기를 주사전자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을 이용해 촬영하면서, 면도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면도날이 털의 접촉에서 발생하는 마찰 등으로 마모되는(갈려나가는) 현상은 조금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조그만 흠집이 먼저 생기고 그 중심으로 다른 흠집이 성장하면서 면도날이 무뎌지는 현상이 관측됐다.

즉 접촉면의 면도날 원자들이 균일하게 서서히 떨어지며 날이 무뎌지는 게 아니라, 불완전한 제작과정이나 이전의 면도에서 발생한 흠집을 중심으로 무뎌지는 셈이다.

연구팀은 면도날이 고정된 모발을 자르는 장치를 만들어 미세 흠집이 특정한 부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을 분석했다. 모발 굵기에 상관없이 모발에 칼날이 수직으로 들어갈 때는 날에 흠집이 잘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모발이 고정되지 않은 채 자유롭게 휘어진 상태에서 칼날과 비스듬하게 만날 때는 흠집이 쉽게 생기는 것이 확인됐다.

또 추가 분석을 위해 면도 상황에 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모의실험)도 이뤄졌다. 면도날의 미세한 구조가 균일하지 않을 때 상대적으로 약한 부분에서 먼저 흠집이 생기게 되고, 그 흠집으로 주변의 구조가 균일하지 않게 돼 무뎌지는 현상이 가속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흠집이 덜 생기도록 균일한 면도날을 만드는 공정을 개발하는 중이다.

타산 교수는 "매우 단단한 금속 등이 사람의 머리카락처럼 부드러운 것을 자를 때 미세하게 파손되는 현상은 흥미롭다"며 "시뮬레이션 결과는 면도날의 재료가 균질하지 않을 때, 가해지는 힘(응력)을 증가시켜 부드러운 털을 자를 때도 균열이 발생하는 것을 설명한다"고 말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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