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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한입 세계여행] 여행자도 반한 영국 광부의 점심 파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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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콘월의 코니시 파스티



중앙일보

코니시 파스티는 영국 콘월 지역의 광부들이 탄광에서 즐겨 먹던 빵에서 유래했다. 광산 대부분이 사라졌지만 지금도 영국 전역에서 맛볼 수 있다. 홍차나 스콘 등을 곁들이면 제법 든든한 한끼 식사가 된다. 백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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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자동차로 5시간. 영국 남서부 끝자락에 뿔처럼 삐져나온 땅이 콘월(Cornwall)이다. 우리 식으로 부르자면 ‘땅끝마을’쯤 될까(실제 콘월 끄트머리에 ‘Land’s End’라는 지명도 있다). 영화 ‘어바웃 타임’의 무대(폭우 속 야외 결혼식 장면의 그곳이다)이자, 2021년 G7 정상회의의 무대였다.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도 콘월을 밟았다.

콘월은 영국 현지에서도 휴양지로 명성이 높다. 300개가 넘는 해변과 기암절벽이 둘레를 감싸고 있다. 원래는 광산 지대로 역사가 깊다. 19세기 한때 전 세계 구리 공급량의 3분의 2가 이 땅에서 생산됐단다. 대략 2000개의 광산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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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월은 영국에서 휴양지로 이름난 지역이다. 약 300개의 해변과 기암절벽을 끼고 있다. 사진은 콘월에 있는 야외 극장 미낙(Minack Theatre). 7월 G7 정상회의 당시 배우자 프로그램이 열렸던 장소다. 김정숙 여사, 미국의 질 바이든 여사 등이 기념사진을 남긴 장소로 유명하다. 백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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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탄광촌처럼, 콘월의 탄광 지역에도 광부들의 남다른 식문화가 내려온다. 코니시 파스티(Cornish Pasty)라 불리는 두툼한 빵이 대표적이다. 얼핏 만두와 닮았다. 밀가루 반죽 위에 다진 고기와 감자‧양파‧무 등을 올린 다음, 반달 모양으로 빚어 오븐에 구워 먹는다. 맛은 퍽 친숙하다. 기름기가 많고 고소한 것이 동네 빵집에서 파는 ‘고로케’를 연상케 한다. 튀기지 않고 구워낸 덕에 보다 담백하고, 바삭한 것이 특징이다.

광부는 끼니도 휴식도 탄광 안에서 해결해야 했다. 하여 광부의 아내 혹은 어머니는 파스티로 점심 도시락을 싸는 경우가 많았단다. 휴대가 간편하면서도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어서다. 그 시절 우리의 광부도 나물‧김치‧계란을 꾹꾹 눌러 담은 도시락을 들고 탄광 속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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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월 지역의 빵집에 진열된 여러 종류의 코니시 파스티. 하나에 우리돈 3000~8000원을 받는다. 백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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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처럼 코니시 파스티를 즐기는 팁 하나. 빵의 바삭바삭한 겉껍질을 두 손으로 잡고 먹는다. 더러운 탄가루를 음식에 묻히지 않기 위한 광부들의 식사법이 지금도 문화로 내려온단다.

콘월에는 이제 광부가 없다. 광산은 죄 문을 닫았고, 곳곳에 거대한 작업장과 굴뚝같은 흔적이 남아 있을 따름이다. 하나 음식 문화는 영국 전역에 뻗어 있다. 런던 시내에도,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코니시 파스티 전문점이 흔하다. 커피보다는 진하게 우린 영국식 홍차와 더 궁합이 좋다. 간편하고 든든하고, 전통문화가 살아있는 덕에 여행자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콘월(잉글랜드)=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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