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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당대표가…말대꾸?!" 밈과 윤석열-이준석의 '봉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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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정치 읽어주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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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가 3일 오후 울산 울주군 한 식당에서 포옹을 하고 있다. 2021.12.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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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말대꾸?!"

네이버에 연재 중인 웹툰 '쇼미더 럭키짱'(김성모·박태준 작가)이 유행시킨 '밈'(meme, 온라인 유행 콘텐츠)이다. 해당 작품의 장르는 코믹·액션이다. 2021년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마치 1980년대 조폭들이 할 법한 대사들을 치는 게 웃음 포인트다. '만신'으로 불리는 김성모 작가 특유의 '세상 진지한 남성 위주 세계관'을 비틀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해당 대사는 이 작품의 콘셉트를 정확하게 반영한다. 여학생이 복도를 걷다가 주인공 강건마의 어깨를 가볍게 친다. 여학생은 "미안! 내가 앞을 제대로 못봤네"라고 사과한다. 그리고 강건마는 충격적인 표정으로 "여자가…말대꾸?!"라고 반응한다. '사과'를 '말대꾸'로 간주하면서 '나를 이렇게 대한 건 네가 처음이야'는 식의 4차원 전개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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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가…말대꾸?!" 밈


'김성모 세계관'의 마초이즘이 자기 패러디를 거쳐 개그로 승화됐다는 평가다. '여혐'이 아니라 '개그' 대사인 셈이다. 누리꾼들은 해당 장면을 두고 '짤 생성기'까지 만들 정도로 열광하고 있다. "여자가…말대꾸?!"대사와 강건마 사진을 자유롭게 바꾸면서 '짤방'을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면 최근 개인통산 7번째 '발롱도르'(최고 권위의 축구선수 개인상)를 받은 리오넬 메시의 사진과 "5발롱이…말대꾸?!"라는 대사를 넣어 발롱도르 5회 수상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비꼬는 식이다. 2019년 방한 당시 '노쇼 사건'으로 국내 축구팬들로부터 '공공의 적' 신세가 된 호날두를 저격하기 위해서다.

"당대표가…말대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선대위'와 갈등 끝에 '당무 거부'에 나서자 해당 대사가 들어간 짤방이 만들어졌다. 강건마의 그림은 윤석열 대선후보의 사진으로 대체됐다. '쇼미더 럭키짱'이 마초이즘을 비꼬았듯, 젊은 누리꾼들이 우리 정치권의 '기성세대 위주 세계관'을 비틀었다.

2021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 촌극의 핵심이 '젊은 30대 당대표'에 대한 존중 부족에 있다고 본 것이다. '어른들'이 하는 대선 준비에 철부지 청년은 병풍만 서라는 듯한 태도에 젊은 누리꾼들은 분노했고, "당대표가…말대꾸?!"라는 대사에 윤석열 후보의 사진을 합성하기에 이르렀다.

이 대표의 당무 거부는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선대위'를 둘러싼 자리다툼 및 알력싸움이라는 설, 구 친박·친이계와 과거 바른미래당 탈당파간 갈등의 연장이라는 설, 대선 승리공식과 관련한 이견의 표출이라는 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대표되는 이간질의 결과라는 설 등의 분석이 나온다.

젊은 누리꾼들이 앞세운 '30대 당대표 무시'설 역시 주요 이유로 거론된다. 어쩌면 가장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윤 후보 측, 혹은 국민의힘 기성세대 정치인들이 이 대표를 '당대표'가 아니라 '30대 철부지'로 취급한다는 것.

이 대표는 실제 자신이 당무 거부에 나선 이유와 관련해 '모욕감'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다. 윤 후보를 향해서는 "당대표는 대선후보의 부하가 아니다"고 일갈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윤 후보의 충청 방문 동행 일정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대선후보 선출 이후 윤 후보 측으로부터 현안 상의가 들어온 것도 단 한 번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의 지난 7월 국민의힘 입당부터가 이 대표가 지방 출장을 간 사이에 이뤄졌다.

50~60대 기성세대 정치인이 대표였어도 과연 이런 '패싱'이 일어났을까. 의문이 당연히 따라올 수밖에 없다. 말로만 '젊은이들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하면서 실제 청년이 나서면 "뭘 모르면 빠져있어"라고 하는 여의도 특유의 '꼰대 정치'가 발현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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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쇼미더 럭키짱' 패러디 짤방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30대 정치인인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SBS '주영진의 뉴스 브리핑'에 나와 복수의 윤석열 후보 측 관계자가 자신에게 "우리가 홍보비를 이준석에게 떼어준 것", "이준석 저러다 팽당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제대로 된 '당대표' 대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 의원은 "당권의 핵심은 예산과 인사다. 당대표가 예산을 쓰는 건 당연한 것이다. 그걸 떼어줬다는 식으로 얘기하더라"며 "실무선에서조차 당대표가 배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당대표에 대한 인식과 대우, 분위기가 저렇구나. 놀라웠다"고 말했다.

윤 후보 측이 간과한 것은 보수 야권에서의 '이준석 지분'이다. 이 대표는 지난 여름 신드롬을 일으키며 당대표에 당선된 인물이다. 나이는 30대이지만, 중량감은 보수 야권에서 손꼽힌다. 2030세대 남성들이라는 '팬덤' 역시 보유하고 있다. '30대 철부지' 취급할 인물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윤 후보는 이 대표의 승부수에도 "본인도 좀 리프레시(재충전)를 했으면"이라는 반응을 초기에 보였다. '철부지의 일탈' 격으로 치부한 것이다.

'거물' 이 대표가 정치생명까지 걸었다는 태도로 대선을 앞두고 당무 거부에 나서자 윤 후보와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 결국 윤 후보는 3일 부랴부랴 울산으로 내려가 이 대표를 만나고 갈등을 매듭지었다. 윤 후보와 이 대표가 직접 소통을 강화하기로 하고 '김종인 총괄 체제'를 구축하는 합의를 이뤘다.

윤 후보가 통 큰 양보를 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합의의 '이행'이 얼마나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준석을 내치면 대선은 진다"고 했던 홍준표 의원의 조언을 윤 후보와 국민의힘 기성 정치인들이 100% 이해했을까. 아니면 마음 한 편에는 아직 "30대 당대표가…말대꾸?!"와 비슷한 생각이 남아있을까. 내년 3월9일 대선까지 앞으로 90여일 동안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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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가 3일 오후 울산 울주군 한 식당에서 회동하고 있다. 2021.12.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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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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