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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조 예산 확정 늦췄던 경항모… 좌초 직전 ‘부활’ 이유는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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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21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이 개막한 6월 9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내 대우조선해양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해군이 추진 중인 경항모 모형을 구경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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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억 원. 지난 3일 확정된 2022년도 정부예산 607조7000억 중 0.001% 안팎에 불과한 금액이다. 하지만 이 0.001%는 내년도 예산안 국회 의결 과정에서 가장 큰 논란의 대상이었다.

이 72억 원은 해군의 3만t급 경항공모함 예산이었다. 국회 국방위원회 심의에서 대폭 삭감됐으나,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극적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내년도 예산이 확정되면서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기본 설계를 비롯한 관련 사업 절차를 진행할 동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국회 국방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 본회의 의결을 거치는 과정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2033년 전력화를 위한 과제도 산적해 있다.

◆경항모 등 무기예산 심의 결과에 희비 교차

정부가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국방예산안에는 경항모 사업비로 기본설계 착수금 62억4100만원, 함재기 자료와 기술지원비 8억4800만원, 간접비 9900만원 등을 포함한 72억 원이 포함돼 있었다.

경항모 예산을 둘러싼 논란이 상임위와 예결위, 본회의를 거치면서 대폭 삭감을 거쳐 ‘정부 원안 확정’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방위력개선비 대폭 삭감이 현실화되면서 이해당사자들 간 희비가 엇갈렸다.

경항모 확보에 ‘올인’했던 해군은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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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제안하는 한국형 경항모 상상도.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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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은 지난달 25일 해군 페이스북에 “항모는 1996년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필요성이 제기된 사업”이라며 경항모 도입의 당위성과 사업 정상 추진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국회 국방위가 간접비 5억 원만 남긴 채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상황에서 부 총장의 호소는 경항모 사업비 ‘부활’을 위한 동력을 제공했다는 평가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부 총장이 해군을 위해 ‘총대’를 멨다는 시각도 나온다.

경항모 예산을 포함한 방위력개선비 담당 부처인 방위사업청은 고개를 숙였다. 방사청은 3일 입장자료를 통해 “이례적으로 대규모 감액된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국민과 군 관계자에게 송구하다”고 밝혔다.

내년도 방위력개선비는 국회 예결위과 본회의를 거치며 35개 사업, 6648억 원이 삭감됐다. 국회 국방위 심의 단계보다 감액 규모가 더 늘었다. 2006년 방사청 개청 직후 최대 감액 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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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이 개막한 6월 9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내 대우조선해양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해군이 추진 중인 경항모 모형을 구경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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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은 국방예산 확정 직후 “국회의 더욱 엄격해진 심사 기준을 철저히 대비하지 못한 부분을 교훈으로 삼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 향후 계획된 군사력 건설에 필요한 예산 확보에 빈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방사청의 입장에 대해 국회 예산심의에 참여했던 군 관계자는 “국방위 예산심의 과정에서 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소요군과 방사청이 더 소통을 해야겠다. 예산을 가져올 때는 좀 더 완벽을 기해서 여기 있는 사람들을 설득시켜야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내부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이 덜 되면 곤란하고 복잡하다’고 말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감액과 증액 오갔던 과정은

경항모 사업비를 포함한 방위력개선비가 국회 국방위 예산소위 심의 과정에서부터 뜨거운 논란이 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상됐던 부분이다.

국회는 기본적으로 예산을 삭감하려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방위력개선사업 집행과 예산 등에 문제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예산 심의가 한층 엄격해지리라는 예측이 가능했던 대목이었다.

방사청의 대응은 어땠을까. 지난달 12일 열린 국회 국방위 예산소위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강은호 청장은 불참했다. 강 청장은 KF-21 분담금 협상을 위해 인도네시아로 건너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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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이 개막한 6월 9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내 현대중공업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해군이 추진 중인 경항모 모형을 구경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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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예산소위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사전에 동의했다”면서도 “국회가 예산(심의)을 올해는 특히 더 잘 하려고 하는 의지가 많이 전달됐을텐데, 중요한 사업들이 논의되고 있는 중차대한 시기에 방사청장이 없다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청장을 대신해 참석한 서형진 차장은 경항모 사업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예산안 방어에 주력했다.

서 차장은 경항모에 대해 “장기 사업이지만 시급히 착수해야 한다”며 “최소한 이런 함(경항모)의 기본설계 능력은 갖추고 있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예산 반영을 요청했다.

그런데 같은달 16일 예산소위 심의에 참석한 강 청장은 “경항모 감액에 동의하되 간접비로 5억 원 반영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예산소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삭감을 결정했다.

상임위 예산소위의 결정은 상당한 무게감이 있다. 특히 심사에서 행정부가 삭감에 동의했는데, 국회의원이 정부 원안 유지나 증액을 주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같은날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감액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예산소위) 위원님들이 그렇게 결정을 했고, 청장이 그걸 수긍한다면 저는 마음이 동하지는 않지만 어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결국 국방위는 5억 원의 간접비만 남기고 나머지 67억 원을 삭감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회 예결위와 본회의를 거치면서 정부안이었던 72억 원은 다시 정부예산에 반영됐다. 여권의 강한 의지 때문이었다.

국민의힘이 경항모 사업에 강하게 반대했고, 여당 의원이 다수인 국방위에서 감액에 합의한 예산을 원상회복하는 것은 일관성 없는 조치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여권은 전체 수정예산안을 단독 상정하면서 원안 복원에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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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간사와 성일종 국민의힘 간사가 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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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2일 “경항모는 더 늦출 수 없는 사업이고 타당성이 충분히 검토됐기 때문에 내년도 예산에 편성돼서 반드시 집행돼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도 예산 처리 시한을 앞두고 여당 지도부를 통해 정부안 반영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일 KBS 유튜브 채널 ‘디라이브’에 출연해 “중국과 일본도 경항모를 운용 중이며, 경제·안보 관점에서 봐도 경항모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경항모 사업이 내년 예산안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공약 후퇴’ 비판은 물론 차기 정부에서의 사업 진행도 어려워지는 점을 고려했다는 해석이다. 예산 복원을 위해 청와대와 여권이 적극 움직였던 셈이다.

이를 두고 방사청이 청와대 등 여권 내 기류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군과 더불어 관련 준비를 철저히 했다면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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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해군 항모 퀸 엘리자베스호가 훈련을 위해 항해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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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화된 경항모 사업, 남은 과제는

내년도 예산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경항모 사업은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접어들었다. 해군은 “이제는 배를 잘 만드는 일이 남았다”며 사업 의지를 다지는 분위기다. 사업 수주를 노리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발걸음도 빨라질 전망이다.

2033년 전력화될 경항모는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전투기를 탑재하는 영국 퀸 엘리자베스호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영국은 F-35B에 아스람과 미티어 공대공미사일, 스피어3 공대지미사일 등을 장착해 항모가 함재를 통해 다양한 작전을 수행할 능력을 갖추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영국의 시스템을 도입하면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해군은 영국 측과 경항모 관련 협의를 지속하면서 자료를 수집 및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래 전장과 기술 변화를 감안해 함재기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기본 설계를 충실하게 진행하되 함재기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두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항모 아나돌루호를 만들고 있는 터키는 함재기로 자국산 무인기를 쓰는 방안을 추진하고자 스페인 등과 접촉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항모에 스텔스 드론을 탑재, 미사일이 300∼400㎞ 거리의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무인기는 리퍼나 글로벌호크급을 제외하면 가격이 매우 저렴하고, 인명피해가 없으며 탑재량도 많다. 다양한 용도에 따라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내년에 시험비행을 앞둔 KF-21 전투기를 함재기로 개조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국산 전투기를 활용하면 성능개량과 개조가 용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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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병대 F-35B 전투기가 강습상륙함 아메리카 비행갑판에서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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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B보다 스텔스 성능은 부족하지만, 더 많은 무장을 탑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KF-21을 사용하게 되면 함재기를 띄우는데 필요한 사출장치 추가 등으로 인해 경항모의 크기가 대형화될 가능성은 있다.

설계 과정에서 리스크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갖춘 국내 조선소에서 경항모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것에는 다수의 전문가가 동의한다.

다만 초도함 건조 직후 시험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기본 설계와 건조 계획 수립 과정에서부터 철저한 사업 관리가 필요하다.

항모 건조 및 운용 경험이 풍부한 미국, 영국, 프랑스와 달리 참고할 만한 선례가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뒤늦게 문제를 발견하고 개선하려면 예산 지출 규모가 늘어나고 사업이 지연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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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전투기 KF-21 시제1호기가 격납고에 대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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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내 뜨거운 찬반 논란에 휩싸였던 경항모 사업은 내년도 예산이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추진 단계로 접어들 채비를 마쳤다.

다만 경항모를 걱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던 관계자들이 지적한 문제점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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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이 개막한 6월 9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내 대우조선해양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해군이 추진 중인 경항모 모형을 구경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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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의 시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만큼 치밀한 계획과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경항모 사업을 둘러싼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해군과 방사청의 철저한 사업관리와 긴밀한 소통이 필요한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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