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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 日백화점 거물들, 돌아가서 '이것' 따라 했더니 매출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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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편집자주]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똑소리'는 소비자의 눈과 귀, 입이 되어 유통가 구석구석을 톺아보는 코너입니다. 유통분야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똑소리나는 소비생활, 시작해볼까요.

[이재은의 '똑소리'] 일본 백화점, 한국 백화점처럼 VIP 모객 강화·체험 휴식공간 강화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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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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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인 2010년, 일본 백화점 업계의 거물들이 대거 방한했다. 이세탄, 미쓰코시, 다카시마야, 다이마루마쓰자카야, 한큐·한신 등 일본 백화점 업계 주요 대표들이 총출동한 것이다. 이들은 '비즈니스모델 조사단'이란 명칭을 달고 한국 백화점의 현주소와 노하우를 살피러 방한해 현대백화점 본점, 갤러리아 명품관, 신세계백화점 본점, 롯데백화점 본점,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점, 롯데백화점 광복점 등을 둘러봤다.

당시 일본 백화점들은 2009년 매출이 전년 대비 10% 줄며 12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지만, 한국 백화점들은 매년 평균 두자릿수 이상 고성장세를 이루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었다. 현재까지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일본 백화점은 지난해 전국 백화점 매출 4조2204억엔(약 43조5558억)을 기록해 1975년의 4조6510억엔(47조9997억원) 이후 4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낸 반면, 한국 백화점 매출은 고공행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매출 규모는 2017년 29조3240억원에서 2019년 30조3860억원까지 늘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27조380억원으로 줄었지만, 올해와 내년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매출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하나금융투자는 2021년 31조9250억원, 2022년 33조521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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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실적 고공행진' 한국 백화점과 '생존 위기'에 놓인 일본 백화점의 뚜렷한 차이는 무엇 때문일까. 일본 백화점 업계가 꼽고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유니클로 등의 대형 쇼핑지 혹은 카테고리 킬러(도큐핸즈, 니토리, 로프트, 프랑프랑, 이케아 등)에 고객을 뺏겼기 때문이다. 아마존 등 e커머스의 급속한 성장도 고객 손실을 가속화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이유는 일본 백화점들의 매입 방식이 꼽힌다. 일본 백화점들은 직매입 방식이 아닌 특약매입 방식을 유지 중이다. 특약 매입은 반품이 가능한 외상 매입으로 상품을 판매한 뒤 수수료를 공제한 상품 판매 대금을 납품업체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팔리지 않은 상품을 반품할 수 있어 재고부담이 없지만, 납품업체는 부담이 가중된다. 고객이 줄어들수록 재고부담은 더욱 커진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납품업체들이 반품을 우려해 점점 더 일본 백화점 대신 e커머스 등 다른 유통채널을 찾는단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분석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에서도 카테고리 킬러숍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고, 한국 백화점도 관행적으로 특약매입제도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일본 중산층의 몰락이 지목된다. 일본은 1970년대 경제성장과 더불어 인구 1억명 전체가 중산층이라는 '1억총중류' 의식이 팽배했는데 이는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때까지 통용됐다. 하지만 이후 일본이 장기 경제침체에 들어서면서 이 의식은 붕괴됐다. 중산층의 소득이 그대로 멈췄기 때문이다. 일본의 평균 임금은 3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 평균 연간 소득은 424만엔(4422만원)으로 30년 전보다 18만엔(187만원) 증가했다. 유럽, 미국, 한국이 급속 성장한 것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자연히 중산층의 소비도 줄어들었다. 일본에선 '미니멀리즘' 등으로 소비하지 않는 게 미덕이란 의식이 퍼졌다.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백화점들은 실적 악화의 길을 걷게 됐다. 지역 거점 백화점이나 민간철도 회사가 운영하며 역사나 터미널에 지어진 백화점들의 경우 매출 감소가 더욱 심각했다. 호소야 토시유키 이세탄미츠코시홀딩스 사장은 현지 매체에 "역 앞 주요 위치에 자리하며 많은 대중을 고객으로 타깃하는 백화점이 예전엔 매출이 잘 나왔다"면서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고 말한 바 있다.

10년전 한국 백화점을 방문했던 일본 '비즈니스모델 조사단'은 한국이 VIP 고객을 특별히 대우하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 백화점은 일찍이 대중 타깃이 아닌 VIP 고객층을 공략하며 VIP 라운지, 멤버십 혜택 등을 강화했다. 뒤늦게 일본 백화점도 VIP에 주목한다. 호소야 사장은 후쿠오카 이와타야 미츠코시 백화점에 연간 300만엔(3130만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을 위한 VIP룸을 설치했다. 요시모토 다츠야 J.프론트 리테일링 사장도 "일반 고객의 소비는 부진해지고 있고, 부유한 고객의 객단가는 점점 높아진다"며 VIP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J.프론트 리테일링의 백화점 회원 분석에 따르면 연간 10만엔(104만원) 이하 구매 고객 객단가는 매년 감소하고 있으나, 연간 100만엔(1040만원) 이상 구매 고객 단가는 매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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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시민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오는 26일 정식 개점하는 '더현대 서울'은 전체 영업면적이 8만9천100㎡(약 2만7천평)로 서울에 있는 백화점 중 최대 규모다. 이 백화점의 콘셉은 '자연친화형 미래 백화점'으로 전체 영업면적 가운데 49%가 실내 조경과 고객 휴식 공간 등으로 구성됐다. 2021.2.2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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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백화점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신세계 센텀시티점처럼 세계 최대 규모 백화점으로 오픈하거나, 더현대서울처럼 체험형·휴식형 공간을 강화하고 나선 것과 달리 일본 백화점들은 그동안 제자리 걸음이었다. 대부분 1970~1990년대 급속 성장기에 지어져 백화점이 노후했지만, 이익 감소 상황이 심각해 리모델링 투자 비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연히 새로 지어진 대규모, 최신식의 복합쇼핑몰 등으로의 고객 이탈은 가속화됐다.

하지만 최근 일본 백화점들도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단 생각에 대대적 리노베이션에 나서고 있다. 체험형·휴식형 공간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마쓰자카야 백화점 시즈오카점은 2018년 연매출 214억엔(2230억원)에서 2020년 149억엔(1550억원)으로 감소하자 본관에 아쿠아리움 등 체험형 공간을 넣기 위해 지난 11월 총 17억엔(177억원) 규모의 리노베이션에 들어갔다. 나고야 메이테츠백화점도 지난 9월 대대적 리노베이션에 들어갔다. 2030년까지 공사를 진행한다. 다카사키 히로키 메이테츠 사장은 "리노베이션이 끝나면 이전 대비 연매출이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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