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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혐오·폭력 난무하는 현실… ‘지옥’과 다를 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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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하루 만에 ‘오징어 게임’ 제친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주연 유아인

“‘믿습니까’ 외치는 사이비 교주와 다르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조선일보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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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마주하고 있는 현실도 지옥과 유사하지 않나요?”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서 정진수 의장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35)은 되물었다. 3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유아인은 극중 역할처럼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상호 감독의 ‘지옥’은 평범한 사람이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지옥행 고지(告知)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을 소재로 삼았다. 유아인은 이 현상을 신의 계시라며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사이비 종교단체 새진리회의 초대 수장인 정진수 역할을 맡았다. ‘지옥’은 지난 19일 공개 후 하루 만에 세계 드라마 순위 1위에 올라 ‘오징어 게임’의 기록(6일)을 단번에 갈아치웠다.

“(드라마가) 비현실적이고 폭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달리 보면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집단의 광기, 혐오, 폭력 등은 현실에서도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댓글 등 인터넷 여론을 예로 들었다. “(극 내용처럼)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맹신하고, 그걸 무기 삼아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는 현상들 역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어요. 그런 믿음과 신념은 어디서 올까. 공포스러운 것 같아요.”

그는 ‘지옥’ 공개 후에도 그런 상황을 겪었다고 말했다. “작품이 공개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6회를 다 본 척하면서 단 악플이나 리뷰, 혹은 어디선가 읽은 한 줄, 유튜브에서 5분가량 본 정보를 맹신하며 주변에 떠드는 일들이 생겨났어요. 어떤 믿음을 갖고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어야 그런 액션(행동)들을 하게 될까요?”

유아인은 극중 정진수 의장을 그동안 그려졌던 사이비 교주와는 다른 결로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이비 교주의 영상을 봤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믿습니까!’ 이러는 면은 없었어요. 오히려 조근조근하면서 사람을 빨아들이는 마력이 있더라고요.”

조선일보

영화 ‘베테랑’에서 안하무인 재벌 3세, ‘사도’의 사도세자 등, 선 굵은 배역들을 소화해 온 유아인은 ‘지옥’의 정진수를 통해 업그레이드된 버전의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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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정진수 의장은 20년 뒤에 죽는다는 고지를 받는다. 유아인은 “실제로 그런 고지를 받지 않았지만 나도 20대를 비슷하게 살았던 것 같다”고 했다. “그때 상당히 느끼한 겉멋에 들어 ‘난 30대에 죽을 거야’라며 살았어요. 나를 과감하게 던지고 도전하며 살았던 거 같아요. 내일 죽어도 상관없을 것처럼 살았기 때문에 순간순간 발산되는 에너지가 뒤가 없는 것 같은 그런 상태. 정진수를 연기하며 저의 20대 시절이 상기됐고, 지금은 이렇게 잘 살아보겠다고 꾸역꾸역 살고 있는.(웃음) 그러면서 저의 치기 어린 20대를 비웃어보기도 하고.”

연상호 감독과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 감독님은 한 발은 현실 세계, 다른 한 발은 창조의 세계에 담고 있는 사람이에요. 황당무계한 세계지만 공감할 만한 매력이 있지요. 감독님은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에요. 도와주고 싶다, 연약한 사람이라고 느껴져요. 전 힘센 사람이니깐 같이 작품하고 싶다.”

정진수는 총 6부작 시리즈에서 1∼3회만 등장한다. 시즌2에서 정진수 의장이 돌아올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유아인은 “저야 돌아오면 좋죠”라며 웃었다. ‘지옥’은 지난달 21일을 제외하고 줄곧 1위를 유지하다, 지난 2일 3위로 내려왔다.

유아인은 “1위를 더 했으면 좋겠다”며 작품 반응 중에는 “세계 무대에 내놓으려면 유아인이 제격이지”라는 댓글이 기분이 좋으면서도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OTT) 플랫폼을 통해서 우리가 만들어낸 작품이 세계에 공개되고 소개될 수 있다는 점이 반가워요. 작품에 대한 해석과 평가가 치열해지는 과정에서 좀 더 폭넓게 관객들의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배우로서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면이죠.”

[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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