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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눈물 흘리는 李, 계란 부치는 尹…이들이 예능 목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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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9일 0시.

이 시각을 기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법으로 금지되는 게 하나 있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20조에 따라 각 후보는 선거 90일 전부터 보도·토론 방송을 제외한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없다”며 “2022년 3월 9일 대선 당일을 역산하면 12월 9일부터 예능 출연 등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금지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표심에 영향을 끼쳐 선거 공정성 시비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8일 자정까지가 '예능의 힘'을 빌릴 수 있는 데드라인이다.

대선주자들이 최근 잇달아 예능에 출연하는 것도 이 규정과 관련 있다.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는 지난 3일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 기행, 대통령 후보 대선밥상’ 편에 출연했다. 서울 을지로 백반집을 찾아 자신을 '무수저'라고 소개한 이 후보는 부인 김혜경씨가 2008년 총선 때 "선거에 나가려면 이혼 도장을 찍고 나가라더라"고 하는 등 여러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서울 종로의 한 칼국숫집을 찾은 윤 후보는 요리 솜씨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대선 출마를 두곤 "집사람이 '정치를 할거면 가정법원 가서 도장 찍고 하라'고 질색했다"고 하는 등 관련 사연들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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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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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노리는 효과는 뭘까. 지난달 30일 방송된 KBS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나온 이 후보는 이미지 개선을 꼽았다. 다음은 방송에서 한 이 후보의 발언.

“제가 찔러도 피도 안 나올 것 같고, 원래 추진력이라는 게 잘못 인지되면 탱크로 밀어버릴 것 같은 느낌도 들잖아요. 실제로는 아닌데. 그런 거 교정도 해야 하고, 있는 그대로 나를 보여줄 필요가 있어서 나왔어요.”

이날 방송에서 이 후보는 본인 생일에 작고한 부친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최근 부인 김혜경씨 낙상 사고 관련해 악성 루머가 퍼진 데 대해 그는 “처음에는 무지하게 화가 났는데 요즘은 화가 안 난다”고 넘겼다. 7일 자 해당 프로그램에는 윤 후보 편이 방송될 예정이다.

윤 후보가 예능에 출연하는 이유도 인간적인 매력 어필이다. 지난 9월 19일 SBS '집사부일체'에 나온 윤 후보는 “형수님(검건희씨)에게도 요리를 해주느냐”는 질문에 “해야 안 쫓겨나고 살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출연자에게 “그냥 형이라고 하라”며 계란말이와 김치찌개를 직접 만들어주기도 했다.

“대통령만 보면 싸우고 싶은가”, “나에게 추미애란” 같은 질문에 윤 후보는 “나를 공격해주면 꼭 지지율이 올라간다”라거나 “내 운동장으로 끌고 와서 붙어야지” 같은 답변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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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집사부일체 이재명 편 예고 화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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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예능 출연을 두고 “이미지 정치를 부추기고, 정치를 희화화한다”는 우려도 있지만, 정치인 입장에선 이미지 메이킹에 효과적인 수단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두 후보가 자꾸 예능에 출연하는 건 친근감을 내세워 비호감 이미지를 줄여보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28일 SNS를 통해 TV조선 예능 ‘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 촬영 이틀 전 취소 통보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부당한 처우”라고 항의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정치 예능의 효시는 김대중(DJ) 전 대통령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6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이경규가 간다’는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였던 DJ의 일산 자택을 갑자기 찾아가는 컨셉으로 방송했다. 방영 당시 시청률이 40%를 넘겼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 안철수 후보도 예능 출연으로 인지도를 끌어올린 대표적인 케이스다. 안 후보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시절이던 2009년,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 코너에 나와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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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월 19일 SBS '집사부일체'에 출연했다. SBS 방송 캡처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는 SBS ‘힐링캠프’에 여야 대선 주자가 차례로 나왔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중학교 때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사진을 공개했고, 노래 요청을 받고는 그룹 거북이의 ‘빙고’를 불렀다.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도 같은 방송에 나와 특전사 시절 사진을 공유하고 격파 시범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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