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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단독]“곽상도, 뇌물·알선수재 다 된다”…檢 수상한 법리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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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2월 2일 곽상도 전 무소속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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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도(62) 전 무소속 의원이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50억원이 동시에 대장동 인허가 청탁과 관련한 뇌물도 되고, 하나은행 컨소시엄 유지 목적의 금융기관 청탁 대가인 알선수재도 될까.

검찰이 지난 1일 곽 전 의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두 가지 범죄 모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 관계’를 적용하려다가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법원에 의해 기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검찰이 곽 전 의원을 상대로 대가성 청탁 행위가 별개인 전혀 다른 두 개의 혐의를 하나도 제대로 입증도 하지 않은 채 “아무거나 걸려라”식의 먼지떨이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이 지난 10월 세 차례에 걸쳐 곽 전 의원 아들 명의의 은행계좌 10개를 추징보전(압류)할 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다.



추징보전 청구 땐 “2015년 6월 김만배 인허가 청탁 받고 수락”



당시 법원의 추징보전명령 결정문에는 2015년 6월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던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6·구속기소)씨로부터 “화천대유가 참여하여 시행하는 대장동 사업 관련 각종 법적분쟁, 인허가 절차 해결 등과 관련한 청탁, 편의 제공 등을 도와주는 대가로 곽○○(곽 전 의원 아들)를 취업시킨 후 급여 등을 지급하고 사업 이익금을 분배해주겠다”라는 제의를 받고 수락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그 무렵 곽 전 의원 아들은 화천대유에 입사했다.

이후 곽 전 의원은 2020년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대장동 사업 배당금으로 화천대유와 그 자회사인 천화동인 1~7호에 수천억원대가 배당되었다”라는 말을 듣게 되자 아들을 통해 화천대유 김씨에게 “이익금 일부를 달라”는 요구를 했고, 2021년 4월 곽 전 의원 아들은 퇴직금과 상여금 등의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검찰은 “이로써 곽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받고 아들과 공모해 국회의원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했다”라고 봤다.



구속영장 땐 “2015년 3월 청탁”…시점 3개월 당겨져



검찰은 50여일 만인 지난달 29일 곽 전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혐의를 특정경제범죄법상 알선수재로 바꿨다. 곽 전 의원의 공무원 신분과 무관하게 그가 금융회사 임직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아들을 통해 금품을 수수했다는 논리다.

화천대유 김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대가성 행위를 한 시점도 3개월 앞당기는 등 사실관계도 달라졌다. 구속영장에 따르면 화천대유 김씨는 2015년 3월 곽 전 의원에게 “하나금융지주 임직원 등을 상대로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잔류하도록 부탁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으로 알선해달라”라고 청탁하면서 “그 대가로 향후 사업 이익금 등을 분배해주겠다”라는 제안을 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그 직후 곽 전 의원은 하나금융지주 임원에게 청탁 받은 대로 부탁을 하였고, 2015년 3월 25일 하나은행은 화천대유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장동 사업에 참여할 것을 최종 결정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이후 곽 전 의원은 2015년 6월 아들을 화천대유에 입사시켜 2021년 3월 31일까지 근무하게 하고 4월 30일 화천대유 김씨로 하여금 곽 전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상여금 명목으로 세금 등을 공제한 25억여원을 공여하게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1일 서보민 영장전담부장판사가 주재한 영장실질심사에선 여전히 곽 전 의원의 뇌물수수와 알선수재 혐의는 “상상적 경합 관계”라고 주장하다가 “두 개 범죄가 동시에 양립할 수 있는지 의아하다”란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법원은 이날 밤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반면 구속의 사유 및 필요성, 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중앙일보

11월 17일 검찰이 곽상도 전 의원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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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다시 뇌물수수 혐의 적용하나…“신중하지 못해”



검찰은 지난달 26일 곽 전 의원이 청구한 추징보전 항고 사건에서도 의견서를 제출해 “뇌물수수죄와 알선수재죄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상상적 경합 관계란 하나의 행위에 대해 두 개 이상의 범죄 혐의가 적용 가능한 경우를 뜻한다. 검찰에선 곽 전 의원에 대해 뇌물수수 등 혐의로 다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검찰이 곽 전 의원이 언제, 누구에게, 어떤 청탁을 했는지 대가성을 입증하기 힘드니 아예 별개 혐의를 상상적 경합이라고 우기고 있다”란 지적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곽 전 의원의 뇌물과 알선수재는 청탁 행위의 태양, 대상 기관, 시기 등이 달라 이를 상상적 경합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라며 “법률 전문가인 검찰은 신중하지 않게 시시각각 법리 적용을 바꾸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한 법조인은 “곽 전 의원이 ‘문재인 저격수’로 불리는 야권 정치인이기 때문에 뭐라도 걸어서 잡아넣겠다며 표적 수사를 벌이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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