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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윤석열, '비싼 수업료' 내고 김종인·이준석과 화해 드라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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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서 윤석열·이준석·김기현 만찬 회동
'김종인 원톱 체제' 완성 선대위 재정비
이준석과 화해… 김병준 역할 조정 관건
한국일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3일 울산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이준석 대표와 만찬회동을 마친 뒤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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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당대표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힘의 권력 싸움이 3일 극적으로 봉합됐다.

윤 후보의 미온적 태도에 실망해 등돌렸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후보 선거대책위의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지난 나흘간 날 선 신경전을 벌였던 윤 후보와 이 대표는 "한 치의 흔들림 없는 일체가 되기로 했다"며 손을 잡았다.

6일 선대위 발대식을 사흘 앞두고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 이 대표와 '반전의 화해 드라마'를 썼다. 이로써 리더십 위기가 더 번지는 것을 막게 됐다. 선대위도 안정적으로 띄울 수 있게 됐다.

다만 개성이 강하고 소신이 뚜렷한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는 윤 후보에게 언제라도 다시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킹메이커 김종인 복귀' 직접 알린 윤석열


적극적으로 화해를 청한 건 윤 후보였다. 나흘째 전국을 다니며 '잠행 시위'를 한 이 대표를 만나기 위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울산 울주를 찾았다. 3일 저녁 울주의 한 식당에서 이 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약 2시간 동안 회동한 윤 후보의 표정은 밝았다.

깜짝 뉴스부터 전했다. "지금 막 우리 김종인 박사님께서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고 했다. 이 대표와 화해하려고 만났다가 김 전 위원장 문제까지 해결한 것이다. 그간 국민의힘 갈등 전선은 '윤석열 대 김종인+이준석'의 구도였다.

윤 후보는 지난달 5일 대선후보 선출 이후 선대위 인선 문제 때문에 줄곧 몸살을 앓았다. "전권을 달라"는 김 전 위원장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다가 3주 만에 사이가 틀어졌다. 대신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을 '원톱'으로 세웠다. 그러나 '노련한 킹메이커'인 김 전 위원장의 빈자리는 컸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약 일주일 간 윤 후보를 떠나 있던 김 전 위원장은 화려하게 복귀하게 됐다.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김 전 위원장과 김병준 위원장, 김한길 선대위 새시대준비위원장과의 권한 조정 문제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다른 '2김(金)'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윤 후보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김병준 위원장 위에서 총괄한다"고 위계 관계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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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3일 울산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와 함께 대선 승리를 다짐하는 뜻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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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만나려 울산행… 극적 화해


윤 후보는 이 대표와도 우여곡절 끝에 화해했다. 3일 낮까지 두 사람 사이 차디찬 냉기류가 흘렀지만, 회동 뒤엔 서로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둘은 함께 쓴 발표문에서 "대선에 관한 중요 사항에 대해 대선후보와 당대표, 원내대표는 긴밀히 모든 사항을 공유하며 직접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 대표에게 양보하는 태도를 취했다. 발표문에 "젊은 세대에 대한 적극적인 소통과 정책 행보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 의견을 같이 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대표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한 것이다. 울산으로 향하기 전엔 이 대표를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젊은 당대표"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 대표도 한 발 물러섰다. 윤 후보가 자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명한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에 대해 "윤 후보를 존중하고 인선 철회를 요구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갈등의 핵심인 '당무우선권' 문제에 대해선 타협을 봤다. 국민의힘 당헌엔 대선후보가 당무우선권을 갖게 돼 있지만, 윤 후보나 이 대표가 아닌 김 전 위원장이 당무를 총괄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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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달 24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난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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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수록 손해"... 급박한 평화 무드


이 대표 잠행 시위의 직접적 이유가 된 이른바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 윤 후보의 핵심 측근들은 김 전 위원장이나 이 대표에게 거부감을 드러내왔다. 이에 이 대표는 자신과 김 전 위원장을 깎아내리는 '윤핵관'의 인사조치를 요구했지만 흐지부지됐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의존해 서로를 평가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구두 봉합'으로 막은 셈이다.

윤 후보의 리더십은 유연하기보다 강고한 쪽이다. 그런 그가 적극적으로 낮은 자세를 취한 것은 최근 위기를 엄중하게 봤기 때문이다. 선대위 인선으로 우왕좌왕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우위였던 지지율은 몇 주 사이에 박빙이 됐다. 윤 후보의 비전보다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의 거취가 주목받는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지자 중도층이 떠나갈 조짐을 보였다.

결국 "싸울수록 손해"라는 교훈을 얻은 윤 후보가 갈등을 극적으로 봉합한 것이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4일 부산에서 함께 선거 운동을 하면서 '원팀'임을 대대적으로 알리기로 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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