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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오미크론 확진 교회 주변은 '패닉', 시장상인도 고시원생도 선별진료소 '긴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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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홍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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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2시 30분쯤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숭의동에 있는 A교회의 입구. /사진=홍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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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 설치된 임시 선별진료소. 콧물을 훌쩍이는 20대 학생부터 가게를 비워두고 진료소를 방문한 자영업자까지 시민들이 100여 미터 넘게 길게 늘어섰다. 인근 시장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오미크론 확진자가 우리 가게를 왔다 갔다고 해 급하게 왔다"라며 "직원 10여 명이 급하게 달려왔다"고 했다.

코로나19(COVID-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에 확진되고도 방역당국에 동선을 속인 40대 목사 부부가 근무하는 인천 숭의동의 A교회 근방 주민들의 지역 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인근 선별진료소에는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몰렸고 교회 내 유치원은 절반 넘는 인원이 등원을 거부했다. 해당 교회는 폐쇄됐으나 지역 주민들은 감염 확산이 걱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문 걸어 잠그고 몸 숨긴 교회…선별진료소엔 100m 늘어선 줄

A교회 앞에는 성탄절을 앞두고 걸린 현수막과 조명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유리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문마다 "확진자 발생으로 교회 모든 시설 전면폐쇄"라는 붉은 글씨가 붙어 있었다. 교회 안에 있던 사람들도 취재진을 보자 황급히 몸을 숨겼다.

이 교회는 지난 1일 국내 첫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로 판정받은 40대 목사 부부의 근무지다. 이 부부는 나이지리아 방문 후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자신들을 공항에서 집까지 태워다 준 우즈베키스탄 국적 B씨(38)의 존재를 숨겼다. 이 부부가 방역당국에 "방역택시를 탔다"고 거짓말을 해 B씨에 대한 검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B씨와 B씨의 가족은 수일간 대형 교회를 방문하는 등 지역사회를 활보했다.

결국 부부의 아들과 B씨까지 오미크론 확진 판정을 받았다. B씨의 부인과 장모, 지인 등도 오미크론 의심자로 분류돼 감염 여부를 분석 중이며 이들은 A교회의 예배에 참석하기도 했다. 접촉자는 총 411명이며 앞 시간대 예배 참석자까지 선제적 검사를 받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약 800명 가까운 인원이 방역당국의 추적 관리 중에 있다.

교회는 외부 방문에 대체로 적대적이었다. 교회 안에 위치한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직원 C씨는 오미크론 변이 확진과 관련해 "들은 내용이 없다"고 입을 다물었다. 해당 유치원 직원 D씨는 "이곳 원아는 80~90명 정도인데 오늘은 30명가량이 등원했다"며 "학부모들이 걱정하는 마음에 등원을 안 시킨 거 같다"고 말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이모씨(27)는 "가뜩이나 뉴스에서 연일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다루고 있어 불안한데 우리 주변에서 바로 확진자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라며 "집에 나이가 많으신 아버지가 계신데 거짓말로 동선을 숨긴 것 때문에 인천 전체가 뒤숭숭해 너무 불안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경우에 따라 추가 감염 발생 우려도…"지역 주민께 죄송" 사과한 교회

목사 부부의 아들이 재학 중인 학교 등 오미크론 의심자의 동선에 따라 추가 감염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지난 4일 'A교회 확진을 국내 오미크론 변이의 첫 지역사회 집단감염 사례로 봐도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번 사례에 있어서 추가 확진자가 계속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시설 내에서 집단으로 발생한 첫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A교회는 논란이 계속되자 임시로 폐쇄하는 한편 담임목사가 직접 사과문을 올렸다. 이 담임목사는 지난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교회에서 발생한 오미크론 확진자로 폐를 끼치게 돼 인천 지역 주민들에게 사과드린다"라며 "나이지리아에 다녀온 목회자는 학술 세미나차 부부가 백신 접종을 마치고 정부의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가운데 다녀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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