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사설] 삼성 이 부회장에게 ‘기본 소득 얘기해 달라’고 했다는 李 후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3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서울 서초구 삼셩경제연구소(seri)를 방문하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삼성경제연구소를 방문해 “(여기에) 오면서 농담으로 삼성이나 이런 데서 기본 소득을 이야기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며 “사실 제가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그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이 후보는 “미국 기업 CEO 중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같은 사람들은 이미 기본 소득을 도입하자고 했다”고 했다.

기본 소득은 이 후보가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던 정책이다. 임기 내 매년 전 국민에게 100만원, 청년들에게는 200만원의 기본 소득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몽상적 수준의 비현실적 얘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6명이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오자 “국민들이 끝까지 반대해 제 임기 안에 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삼성 이 부회장에게 기본 소득 얘기를 해달라고 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여당 대선 후보가 국민의 외면을 받고 스스로도 자신 없어 하는 정책에 대해 정치인이나 관료도 아닌 기업인에게 여론 조성에 앞장서 달라고 주문했다니 언뜻 믿어지지가 않는다.

게다가 이 부회장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하다가 지난 8월 가석방된 상태다. 이 정권 내내 수사와 재판으로 시달렸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런 이 부회장에게 여당 후보의 이런 발언이 어떻게 받아들여졌겠나.

머스크와 게이츠가 기본 소득을 언급해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뜻은 AI나 로봇 등이 인간의 직업을 대체하는 미래에 정부가 국민에게 임금을 주는 기본 소득을 검토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빌 게이츠는 인간의 일자리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기업에 세금을 매기는 ‘로봇세’로 재원을 마련하자고도 했다. 그야말로 미래 얘기로 선거용과는 거리가 멀다. 이 후보의 기본 소득이 선거 득표용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 후보가 정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기업인에게 ‘기본 소득 얘기를 해달라’고 한 것은 ‘선거용 나팔수’ 역할을 요청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매우 부적절하다.

[조선일보]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