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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영은 일시적 ‘허풍’인가, 무시 못 할 변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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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역대급 비호감 대선에 부는

‘허경영 현상’의 의미는?

조선일보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선 후보가 지난달 18일 서울 김포공항역에 장군 차림으로 나타났다. 허 후보는 이날 퇴근길 김포도시철도를 체험하고 “수도권 외곽 순환 전철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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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재미난 (대선 후보) 토론회를 원하십니까? (지지율) 5%가 넘으면 토론회에서 허경영을 보실 수 있습니다. 허경영 지지율 공중 부양 롸잇 나우~.”

국가혁명당 허경영(74) 대선 후보는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서 들뜬 모습을 보였다. 이날은 여론조사 업체 아시아리서치앤컨설팅의 차기 대선 주자 관련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날. 5자 가상 대결에서 허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45.5%), 더불어민주당 이재명(37.2%) 후보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지지율은 4.7%였다. 그 뒤로 정의당 심상정(3.5%), 국민의당 안철수(2.3%) 순이었다. 공약만으로 판단한 허 후보 호감도는 7%에 달했다. 나흘 뒤 공개된 폴리뉴스·한길리서치 여론조사 결과에서 허 후보는 지지율 3.3%를 기록, 윤석열·이재명에 이어 또 3위를 기록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허 후보의 부상은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기성 정치권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許, 일부 여론조사 지지율 3위

허 후보는 각종 기행과 황당 발언으로 유명해졌다. 아이큐가 430이고, 공중 부양·축지법을 할 수 있으며, 외계인과 교신도 가능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내 눈을 바라봐 넌 건강해지고…’라는 노래를 부르며 치유 능력이 있다고도 한다. 지난 8월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는 장군 옷을 입고 백마 탄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의 황당 발언들 중 몇은 법원의 철퇴를 맞았다. 2007년 대선 때 자신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결혼하기로 했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과 10년간 피선거권 박탈을 선고받았다. 정치권은 ‘포퓰리즘과 정치 희화화의 끝판왕’이라 비난하기도, ‘기성 정치의 실패가 만들어낸 돌연변이’라 자조하기도 한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허 후보는 1991년 서울 은평구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이번 대선까지 지금껏 여덟 차례 출마했다. 대선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 3만9055표(0.15%)를, 2007년 17대 대선에서 9만6756표(0.4%)를 얻었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그가 얻은 표는 5만2107표. 1.0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허 후보의 위력이 더 이상 웃고 넘길 만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사는 회사원 정모(35)씨는 이번 대선에서 진지하게 허 후보를 찍을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정씨는 “허경영 후보가 (2007년 대선 때) 신혼부부에게 1억원씩 주겠다고 했을 때 허황된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부가 저출산 해결에 쏟아부은 돈이 수십조원인데 아무 효과가 없는 걸 보면 ‘차라리 허경영이 낫나’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국내 최대 규모인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지난 1일 하루 동안 허 후보 관련 글이 500여 건 올라왔다. ‘뽑을 사람 없으니 허경영을 뽑자’는 냉소 섞인 글이 다수였지만, ‘민주당·국민의힘에 경각심을 주려고 허경영을 뽑겠다’ ‘허경영 공약 찾아봤는데 나름 괜찮은 것 같다’ 등의 글도 적지 않았다. 일부 언론에서 허 후보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내자 ‘저들이 뭔데 감히 후보를 광대 취급하냐, 저 지지율도 엄연히 국민이 찍어서 나온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 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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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혁명당 허경영 대선 후보가 지난 10월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오징어 게임' 복장을 한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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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기 공약, 許뿐만 아니다?

허경영 후보는 33가지 ‘혁명 공약’을 발표했다. 모든 공약이 황당무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세 이상 국민에게 코로나 긴급생계지원금 1억원, 국민배당금 매월 150만원을 비롯해, 결혼 수당 1억원, 출산 수당 5000만원, 전업주부 수당 월 100만원, 노인 수당 월 70만원, 가족 사망 시 1000만원 등 현금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이 많다. 국회의원 100명으로 감축, 정당 제도 폐지, 징병제 폐지, 수능 폐지 뒤 한 과목만 시험, 유엔본부의 판문점 이전 등의 공약도 있다.

허 후보는 “허경영 공약 표절이 요새 유행”이라고 주장했다. 허 후보 공약의 특징을 ‘현금 살포’라고 규정한다면, 주요 후보들 공약에서 이와 비슷한 공약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후보의 기본소득(임기 내 전 국민 연간 100만원, 청년 200만원 지급), 윤 후보의 소상공인 50조원 손실 보상 지원, 안철수 후보의 전역 청년에게 1000만원 지급 공약 등이다.

허 후보는 본지 통화에서 “나는 30년 전부터 일관되게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을 미리 냈다”며 “예컨대 신혼부부에게 1억원 지원하는 정책을 과거엔 사람들이 황당해했지만, 저출산을 실제로 목도했고 그 결과 나를 다시 보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대선 레이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내 지지율이 비행기처럼 수직 상승하는데, 0.5% 지지율인 김동연은 (여론조사 대상에) 넣어주고 나는 안 넣어준다”면서,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나를 빼면 국민들이 들고일어난다. (환경이) 아무리 불공정해도 나는 토론회에 참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선거법상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이 5% 이상이어야 토론회 참석이 가능하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허경영이라는 정치인을 ‘종교성 강한 포퓰리스트’로 규정했다. 이 교수는 “허경영 후보는 자금력이 뒷받침하는 조직력과 차별화된 정책으로 틈새 정당 역할을 하며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며 “제도 정치권에서 흡수를 못 하는 유권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지금 유력 후보들이 대안이 아니라는 생각에 허경영 현상이 빚어진 것”이라고 했다. 두 교수 모두 허 후보가 토론회에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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