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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아무튼, 주말] 교토에서 만난 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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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줌마]

조선일보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7년 전 가을, 단풍으로 물든 일본 교토에서 ‘귀인’을 보았습니다.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라는 고류지(廣隆寺)에서 만난 목조미륵반가사유상입니다. 천년 고찰, 어두컴컴한 보물전에 홀로 고고하게 앉아 있어서였을까요. 옅은 미소를 짓고 있던 이 불상 앞에 선 순간, 형언할 수 없는 마음의 평화가 밀려들더군요. 불자가 아닌 관람객도 두 손 모아 합장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 이 불상을 눈에 담아가기 위해 세 차례나 다시 줄을 서서 관람했을 정도니까요. 지식도 얕고 말도 짧은 저는 지인들에게 그저 “세상에서 최고로 잘생긴 불상을 보았노라” 자랑했는데, 독일 실존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는 “지상의 시간과 속박을 넘어서 달관한 인간 실존의 가장 깨끗하고, 가장 원만하고, 가장 영원한 모습의 상징”이라고 예찬했더군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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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감동적인 것은 이 불상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반가상의 아름다운 미소와 자태에 반한 일본 대학생이 불상을 끌어안다가 손가락을 하나 부러뜨렸다지요. 국보 훼손이라 난리가 났는데, 한 역사학자가 손가락이 부러질 때 떨어진 나뭇조각을 연구했더니 한반도에서만 자라는 적송(赤松)이더랍니다. 일본 국보인 이 불상이 한반도에서 제작됐다는 근거가 된 셈이지요. 실제로 우리 국보 제83호인 ‘금동미륵반가사유상’과 쌍둥이처럼 닮아 일본미술사에서는 한반도에서 도래한 불상의 상징으로 여긴다고 합니다.

이번 주 1~2면에 소개한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 인터뷰를 읽어보니 그날의 감동이 되살아났습니다. 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전시된 78호, 83호 반가상과 함께 교토의 목조미륵반가사유상을 왜 ‘세계 빅3 반가상’이라고 하는지, 그들은 왜 모두 그윽한 미소를 짓고 있는지 자세히 적혀 있어 큰 공부 했습니다. 조만간 ‘사유의 방’에 가게 되면 깨달음의 순간 힘주어 구부렸다는 미륵보살의 발가락을 꼭 눈여겨보려고요.

이번 주에도 <아무튼, 주말-뉴스레터>를 배달합니다. ‘아무튼 뒷담화’로 이번엔 좀 특이한 사연을 공유합니다. 지난달 23일 자 조선일보에 ‘新줌마병법-내 아들이 ‘제육볶음’ 만드는 법을 배우려는 까닭은?’이란 글이 실렸는데요. 모자(母子)간 대화체로 쓴 이 글을 재미나게 읽으셨다는 75세 독자분께서 20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며 경상도 억양 그대로 육성 녹음을 하여 파일로 보내오셨습니다. 서툴고 느리지만 정겨운, 아날로그 감성 그대로라 뭉클하더군요. 아래 QR코드나 인터넷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5743을 통해 들어오시면 구독 창이 열립니다.

조선일보

모쪼록 건강하시길 빕니다.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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