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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대통령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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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언론과 방송에서는 대선 이슈가 주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무려 석 달 동안 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대통령 후보 중에 누가 예능의 최강자이자 화술의 달인이며 고고한 수행자인가를 밝혀내고 있다. 이보다 더 큰 흥행의 대상은 없다. 그런데 숱한 언설과 화려한 퍼포먼스, 그리고 편 가르기가 지나가고 나면 그뿐이다. 희망이라는 달콤한 꿈에 취했다 깨어나면, 손끝을 감추며 자책감에 빠진다. 김종철 한겨레신문 전 논설위원이 제안한, 대통령을 자격시험으로 뽑자는 의견(<월간 말>, 1992)에 동의한다. 일정한 수준에 올라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주관식 문제를 풀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이왕이면 즉문즉답식의 대국민 면접도 있으면 좋겠다.

경향신문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어떻게 해서 뽑든 대통령이라는 인물은 한 시대의 표상이며, 당대 시민들의 문화와 의식이 투영된 정신사의 일부다. 시대성의 단면이자 역사 전환의 표지석이다. 어쩌면 대통령제는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위치가 가진 위기와 도약의 양면성을 표출하는 적절한 도구일지도 모른다. 인치에 해당하는 왕정과 법치를 대표하는 민주공화정을 혼합한 최종 권력자를 뽑는 일은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축제의 기분마저 들게 한다. 주기적으로 전 국민이 같은 화제로 광장을 달구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위정자가 된다는 것은 고독한 일이다. 심지어는 자신이 잘한 일에도 비판을 받는다. 깨달음의 책 <벽암록>에서 양나라의 무제는 달마대사에게 자신이 삼보를 위해 쌓은 공덕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아무 공덕도 없다”는 말 한마디로 퇴짜 맞았다. 불법에 귀의한 진실한 신심도 있었겠지만, 불교를 이용하여 통치력을 강화하고자 한 내심도 있을 것이다. 통치자의 아만심을 무너뜨렸다.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비법은 마음을 비우는 일이다.

비울 때라야 백성의 마음을 담을 수 있다. 사마천은 <사기열전>에서 ‘백성의 마음’을 따라 다스리는 위정자를 최고로 친다. 그리고 최하의 위정자는 ‘백성과 다툰다’고 했다. 삶은 이익만으로 지배될 수 없다. 사마천이 이익으로 백성을 이끄는 것을 차선으로 보는 이유는 그것만으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조선왕들의 학습의 장인 경연(經筵)에서는 <성리대전>이나 <근사록>이 나온다.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삼았기도 하지만, 마음공부의 경전들이 등장하는 것은 자신의 심신을 닦은 후에 남을 다스린다는 수기치인(修己治人) 또는 내성외왕(內聖外王)이 왕의 덕목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력도 곁들여 있다. 경연은 또한 격의 없는 정치의 토론장이기도 했다. 왕권시대의 일이지만 본받을 만하다.

지금의 위정자들은 오직 경제만을 최상의 가치로 본다. 틀린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삶의 토대가 무너지고 있기에 당연하다. 그러나 코로나가 어떻게 발생했는가. 원인은 인간의 탐욕 아닌가. 따라서 경제적 해결과 삶의 지속성 사이의 균형을 잡아주는 능력이 필요하다. 한때의 인기로 리더십을 세울 수는 없다. 달마대사는 아상(我相)을 버린 무아와 대아를 말하고 있다. 그래야 백성의 모습이 온전히 눈 안에 들어올 수 있다. 모든 존재가 절대성을 갖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인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다. 빈 마음이 커야 권력의 공공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대공심(大公心)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한 대통령이라야 진정 헌법에 언급된 국가의 원수이자 대표자가 될 수 있다. 또한 행정권 위에 놓인 국가의 독립이나 영토의 보전, 조국의 평화적 통일에 대한 책임도 질 수 있다. 언제든 제왕적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이 조항들은 역사의 특수성이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역사적 한계를 해소할 의무도 있다.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 그리고 중미의 대리전인 6·25전쟁은 죄 없는 백성들의 죽음, 국권의 강탈, 분단을 가져왔다.

영속적 평화의 전제조건이자 한반도의 대모순을 제거하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시대의 요구다. 대통령은 백성들의 염원을 등에 업고 주권국가의 주체적 결단을 보여주어야 한다. 전쟁의 과오를 가진 독일의 통일을 서구세계가 인정한 이유는 신뢰다. 선량한 백성들은 K문화를 일구어 김구 선생이 그토록 열망했던 문화강국을 만들고 있다. 한국에 대한 세계적 신뢰는 두터워지고 있다. 주변 강대국들을 끌어안고, 담대한 상상력으로 한반도를 평화의 전진기지로 만드는 허심(虛心)한 대통령의 진짜 능력이 나타날 때도 되었다.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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