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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부작용 큰 ‘인재 영입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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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6년 1월 10일 문재인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이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영입 인사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 오기형 변호사, 문재인 대표,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당시 직함). 문 대통령의 영입 인사 네 사람은 이후 모두 국회의원이 됐다.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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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온다.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2016년 1월 10일. 문재인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은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영입 인사들과 만나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의 백드롭(배경 현수막)에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에서 따온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날 문 대통령의 옆에 선 이들은 표창원·김병관·이수혁·오기형이었다. 이들은 나중에 모두 국회의원이 됐다. 비슷한 시기 영입됐던 ‘여성 영입 인재 1호’ A씨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그림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의혹 등에 휩싸여 자진 사퇴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가 인재 영입 소동으로 시끄럽다. 이 후보 선대위 영입 인재 1호이자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조동연씨가 사생활 논란으로 임명 사흘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청년 인재로 합류한 김윤이씨는 하루 전까지도 다른 후보 캠프에 이력서를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얘기들이다. 이런 잡음은 역대 거의 모든 선거, 모든 진영에서 있었다.

지난해 총선 민주당의 영입 인재 2호 B씨는 ‘미투’ 논란에 휩싸이며 자격을 자진 반납했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영입 인재 1호 중 한 명인 C씨는 과거 돈 봉투를 받아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전력이 드러나 영입 결정이 취소됐다. 2016년 국민의당 창당을 준비 중이던 안철수 당시 대표는 영입 인재 1호 명단을 발표했다가, 5명 중 3명이 과거 비리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이 논란이 되자 3시간 만에 철회하고 사과했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는 당사자들의 의사를 제대로 타진하지도 않고 인재 영입 또는 영입 검토를 발표해 망신을 사기도 했다.

선거 때만 되면 ‘인재 영입’ ‘외부 수혈’ 등이 뉴스를 장식한다. 각 진영은 지지세에 도움이 될 인사를 데려오려고 애를 쓴다. 때론 영입 경쟁도 벌어진다. 그런데 지난 4년 동안은 뭘 하고, 이제 와 영입 인재 1호니 2호니 하는 건가. 기존 인물들이 국민들에게 별 감동을 주지 못하는 건 잘 알겠다. 그래도 데려온 사람에 대해 검증은 하고 국민에게 선보여야 하지 않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 자리 사냥꾼을 걸러내는 최소한의 검증이 사전에 있어야 한다.

과거 민주당이 당대표실에 내건 문구처럼,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대선은 어떤 인물을 택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미래가 좌우되는 중대사다. 영입 인재는 대선 후보의 안목과 리더십, 그 후보가 꾸릴 정부의 지향을 나타낸다. 그런 중요한 사람들을 번갯불에 콩 볶듯 찾아 깜짝 발표하려 하니 참사가 되풀이된다. 국민은 능력 있고 검증된 인물을 원한다. 인재 영입 쇼와 그 부작용은 이제 그만 보고 싶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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