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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상처투성이 된 IBK기업은행…구단은 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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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남원 전 감독 석연찮은 경질에서
감독 악수 거부·김사니 대행 사퇴
구단, 수습 노력 없이 무기력 노출



경향신문

작전 지시하는 김사니 감독대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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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IBK기업은행이 결국 김사니 감독대행(사진)과 결별했다. 김 대행은 지난 2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1~2022 V리그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를 앞두고 자진 사퇴 뜻을 밝혔다.

지난달 23일 흥국생명전을 앞두고 팀의 지휘봉을 잡은 김사니 대행은 끊임없는 논란을 야기한 끝에 3경기 만에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IBK기업은행의 소극적인 위기 대응 능력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상대 감독들이 김사니 대행과 악수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이어진 일련의 과정에서 IBK기업은행이 과연 팀 정상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준다. 김사니 대행이 사퇴한 것도 결국 구단의 결정이 아니었다. 부정적인 여론에 내몰린 김사니 대행 스스로가 결단을 내렸다. 차기 감독으로 거론되기도 했던 IBK기업은행의 영구결번 레전드는 구단과 불협화음만 내다 상처투성이인 채로 스스로 물러나야 했다.

선수와 코치가 팀을 무단이탈했는데, 서남원 전 감독을 먼저 경질한 사건의 발단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였다. 그리고 팀을 나갔다가 돌아온 김사니 코치에게 팀 수습을 맡겼다.

두 차례 팀을 이탈한 조송화 징계 여부를 한국배구연맹(KOVO) 상벌위원회에 맡긴 결정에도 물음표가 뒤따른다. 올 시즌부터 도입된 새 표준계약서에 따라 조송화가 은퇴를 번복하면서 임의해지가 쉽지 않게 된 것은 맞다. 그렇지만 IBK기업은행이 선수에게 징계를 내릴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항명, 훈련 불참 등 불성실한 자세에 대해 책임을 물어 출전정지, 제재금 등 자체 징계도 충분히 가능하다. 복잡한 과정 없이 구단의 의지대로 조송화와 빠르게 결별하고 싶다면 잔여 연봉을 주고라도 내보낼 수 있다.

IBK기업은행은 어떤 징계도 내리지 못하다, 공을 연맹으로 넘겼다.

‘진짜 프로팀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IBK기업은행은 위기에 무기력했다. 구단은 팀 내부 갈등이 외부로 알려진 뒤 사태 수습까지 선수 보호를 우선 가치로 내세웠지만, 팀과 선수단에 남은 상처는 더 깊다. 모기업의 이미지 타격도 크다. 그럼에도 빠른 팀 분위기 수습은 쉽지 않다. 여전히 시즌 초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반전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구단은 별 대책을 내놓지 않고 시간만 흘러갔다.

IBK기업은행은 5일 최하위를 다투는 페퍼저축은행과 홈경기를 치른다. 그날 팀을 이끌 ‘감독대행의 대행’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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