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사설] 소상공인 지원 ‘말잔치’로 끝난 내년 예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회가 내년 예산안을 법정 시한을 하루 넘긴 3일 처리했다. 예산안이 해군의 경항공모함 사업 등 일부 여야 간 쟁점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여당 단독으로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큰 마찰 없이 통과됐다. 오미크론의 감염 확산 가능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내년 예산을 지연 없이 집행할 수 있게 된 점은 다행스럽다.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8.9% 증가한 607조7천억원이다. 정부안보다 3조3천억원 증액했다. 총지출 증가율이 내년 경상성장률 추정치(4.2%)를 두배 웃도는 확장적 재정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관심을 끌었던 소상공인 지원이 ‘50조원 지원’ 등 무성한 말잔치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증액에 이르지 못해 안타깝다.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손실보상에서 제외된 업종의 지원 예산은 총 10조1천억원으로 확정됐다. 정부안보다 2조원만 증액됐을 뿐이다. 손실보상 하한액을 기존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인상하긴 했으나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소상공인 213만명에게 35조8천억원의 저리 대출을 해주기로 하는 등 현금 직접 지원보다 대출 방식에 치우쳐 있다. 이미 빚에 허덕이는 소상공인들의 빚만 더 늘릴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내년 재정 상태는 정부안보다 더 개선된 모습이다. 총수입과 총지출의 차이인 통합재정수지는 54조원 적자로 정부안보다 1조5천억원 개선됐다. 국가채무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50.0%로 정부안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증액 재원의 대부분을 지출 우선순위 조정으로 마련하고, 총수입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국채 축소에 활용한 영향이다. 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지만 재정지표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안보다 나아진 것을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다. 재정을 써야 할 곳에 제때 쓰지 못하면 민생은 더 어려워지고 성장잠재력도 갉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등장으로 세계경제에 다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시 방역 조처를 강화하면서 고물가 속 경기둔화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재정의 역할이 긴요하다. 내년 예산은 오미크론 등장 이전에 짜인 것인 만큼, 앞으로 상황 전개에 따라 내년 초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준비해야 할 수도 있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예산이 민생을 보듬고 경제활력을 유지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