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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몬 슈퍼럼블, 과금을 위해 의도한 불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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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부쩍 낯익은 IP가 자주 선보여진 해였죠. 이들은 과거의 영광을 살리기도 하고, 이전의 추억을 곱씹게도 해주며,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와중에 여기,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소유를 주장하는 게임이 있습니다.

자못 무소유라 하면 멋져 보이지만, 여기선 부정적인 의미의 무소유입니다. 가진 것도 없고, 보여주는 것도 없고, 말하고픈 바도 없습니다. 가지고 있는 것은 오직 IP뿐이지만 이조차도 내려놓은 듯합니다. 지난 11월 25일 공개테스트를 시작한 디지몬 슈퍼럼블(이후, 슈퍼럼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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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몬 슈퍼럼블 홍보 이미지 (사진출처: 디지몬 슈퍼럼블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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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의 디지몬 어드벤처를 위한 의도적인 요소?

지난 2019년 순정남에서 ‘칭송받는 망겜 TOP 5’라는 주제가 있었습니다. 정말 놀라운 게임들이 있었죠. 하지만 디지몬 슈퍼럼블은 그 안에도 들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픽은 ‘라이프 오브 블랙 타이거’수준이지만, 독창성은 그보다 떨어집니다. 디지몬이라는 IP에 모든 것을 의존한 것마냥, 불친절한 설명과 시스템이 만연합니다. 물론 테스트이니 만큼 낮은 완성도는 감안하더라도, 그것을 고려해도 너무나도 지적할 부분이 많습니다.

우선 게임 외적인 면부터 보겠습니다. 업데이트 때마다 18기가에서 20기가에 가까운 데이터를 새로 다운로드 받게 만드는 건 둘째치고, 홈페이지에는 게임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나 기본적인 키 설명도 없습니다. 콘셉트 사진 몇 장과 파트너 디지몬에 대한 간단한 설명, 그리고 이벤트 창과 공지 정도만 띄워져 있는 모습이 흡사 사전예약 홈페이지를 보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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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시 점검 후 업데이트마다 20기가 가량의 데이터를 받아야 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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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게임 내 설명이 상세한 편도 아닙니다. 조작키나 기능을 알려주는 기본 중의 기본 기능도 없습니다. 홈페이지에서도 게임 내에서도 제대로 된 배경정보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초반 몰입감이 꽤 많이 떨어집니다. 그래서인지 애정을 줄 대상이 되어야 할 디지몬에게도 별다른 애착을 주기가 어렵습니다.

파트너 디지몬을 만나는 방식도 결코 친절하지 않습니다. 원하는 디지몬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테스트 같은 선택지를 골라 그 선택지에 대응하는 디지몬을 ‘주는’ 방식이기 때문이죠. 심지어 다시 하기와 같은 선택지도 없어, 한 번 선택이 끝나면 품에 떠넘기듯 디지몬을 안겨버리고 플레이어를 무작정 다음 퀘스트로 밀어내듯 끌고 갑니다. 왠지 모든 것을 플레이어가 알아서 알아내야만 했던 초창기 MMORPG를 보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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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트 디지몬과의 대화가 가능하지만, 별다른 대화진행이나 선택지의 힌트는 없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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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트너 디지몬을 결정하는 방법이 마치 옛날 심리테스트 같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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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이 끝나면 디지몬을 주고 곧바로 퀘스트가 넘어간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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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엔 원작 IP인 디지몬 어드벤쳐가 1999년 작품이니까 그 시대의 감성을 표현하기 위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치 장수 게임들이 클래식 서버를 열듯 말이죠. 그러나 이러한 클래식 서버나 과거 감성의 경우 옛날부터 해당 게임을 해 온 유저들에게 ‘과거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기에 유의미한 것인데, 그 향수가 없는 신작 게임에서 이런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 다소 의아할 따름입니다.

신작... 맞지?

게임 내적으로 들어가자면, 그래픽이 눈에 밟힙니다. 사실 지금까지 나온 디지몬 게임 중 그래픽만으로는 최고라고 할 수 있지만, 비교대상들이 너무 오래된 게임이기에 딱히 의미는 없습니다. 냉정히 평가하자면 캐릭터와 디지몬 폴리곤은 지난 디지몬 마스터즈의 그것을 조금 다듬은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디지몬 마스터즈가 2009년에 출시된 게임임을 고려하면 곤란한 수준이죠. 디지몬 RPG와 디지몬 마스터즈를 제작하고 운영 중인 게임사에서 만든 세 번째 게임인 만큼 어느 정도는 진보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예상했습니다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조작법 또한 나쁜 의미로 구시대적입니다. 방대한 맵만큼이나 이동해야 하는 거리도 긴 편인데, ‘누르면 앞으로 가기’와 같은 이동 편의 시스템조차 없습니다. 이동을 위해선 계속해서 방향키를 누르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죠. 이동 보조수단 역시 ‘기간제 이동속도 증가 아이템’을 임시점검 보상으로 제공하는 선에서 그칩니다. 지도에 표시되는 것도 퀘스트와 상점 및 디지몬 성장 NPC에 대한 정보뿐, 주변에 있는 상호작용 대상이나 적에 대한 정보는 일절 제공하지 않습니다. 근처에 있는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띄워주는 안내용 가이드 또한 가독성이 좋지 않아 화면에서 찾기가 힘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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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스터마이징의 자유도는 이렇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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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작법은 한 번 알려준 뒤로 따로 알려주지 않기에 잘 기억해야 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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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상점 창이나 설정 창이 위와 같이 구성되어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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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템 분류 탭을 누를 경우 탭에 해당되지 않는 아이템은 어두워진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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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아이템 마크를 찾아 가까이 가야만 주울 수 있기에 어두운 바닥으로 시야가 고정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가독성이 떨어지는 UI와 주 콘텐츠인 전투의 불편함

UI와 이펙트 또한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폰트는 지나치게 얇아 작은 것은 쉽게 읽히지 않고, UI의 투명도도 높아 뒤에 있는 대상이나 배경에 묻히기도 하죠. 투명도를 조절한다는 자체 기능을 제공하지 않을 뿐더러 아이템 분류 기능은 사실상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텍스트의 배치가 한 곳으로 쏠린 경우도 있고, 배틀이 종료될 때마다 바닥에 떨어지는 아이템들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반짝이는 것을 하나하나 찾아 눌러가며 주워야 합니다. 참고로, 여기에 떨어지는 아이템들이 디지몬의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것들이기에 포기할 수조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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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성별 상성 등의 정보를 전투창에서 제공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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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쪽에 있는 게이지가 턴을 알려주고, 중앙에 먼저 도착하는 디지몬이 턴을 가진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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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방식 또한 할 말이 많습니다. MMORPG이자 턴제 RPG인 슈퍼럼블의 전투 방식은 매우 단순합니다. ‘디지몬의 스킬을’, ‘클릭해서’, ‘사용한다’가 끝입니다. 후반으로 가면 나름 전략성이 강조될 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눈에 걸리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스킬을 시전하는 동안 화면이 완전히 멈춰버리는 것. 전투의 템포가 지나치게 느리다는 것. 디지몬의 폴리곤이 전작인 2009년 디지몬 마스터즈에서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는 것 등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주 콘텐츠인 전투 소모 시간이 너무나 길다는 것입니다. 몬스터를 만나면 별도의 전투 화면으로 넘어가고 기나긴 전투를 거쳐 월드맵으로 돌아오는 방식인데, 단발적인 전투였다면 모를까 ‘특정 몹을 n마리 잡아라’ 같은 퀘스트에서는 막막한 기분마저 듭니다. 이는 앞서 말한 전투나 플레이의 총체적 문제와 결합해 매우 부정적으로 다가옵니다. 가뜩이나 지원하는 편의성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게임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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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대상을 지정하면 화면이 멈춘다. 처음에는 이것도 버그인 줄 알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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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텍스트 위치 조정 등 자잘한 문제들도 눈에 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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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NPC가 이상한 곳으로 이동하거나 사라지기도 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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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옳은가

사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옛날 방식 그대로 가져온 게임 정도로 마무리할 수도 있겠습니다. 일부러 최신 게임들의 편의 기능을 넣지 않는 복고풍 게임 말이죠. 그런데, 막상 점검 때마다 '아이템 자동 줍기', '전투 2배속', '이동 속도 증가' 같은 기간제 아이템을 제공합니다. 그러니까 제작진도 이런 시스템들이 불편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저렇게 구현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유료 기간제 아이템 판매를 위해서요. 제작사 측에서 디지몬을 습득하기 위한 BM은 없을 것이며, 치장 및 ‘편의 요소’를 위한 BM만 구현할 것이라는 공지를 한 적이 있기에 더욱 심증이 갑니다.

이런 BM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겠습니다만, 의도적으로;만든 단점을 유료 구매로 극복하라는 느낌은 전혀 달갑지 않습니다. 실제로 임시점검 보상으로 들어온 기간제 아이템을 사용하니 앞서 언급한 단점들이 상당수 지워지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앞에서 경험한 모든 단점이 과금 유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순간 게임에 대한 흥미가 급속히 떨어집니다.

여기에 ‘게임을 진행하다 설정 창이나 ESC를 누를 경우 발생하는 엔진 크래시 오류’, ‘재접속하기 전까지 적용되지 않는 스테이터스 수치’, ‘아이템 삭제’나 ‘폴리곤이 보이지 않는 버그’ 등의 문제들은 오픈 첫날인 25일부터 현재까지도 수정이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아직도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버그가 추가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최적화 문제도 여전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런 불투명한 개선상황에 아이템 복사 버그 등이 더해져, 과연 이것이 ‘공개 테스트’가 가능한 게임인가에 대한 의문까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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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중에 가장 자주 본 화면은 이것이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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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 버프'로 분류되는 자동 줍기. 위의 공지와 더해져 유료화의 가능성이 높은 기능 중 하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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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킬의 강화는 확률성이며, 실패시 하락 확률 기능이 포함되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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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에서 검은 톱니바퀴가 등장한 사막이나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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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중전화와 함께 상징적인 위치인 호수 옆 전차가 구현되어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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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말하자면, 이 게임은 기본적인 마감새부터가 조악하고 불친절합니다. 그런 와중에 시스템적으로 마땅히 개선되어야 할 요소를 기간제 아이템으로 제공한다는 점은 양산형 모바일게임보다 더하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비공개 테스트 당시 게임에 접속하면 표기되던 멘트인 “돈에 환장한 무브게임즈놈들….”이라는 말이 더 이상 자조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나마 이 게임의 장점이라면 디지몬이 진화하는 장면이나 강화를 할 때마다 디지바이스가 빛나는 모습으로 이전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역을 둘러볼 때마다 나오는 광활한 사막에 무수히 꽂힌 전봇대나, 섬에 뚝 떨어져 있는 한 량의 열차 등, 디지몬 어드벤처를 즐겼던 시절의 플레이어에게는 추억의 장소처럼 여겨지는 곳들도 잘 조망해주고요.;

그러나 거기까지입니다. 단순한 영상물이나 인터랙티브 미디어였다면 호평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디지몬 슈퍼럼블은 본질적으로 ‘MMORPG’니까요. 상용화 단계에서 이런 점들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진짜 유료 아이템으로 나온다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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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신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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