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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없는 부부의 집스토랑,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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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에 진심이 되어버린 일상... 매 끼니를 만들어 먹는 이야기를 씁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리 부부는 외식을 하지 않는다. 늦은 나이에 만나 결혼 3년 차로 접어드는 우리는 재혼 커플이다. 남편은 나를 만나기 전에도 외식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도 가끔씩 외식을 하거나 인도 음식 같은 것을 테이크 아웃 해서 먹기도 했던 것 같은데, 결혼 후에는 정말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면 밖에서 먹을 생각을 아예 안 한다. 나갔다가 밥때가 되어도 간식으로 간단히 요기만 할 뿐, 꼭 집에 와서 해 먹는다.

나 역시 한국에 살 때에도 외식을 즐기는 성격은 아니었다. 건강식에 관심이 많아서 좋은 재료로 좋은 식사를 준비하고자 늘 노력했다. 하지만 친구들을 만나거나, 밖에서 일이 늦어지거나 하면 당연히 사 먹고 들어오곤 했고, 밥 하기 싫으면 길거리 떡볶이를 사 와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주부들이 집밥을 싫어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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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기념일도 집에서 챙긴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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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우리가 만나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외식이 사라졌다. 일단 사 먹으면 가격 대비 품질이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우리가 사는 캐나다에서는 세금과 팁을 주고 나면 별 대단한 것을 먹지 않았음에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 가격으로 이걸 먹었나 싶은 허탈함이 생기기 쉽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그냥 기분을 내서 밖에서 해결하고 싶을 때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두 번 집밥이 익숙해지다 보니 이제는 정말 외식을 할 생각이 아예 들지 않는다.

또 하나의 이유는, 남편은 밀가루를 못 먹는 실리악 체질이며 나는 설탕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머리가 아프다. 그러다보니 외식에서 선택할 수 있는 메뉴의 폭이 남들보다 적고, 가능한 집에서 해먹는 것이 속 편하다.

한국에서 많은 주부들이 집밥을 내켜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오롯이 주부 몫이기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 물론 지금은 세대가 바뀌어서 집안일을 하는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지만, 내 세대에서 식탁은 당연히 주부의 몫이었다.

가끔 남편이 하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이벤트였고, 역시 그 뒤처리는 고스란히 아내들의 몫으로 돌아가곤 했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많은 가정에서 아내의 시간과 수고를 줄이려고 외식이 늘어나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울 때 식탁 차림이 내 몫이라는 것에 대해 딱히 불만을 가져본 적은 없다. 다만 혼자서 먹을 때에는 그냥 양푼에 밥을 쏟아 넣어 비벼먹거나, 대충 이것저것 넣고 볶아서 프라이팬 채로 들고 와서 컴퓨터 앞에서 먹는 경우가 많았다. 식사라기보다 간편하게 '때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대학을 가기 위해 집을 떠난 후로는 나는 오롯이 혼자 남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것이 외로움인지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한참을 그렇게 살았다.

함께 요리하고 치우면 달라지는 주방

그러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그와 함께 살기 시작하던 어느 날, 저녁을 준비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그때의 내 기분은 "아, 이게 사람 사는 것이로구나" 하는 기분이었다. 오랜 외로움에서 벗어나 더 이상 혼자가 아닌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혼자서 아이 셋을 키워낸 남편은 주방 일이 손에 익어 척척 해냈기 때문에,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함께 먹고, 함께 치우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다. 아내가 생겼으니 그 지겨운 일은 이제 그만하고 얻어먹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으며, 자신이 주도하여 저녁을 차릴 때에도 생색을 내는 법이 없었다.

그때, 눈물이 고인 내 얼굴을 보면서 내 손을 꼭 잡아주던 남편 역시, 긴 외로움에서 빠져나온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함께 울컥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을 다 키워서 떠나보낼 때까지 참 많이 힘들었을 것이고, 아이들이 떠나서 홀가분 하기는 했지만, 역시 빈 집의 긴 외로움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인 세월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결혼을 하고 서로 의지한다고 무조건 집밥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둘 다 사실은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아니 거의 요리에 목숨을 거는 수준에 들어가는 특이한 종자들이다. 나를 만나기 전에도 남편은 티브이의 요리 프로그램을 즐겨 보면서 그들의 노하우를 직접 실험해보기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다 커서 분가한 아이들의 생일상을 집에서 풀코스로 근사하게 차려내는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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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전 막내아들의 생일상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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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요리를 할 때는 최고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 파고들고 실험하며 개선하는 성격이다. <줄리 앤 줄리아>(Julie and Julia) 영화를 보고 나서는 줄리아 차일드의 백과사전 같은 요리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고 시험 쿠킹 하는 북클럽을 일 년 가까이 진행하기도 했었다.

그런 우리 둘이 만났으니, 각자 몰두하는 부분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켜서 매번의 식사 준비가 너무나 진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남편은 대충 차려서 식탁에 던져놓고 먹는 성격이 아니다. 간단한 식사도 늘 테이블 매트를 놓고, 디저트 스푼까지 다 차려놓아야 한다. 거기에 기분이 내키면 촛불도 켜고, 와인은 모든 저녁식사에 함께 등장한다.

음식은 색의 조화가 어우러져야 하고, 영양 밸런스도 맞춘다. 양식은 제대로 양식으로 먹고, 한식은 또한 제대로 한식으로 먹고자 한다. 애피타이저에서 디저트까지 풀코스로 먹어도 웬만한 외식보다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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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연어통조림 만드는 중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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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제철에 재료를 구입해서 오이 피클이나 토마토 캐닝, 연어 훈제 같은 것을 해서 저장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한국에서처럼 품질 좋은 음식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 숙주나물도 기르고, 청국장도 만들고, 막걸리도 만들고 점점 다양한 것들을 직접 만들어간다. 이런 일들이 한편으로는 시간을 잡아먹는 도둑이고, 우리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거리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살아가는 재미이기도 하다.

사실 나이 든 부부에게 인생의 목표라 할 게 별거 있겠는가. 황혼의 나이에 만난 우리에겐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기에, 함께 천천히 늙어가는 것이 최대의 목표이다. 우리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해 불평을 할 시간은 없다. 매일을 마지막날처럼 아낌없이 사용한다. 서로 아끼고, 대접하고, 그리고 소꿉놀이하듯이 노동을 즐기기에 매일의 집스토랑이 가능하리라.

김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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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에도 같은 내용이 실립니다. (https://brunch.co.kr/@lachou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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