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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오세훈표 신속통합기획으로 아파트 공급 숨통 트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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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새롭게 내놓은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 시장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기본적으로 민간 정비사업의 일종인 데다가 오 시장이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공약한 규제완화 내용을 일부 담고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감자가 된 신통기획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우선 공공재개발, 공공직접시행 등 많은 정비사업 유형이 있어 이를 구분하는 게 필요하다. 이들과 신통기획의 가장 큰 차이점은 조합이 사업 주체가 되느냐다. 정부주도의 공공재개발과 공공직접시행은 어느 정도 정부의 개입, 정확하게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개입을 전제한다. LH가 직접 하거나(공공직접시행), 아니면 조합이 하지만 LH가 많이 관여하든(공공재개발) 공공의 입김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제도다.

신통기획은 민간 정비사업 중 하나다. 다만 민간 주도로 개발을 진행하되 서울시가 계획과 절차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오세훈표 재개발로 불린다. 서울시가 사업 초기 단계에 참여해 공공성을 확보하는 대신 정비구역 지정을 5년에서 2년으로 단축시키고, 임대비율도 전체 가구 수의 15% 수준으로 공공재개발 대비 5% 적다는 이점이 있다.

이전까지는 각 자치구와 주민들이 동의서를 모으고, 정비계획안을 짠 뒤 이를 시에 제출하는 과정을 거쳤다. 통상적으로 도계위에서 정비계획을 결정하려면 심의를 세 번 정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소요했다. 보류 결정을 받으면 자치구 담당 주무관부터 서울시 담당 과장까지 다시 결재를 받아야 해 시간이 오래 걸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속통합기획은 서울시가 초반부터 조합 측과 정비계획안을 같이 짜니 시 도시계획위원회 통과가 비교적 빠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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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월 14일 서울 관악구 신림1구역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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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 재개발 102곳 신청, 초흥행

시장의 호응은 뜨겁다. 단적으로 지난달 말 신통기획 재개발 공모에는 무려 102곳이 지원했다. 첫 시장 재임기 때 우후죽순 난립한 뉴타운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주민 동의율을 30%로 높였음에도 신청 접수가 예상을 웃돈 것이다. 공공재개발은 주민동의를 10%만 받아도 되는데, 공모 뒤 1년 동안 70곳이 신청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신청률이다.

접수를 마친 서울시는 자치구 사전검토, 자치구의 후보지 추천, 선정 위원회 심의를 거쳐 12월 중으로 25곳 내외를 신통기획 사업지로 선정할 계획이다. 자치구별 추천 지역이 4개소 이내로 제한되는 만큼 일부 자치구에서는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적으로도 많지만 지역만 봐도 주요 지역이 많았다. 강남권에서는 송파구 마천2·마천성당구역과 강남구 일원동 대청마을이 신청했다. 마천2구역 같은 경우는 지하철 5호선 마천역이 위치한 곳이다. 강남구 대청마을은 저층주택 밀집지로 대청역과 삼성서울병원 사이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올해 초 2·4 대책을 통해 추진하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에도 냈으나 탈락했다. 숙대입구 근처에 있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당시 추진했던 도시재생 1호지 숭인동·창신동도 신청했다. 이 지역들은 도시재생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공공재개발을 비롯한 대부분 정비사업에서 사실상 배제돼왔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8·4 대책에는 ‘도시재생지역은 공공재개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창신동 등에서 도시재생지역에서 해제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는데 서울시는 도시재생지역도 신통기획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행법으로도 이 지역 재개발·재건축이 가능해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을 해제할 필요 없이 정비계획 내용을 변경하면 된다”고 말했다. 도시재생법으로 불리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조 7항 각목에 따르면 ‘도시재생사업’에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도 들어가기 때문에 이를 통해 재개발·재건축을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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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뿐만 아니라 재건축 신통기획도

신통기획은 재개발만 있는 게 아니라 재건축도 있다. 재개발의 경우 1년에 한 번 공모를 받지만 재건축은 수시 접수를 받는다. 신통기획 재건축의 첫 타자는 대치미도아파트였다. 일명 대치 우선미(우성·선경·미도) 중 하나다. 대치미도는 재건축추진준비위를 꾸린 뒤 2017년 말 정비구역 지정 신청서를 냈지만 반려된 채로 3년 넘게 재건축이 멈춘 바 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도 최근에 신청을 했다. 준공 51년인데도 아직 재건축 계획도 통과하지 못한 곳이다.

대한민국 재건축 최대어 강남구 은마아파트 또한 신속통합기획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은마아파트 소유주 모임인 ‘은마반상회’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최근 신속통합기획 신청을 위한 동의서 징구를 시작했다. 은마아파트는 2003년 말 재건축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를 설립했음에도 18년째 답보 상태다. 현재의 법은 정비구역 지정을 받아야 추진위를 설립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정비구역 지정 전에도 추진위를 설립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 은마아파트는 정비계획안조차 제대로 수립하지 못한 상태인데, 신통기획으로 돌파구를 마련해보겠다는 복안이다.

심지어 압구정마저 신통기획을 저울질하고 있다. 오 시장은 최근 국민의힘 소속 성중기 서울시의원과 태영호 의원과의 면담에서 압구정 현대아파트에도 신속통합기획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 의원에 따르면 오 시장은 간담회에서 압구정지구 재건축의 속도감 있는 추진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신속통합기획을 통한 정비사업 프로세스 단축을 제안했다.

성 의원은 “1976년 첫 입주를 시작해 45년이 지난 현재 주민들은 매일 주차 전쟁을 치르고 배관 노후화로 수도꼭지에서 녹물이 나와도 답보상태인 재건축으로 인해 지속적인 삶의 질 저하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지난 2017년 11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지구단위계획안이 보류된 후 공식적인 논의가 멈춰왔다. 이렇게 신통기획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건 정치지형 변화와 무관치 않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신속통합기획의 가장 큰 리스크는 오 시장의 재선 여부인데, 이게 최근 들어 많이 희석됐다”며 “내년 지방선거는 그보다 몇 달 앞서 펼쳐질 대선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 최근 분위기상 야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니 이런 부분도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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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 규제 폐지’ 선반영도 매력

정비업계에 따르면 신반포2차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 8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신속통합기획 설명회를 진행했다. 조합은 이사회·대의원회를 거쳐 이달 하순부터 주민동의서 징구에 나선다. 동의율 50%를 넘으면 서울시에 신속통합기획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신반포2차는 1978년 준공된 1572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로, 반포대교 한강변에 위치해 있다. 추진위원회는 17년 전인 지난 2003년 설립됐지만 한강 조망권을 인정받으려는 소유자와 대지지분을 인정받으려는 소유자 간 갈등으로 조합 설립이 수차례 무산됐다. 그러던 중 2년 실거주 규제를 피하기 위해 주민들이 뭉치면서 지난해 극적으로 조합을 설립했다.

신반포2차가 신통기획에 관심을 보이는 건 ‘한강변 규제’와 관련이 있다. 조합 집행부는 최근 서울시를 직접 방문해 관련 논의를 진행했는데 서울시는 조합에 ▲한강변 첫 주동(한강변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 동) 15층 높이 규제 완화 ▲35층 이상 층수 상향 ▲기부채납 15→10%로 축소 ▲통경축 가이드라인 조정 등 인센티브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심의도 단번에 통과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이는 연말에 발표될 서울시 법정 최고 도시기본계획인 ‘2040 서울플랜’을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선반영시켜주는 것이다. 현행 2030 서울플랜에서는 층수가 35층으로 제한돼 있고, 한강변 첫 주동은 15층으로 제한돼 있다. 2040 플랜에서는 이 규제 폐지가 유력하다.

현재 서울시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은 35층 이하, 한강에 면한 동은 15층 이하로 층고를 제한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 도시기본계획인 2030 서울플랜에 따른 것이다. 이 기준을 넘어서는 재건축 계획은 모두 심의를 반려해 왔다. 오 시장은 이 한강변 규제를 풀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층수 규제를 풀더라도 곧바로 층수를 35층 이상으로 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한강변 단지들에 특히 중요한 건 한강변 첫 주동(한강변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 동) 높이 규제인데 신통기획을 거치면 이를 피할 가능성이 높다. 한강변 단지들은 보통 한강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장방형 땅들이 대부분인데, 한강에 면한 첫 동을 15층 이하로 제한하게 되면 용적률 상한이 높아져도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주동 규제로 인해 앞동이 15층으로 제한될 뿐만 아니라 한강에 가까운 면적 일부에는 아파트를 지을 수 없기 때문에 한강에 닿는 면이 넓을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다.

한강변에 있던 잠실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엘스(최고 지상 34층)·리센츠(33층)의 경우 단지 내 아파트 주동을 맞붙여 배치하면서 성냥갑 아파트로 비판받았다. 잔여 용적률을 모두 활용하는 과정에서 한강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조망 확보 공간까지 아파트 건물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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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세훈표 민간 재건축 사업인 신속통합기획 동의서를 받고 있는 강남구 은마아파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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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신청 기준 없는 건 단점

물론 신통기획도 문제점이 있다. 특히 신통 재건축의 경우엔 사업 신청 주체나 주민동의율, 심사 기준 등 어느 하나 명확한 기준이나 안내가 없어 ‘주먹구구식’ 행정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신통 재개발은 1년에 한 번 공모를 받고, 기준도 명확한 편인데 수시 신청을 받는 신통 재건축은 다소 모호한 편이다. 신청 주체가 조합인지, 추진위나 다른 형태의 소유주도 가능한지 모호해 한 아파트 단지에서 두 개 이상의 주체가 신통기획을 각자 추진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앞서 시가 신통기획 1호 재건축 단지로 송파구 오금현대아파트를 지정해 추진하려고 했지만, 주민들은 추진위의 주민 대표성과 높은 임대주택·기부채납 비율 등으로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답보상태에 있다. 당시 시는 오금현대 재건축추진위와 협의 후 사업을 진행했는데 주민들이 추진위의 대표성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무엇보다 주의할 점은 신통기획 재건축은 정비구역 지정과 사업시행인가 단계를 신속히 해주는 제도일 뿐 나머지 단계에서는 작동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가령 정비구역지정을 받으려면 먼저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국토교통부라는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안전진단부터 막힌다면 신통기획을 아예 추진할 수 없다. 서울 강동구 재건축 단지인 명일동 고덕주공 9단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1차 안전진단은 통과했지만 올 6월 2차 안전진단에서 떨어진 것인데, 업계에서는 ‘예고된 결과’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 정부가 안전진단 항목 중 구조안전성을 대폭 강화하면서 붕괴 위험성이 없는 이상 재건축 판정을 받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1차 안전진단을 통과했어도, 제도 개선이 있을 때까지 2차 안전진단 신청을 보류하는 재건축 단지마저 등장했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주거환경 평가 비중을 줄이고 구조안전성 평가를 높이는 등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했다. 구조안전성 비중이 50%까지 상승하고 주거환경 비중은 15%로 줄어들었다.

그나마 1차 안전진단은 입주민이 용역 업체를 선정할 수 있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1차 안전진단을 조건부로 통과(D등급)한다면 공공기관 2곳의 2차 안전진단에서는 한층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1차 안전진단을 통과했더라도 2차 안전진단 신청을 보류하는 단지마저 나왔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6단지는 2차 안전진단 신청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단지는 지난 4월 정밀안전진단에서 54.14점으로 D등급을 받았기 때문에 2차 안전진단을 받아야만 한다. 상계주공 6단지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서울시가 국토부에 안전진단 기준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으니 경과를 지켜보고 신청할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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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난 4월 주민 실생활에 맞게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재고해 달라고 국토부에 공문을 보냈다.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현재 구조안전성 가중치인 50%를 30%로 낮춰 달라고 공식 건의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당시 구조안전성 고려 비율인 20%와 40%의 중간치다. 그러나 아직까지 안전진단 기준이 변경될 움직임은 없다. 국토부가 지난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는 시장 안정세를 고려해 추가 협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한 게 전부다.

신통기획 재개발 또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기준일을 공모 시작일인 9월 23일로 지정해 이 이후에 지분 쪼개기를 했다면 인정받지 못한다. 9월 23일로 권리산정기준일을 지정하게 되면 ▲필지 분할 ▲단독주택 또는 다가구 주택을 다세대 주택으로 전환 ▲토지와 건물을 분리 취득 ▲다세대, 공동주택으로 신축하는 행위는 권리산정기준일 다음날인 9월 24일까지 완료했어야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

매매 거래는 가능하다. 서울시는 다음 달 중 최종 후보지를 선정한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투기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그때까지 매매로 해당 지역의 주택을 구입한다면 재개발 조합원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는 정부의 2·4 대책 후보지들과 다른 점이다. 2·4 대책 후보지의 경우 별도 법을 마련해 기준일 이후 해당 지역의 주택을 구매해도 조합원 자격을 받을 수 없고, 현금청산을 당하게 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매매는 가능하지만 이곳이 재개발될 지역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며 “노후도 등을 충족하는지를 꼭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준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5호 (2021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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